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철현 주일대사를 파면하는 것만이 독도 문제에서 국가 위신을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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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환(hanjoguk)등록 2008.07.18 13:17

일본정부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명기할 방침을 굳히자 이에 항의하여 정부는 권철현 주일대사를 소환했다. 권철현 주일대사는 사태가 약간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면 다시 일본으로 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미지근한 대처 방식으로는 전혀 실효성이 없으며, 일본의 비웃음만 신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한국정부의 대응을 촛불정국의 어려움을 임시로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쇼’라고 보고 있다. 이런 오해를 불식하고 보다 확실하게 한국정부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는 슬그머니 권철현 주일대사를 다시 일본에 돌려보낼 것이 아니라, 그를 단호하게 파면조처함으로써 한국정부의 확고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권철현 주일대사는 일본부임을 전후해 파면 당할만한 잘못을 저질렀다. 그는 일본에 부임하자마자, 기자들에게 “자기의 재임 중에는 과거사 문제나 독도 문제 같은 것을 거론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군 정신대 할머니들의 강제 납치와 성고문 문제에 대해 “무엇이 국익인가를 생각하여 가슴에 묻고 갈 것은 묻고 가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심한 반발을 샀다. 그리고 주일대사에 부임하자마자 주일대사관 누리집에 실려 있던 독도 관련 자료와 글들이 삭제됐다.

 

권철현 주일대사의 행동을 뒷받침이나 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 가서 대일 실용외교를 천명하고 과거사의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갈 것임을 일본에 약속했다. 이런 저자세 외교는 국가의 자존보다는 한미일 공조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떠받드는 이명박 대통령과 뉴라이트 세력들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저자세 대일외교 노선에 대해 일본정부는 화답하기는커녕,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중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학습지도요령을 만들 것임을 밝혔다. 대일 저자세 외교의 완전한 파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7월 초순, 일본 홋카이도 도야꼬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시에 일본 현지에 가서 일본 수상을 만나, 독도 문제의 중등 교과서 기제 문제에 관한 선처를 요청했지만, 부정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일본 유력지 ‘요미우리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 때 일본 수상에게 지금은 한국에서 촛불시위가 거세게 일어나는 등 시기가 좋지 않으니, 일본정부가 독도 문제에 관한 학습요령 발표를 시기적으로 좀 늦추어 줄 수 없느냐고 사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한국 대통령과 일본 수상 사이의 회담에 관한 일임으로 당연히 일본 수상의 공식대변인으로서 관방장관이 경위를 설명해야 할 터인데도 수상의 하위관청인 외무성 대변인이 해명하게 했다. 이것 역시 한국 대통령을 얕잡아 본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수상에게 학습지도요강의 배포 결정을 대폭 늦추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하여, 그 진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보도 내용을 수정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한다.

 

설상가상으로 권철현 주일대사는 또 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과 학습요령에 기재된 독도영토 관련 기술을 거두어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나올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만이라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일본의 독도 문제 도발을 기정사실로써 묵인하고 넘어갈 뜻을 내비친 것으로, 그가 과연 국가의 위신을 지킬 듯이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 아래서 비록 시기를 늦추더라도 권철현 주일대사를 슬그머니 일본으로 귀임시키게 되면, 이명박 정부가 국내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쇼’를 부렸다는 일본 언론들의 관칙을 시인하는 꼴이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 동안의 외교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그 실패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의미에서, 부적절한 언동으로 국가 망신을 자초한 권철현 주일대사를 파면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엄중한 태도를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이 현 상황에서 한국의 국가 위신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만일 권철현 대사를 파면하지 않고 다시 슬그머니 일본으로 귀임시키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을 의식하여 ‘쇼’를 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들의 관칙을 시인하는 꼴이 될 것이고, 국가 위신은 또 다시 크나큰 손상을 입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 참여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민족화합운동연합 대표이다.

 

이 기사는 시민사회신문, 평화만들기 등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사회신문, 평화만들기 등에도 송고합니다.

2008.07.18 11:2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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