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구하든가 죽이든가

검찰 VS 조선일보 VS 농심 VS 네티즌

검토 완료

탁현민(takart)등록 2008.07.18 13:49

 

먼저 '농심불매운동 타깃이 잘못 설정되었다' 라는 글과 ' 바보농심'이란 글을 썼던 필자임을 밝혀둔다. 앞서 썼던 두개의 글은 최근 두달여간 진행되고 있는 농심불매운동에 관한 입장, 컨설턴트로서 지켜본 농심의 문제들과 몇 가지 오해, 그리고 그 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연히)두개의 글 모두, 분에 넘치는 비난과 욕설을 받았다. 받았지만 그리 억울하지도 또 화가 나지도 않았는데 그건 내가 농심으로부터 벌어먹고 있는 처지이니 당연하다는 생각과 농심이 고객과 네티즌에게 분명한 잘못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말 얼마나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네티즌들의 지적들로 인해 농심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리고 때론 자문도 하면서 느낀 솔직한 고백이다. 농심 변화의 핵심은 고객들과의 관계, 그 반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온라인을 통한 쓴소리 게시판이 열렸고, 오프라인에서도 고객들을 모셔 직접 이야기를 듣는 자리도 만들었다. 당연히 한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진행하기로 약속도 했다. 공중파 TV를 통해 사과의 의미를 담은 광고를 내보냈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영진이 머리숙여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많은 네티즌들이 제기했던 50가지의 질문들에 대해 나름 성심성의껏 답변을 달아 보내기도 했다.

 

농심이 40년간의 구태를 벗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게 된것은 모두 네티즌 덕분이다. 외부의 요구가 내부의 변화를 끌어낸 셈이다. 아마도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농심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낼 생각도, 필요도 못 느꼈을 것이다. 명망있거나 능력있는 컨설턴트는 아니지만, 적어도 소비자와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쯤은 아는 입장에서, 이러한 농심의 변화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물론 여전히 농심이 싫다는, 여전히 불매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농심이 결국 변화를 선택했고 이제 그 길을 가려는 마음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최종적으로는 절대 다수의 고객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아 낼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 이런 성급한(?) 확신을 가지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농심이 검찰과 참고인 조사를 거부하며 동시에 검찰의 네티즌 기소방침과 정 반대의 선택을 하였다는 사실이고 두번째는 이를 맹렬히 비난하는 조선일보의 불온하면서 강압적인 충고(?)를 잘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농심의 손욱 회장은 지난 화요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농심에게 고소를 권유했다는 발언을 했다 한다. 물론 검찰은 총장까지 나서 농심에게 고소를 권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두 번의 참고인조사 요청과 직접 회사로 찾아와 방문조사까지 시도했던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만일 검찰이 "고소를 해라"라고 했다면 그것은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 된다는 점이다. 두 번의 참고인조사 요청과 방문조사 시도가 명백한<권유>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일보의 충고(?)역시 마찬가지다. 짐짓 점잖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충고는 불온하면서 강압적이다. 결국 하루빨리 네티즌을 고소하라는 것인데 고소를 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농심을 힐난하는 네티즌들이 불건전한 고객, 소위 <블랙슈머>이기 때문이란다. 농심에 근거 없는 협박을 하고 <조중동폐간>이라는 목적을 위해 농심을 공격하는 아주 질 나쁜 소비자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블랙슈머>란, 말 그대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에게 의도적인 사기를 치는 사람을 일컫는다. 조선일보 폐간운동을 하는 네티즌과 식품에 이물질을 넣고 돈을 뜯어내려는 소비자가 어떻게 같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궁금하지만 ,공식적으로 네티즌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농심을 압박하는 것은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조선일보는 지금 농심에게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정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국면에서의 상황이 이러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소비자를 선택한 농심은 여전히 네티즌에게 '까'이고 있다. 그런 선택 때문에 이제는 검찰에게도 '까'이고, 조선일보에도 '까'이게 되었다. 농심이 아주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무조건 싫다는 네티즌들은 기뻐해도 좋을 듯하다. 이보다 명백한 승리는 없다. 허나 축하는 보내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국면에서 네티즌들이 계속해서 농심을 버린다면 결국 네티즌도 '까'이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중동에 광고를 했던 수많은 기업들이 지금 농심과 네티즌들을 주목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그것은 농심이 아무리 억울해 해도 이미 네티즌은 조선일보 폐간이라는 목적을 위해 농심불매운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티즌들의 요구대로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지 않기로 하고, 나아가 농심을 비난했던 네티즌을 고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작금의 상황에서, 네티즌들이 농심에 어떤 태도와 메시지를 보내느냐는 많은 기업들의 자신들의 방향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농심은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나아가 검찰하고 '맞장'을 뜨는 무모한 용기를 냈고, 그렇게 가깝다고 오해를 받던 조선일보의 불온한 충고를 거부했다. 농심을 지지하는 네티즌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면서 이런 결단을 내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해보자 이제껏 어떤 기업이 소비자 보호(그것도 자사를 비난하는 소비자들을)를 위해 검찰과 조선일보에 맞섰던 적이 있었던가? 지속적 불매운동을 주장하며 용서와 이해는 없다는 네티즌들은, 그렇게 해서 한 기업이 결딴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선택을 한 농심을 끝끝내 네티즌들이 버린다면 이후 기업들은 절대로 네티즌들에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시기가 왔다. 농심을 다 용서하자는 말이 아니다. 농심이 소비자와 한 약속을 잘 지켜나가는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농심은 이미 선택을 끝냈다. 네티즌 고소를 하지 않을 것이며 조선일보의 충고(?)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언했다. 구하든가 죽이든가 이제 네티즌의 선택만이 남았다. 

 

 

  

  

 

 

 

 

2008.07.18 13:5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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