박왕자씨 개인의 죽음 아닌 7천만 민족의 죽음

무능한 이명박 정권이 초래한 비극적인 금강산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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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gseog)등록 2008.07.13 10:42
11일 새벽 5시경 금강산 관광지 북한군 경계지역에서 발생한 박왕자(여·53)씨 총격사건에 대한 목격자(이인복, 23·경북대 사학과)가 나타났다.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한 대학생이 바닷가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가는 피해자를 목격하였고, 그 후 두발의 총성을 듣고 다가가 사건현장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목격자의 증언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이른 새벽이라고 하나 목격자는 검은색 상·하의 옷에 하얀 수건을 두른 중년의 여인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총격은 그보다 5~10분 뒤에 일어났으니 북한군 초병은 여인의 모습을 더 확연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총격을 가한 것이다. 둘째, 총격을 가한 북한군 초병들이 숲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북한 측의 통보와 달리 북한군은 관광지 인접지역에 매복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목격자에 의하면 관광지와 북한군 경계지역 사이에는 작은 실개천이 있었을 뿐 철책 따위는 없었다고 한다. 현대아산 측은 2미터의 담장이 있다고 말했었다.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여 북측의 무모하고 비인간적인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야기한 남측 정부당국의 책임 또한 엄중히 물어야 한다.

생명과 주권보다 이윤에 눈이 먼 현대아산과 이명박 정권

새벽 5시에 일어난 총격 살해사건을 북측은 9시20분에야 현대아산에 통보하였다. 현대아산은 11시30분이 되어서야 통일부에 보고하였다고 한다. 현대아산은 시급한 보고가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 무엇 때문에 2시간 이상을 정부에 알리지 않고 있었는가? 더욱이 현대아산은 고객의 사망을 인지하고서도 관광객 북송을 멈추지 않았다고 하니 이들의 무책임에 대해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그 외에도 현대아산 측의 주장과 관광객들의 증언은 다른 점이 많다. 현대아산은 위험지역에 넘어가지 말라고 교육을 철저히 했다고 하나, 관광객들은 아무런 주의사항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부주의로 인해 고객이 목숨을 잃은 상태에서 현대아산은, 관광사업이 중단됨으로서 발생하는 기업의 피해, 은행 대출이 힘들어질 것이란 자금의 문제 등, 무책임한 발언들을 매스컴에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대아산의 행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아랑곳없이 검역주권까지 포기하고 미친소를 수입해서라도 돈을 벌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축소판이요,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현대아산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사가 요구된다.

개성관광도 중단하고 확고한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판단할 때,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건은 단순한 우발적인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 그 보다는 오히려 북측의 의도된 도발이라는 개연성이 강하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당국에 계속 경고를 보내왔다. 6.15, 10.4선언의 계승을 부정하는 이명박 정권을 ‘역도’라 칭하며 원색적인 비난의 수위를 높여 왔다. 급기야 지난 6월 22일 행해진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변인 명의의 담화는 마치 이번 사건을 예고하는 듯했다. "우리 군대는 개성.금강산 지구에서의 협력교류사업의 활성화와 관련된 3통합의 이행마저 중단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이 지구들에서의 협력교류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 위해 군사적 보장대책을 계속 따라세워야 하겠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개성관광객이 아닌 금강산관광객에게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개성관광은 개성공단을 끼고 있어서 북측도 관광객 총살만행을 쉽게 저지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불신이 극심한 상태에서 개성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직 정부간 연락도, 진상규명도, 어떠한 안전보장도 없이 개성관광을 계속한다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제일의 책무이다. 설혹 사고의 확률이 지극히 낮다하더라도 개성관광 또한 당장 중단시키고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점검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나라를 맡기기에는 너무도 위태로운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력

새벽 5시에 발생한 관광객 총격사건의 보고를 이명박 대통령이 받은 것은 13시 30분이었다고 한다. 통일부가 사건을 인지한 11시 30분부터 계산해도 2시간 뒤에야 대통령에게 보고가 된 것이다. 현대아산이나 통일부가 변명하는 것처럼 정확한 사태파악이 중요하겠지만, 이는 대통령이 판단해서 지시해야할 사항이다. 관광객 총격사고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비화하는 일은 없는 것인지, 북측의 의도는 무엇이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건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은 14시 30분부터 시작된 국회연설 1시간 전에 관광객 사망소식을 접하고도, 그동안의 대북정책을 대폭 수정하여, 6.15, 10.4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연설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비보를 접하고서도 한마디 유감의 표명도 없이 어쩌면 이리도 함박웃음을 지어가며 북한에 협력을 제안할 수 있었단 말인가. 미친소협정 타결소식을 듣고 박수치던 대통령, 미친소로 대다수 국민이 시름하는데 부시를 만나 입이 찢어지게 웃는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건 정말 또하나의 서글픈 블랙코미디다. 이게 일국의 지도자가 할 짓인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지도자인가? 이런 짓을 하고서도, 그럼 국회연설문을 갑자기 바꾸란 말이냐며 적반하장 하는 청와대의 정신상태에는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지도자라면 국회연설 자체를 중단하고 청와대에서 상황파악과 원인규명, 대책마련에 몰두하는 것이 지당한 일이다.

큰 틀에서의 대북정책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큰 틀에서의 남북협력을 별도로 진행하기 위해서도 절차는 필요한 것이다. 개성관광, 개성공단을 계속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북한 측의 유감표명과 확고한 재발방지 대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판단능력조차 정부와 대통령은 없단 말인가?

보다 근본적으로 우호적인 남북관계와 남북의 신뢰 없이 공단, 관광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미친 짓이다. 남북경협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 북한관광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관광객을 방치한다면 이는 무능과 무책임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정책의 연속성이 중요하지만 잘못된 정책이라면 전환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면 그에 따른 대책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송두리째 부정하여 북한의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노력 없이 공짜로 주어지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냉전적 사고로 남북대결상황을 스스로 조장하면서 남북경협의 과실만을 따먹으려는 허황되고 우둔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 스스로가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은 것인가? 3월 26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시 대비책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김태영 합참의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해서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정부는 이 발언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시의 대책인지, ‘보유’시의 대책인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국회의 속기록에 기록된 대로 ‘보유’시의 대책이라면 지금 한반도는 상호간의 선제타격이 불을 뿜는 전시상태에 돌입해 있는 것이다. 나아가 김하중 통일부장관,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결한 6.15, 10.4선언을 부정하는 발언을 되풀이 해왔다.

남측의 관광객이 북측 군사지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남북정부간의 대화 채널이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유감표명도 듣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진상조사를 위한 전통문의 접수조차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6.15정상회담 이후에는 남북 간 핫라인이 개설돼서 무수한 대화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6월 2차 서해교전 당시에는 북한이 먼저 연락을 해와 일선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알렸고, 최초로 서면으로 사과를 하기도 했다.

남북대치 상황아래서 핫라인은커녕 아무런 연락수단도 없이, 휴전선에서 또는 해상에서 불의의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부시에게는 전화해서 쇠고기문제의 협조를 구걸하고, 기업인들에게는 핫라인을 만들어 상시적인 연락을 취하면서, 남북관계의 연락을 두절하고서 과연 경제성장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제발 정보전염병에 전염되어 촛불의 소리를 제대로 들어라

촛불은 미친소 수입반대만을 호소했던 것이 아니다. 대운하, 의보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언론탄압 등에 반대했고,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정책전환을 촉구해 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미친소 수입협정을 맺은 것과 똑같은 짓을 남북관계에서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통 크게 큰 틀에서 남북경협을 제안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안전대책의 확립이 최우선이다.

그동안 수많은 시민, 전문가들이 ‘비핵개방3000’이라는 냉전적 사고로는 남북관계의 IMF가 올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747’을 내걸면서 ‘비핵개방3000’을 주창해 왔다. 둘 다 가능성이 없는 우스운 정책이거니와 더욱이 이 둘을 동시에 주장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인지 이명박 정권은 알지를 못한다. 북한의 협조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확립 없이 남한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비핵개방 3000’을 고집하는 한 ‘747’은커녕 한국경제의 파탄이 있을 뿐이다.

금강산의 비극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권의 ‘비핵개방 3000’과 상호주의에 반발한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6월 22일 북측은 이렇게 경고했었다. "남조선 없이도 우리는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와 등지고 살아가는 남조선이 과연 어떻게 되는가를 두고 볼 것"이다.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변인 담화).

그래서 이번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건은 박왕자씨 개인의 비극적인 죽음이 아니다. 남북평화체제의 죽음이요, 7천만 민족장래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권은 이제라도 스스로 정보전염병에 감염되어 촛불의 소리, 국민의 소리를 듣고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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