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60주년, 청계광장 촛불과 국회의 레이저쇼

또다시 피눈물을 흘리는 耳順의 대한민국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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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gseog)등록 2008.07.19 11:33
우리 헌법이 환갑을 맞았다. 50이면 지천명(知天命)이요, 60이면 이순(耳順)이라 했던가? 사전을 들추니, ‘이순’이라 함은,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과연 우리 사회 우리 헌법은 지난 60년 동안 지천명하고 이순하는 경지에 이른 것일까?

국회의 화려한 레이저 쇼와 불꽃 축제

60년 전인 1948년 5월 10일 미군정의 신탁통치 아래 남한 단독총선거가 강행되어 198명의 제헌의원이 선출되었고, 5월 31일에는 이승만을 임시의장으로 한 역사적인 제헌의회가 개원하였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7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헌법이 가결되었고, 17일에는 이승만 의장이 대한민국 헌법에 서명ㆍ날인하고 이를 내외에 공포하였다. 사흘 뒤 국회는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후 대한민국 헌법은 3.15부정선거와 4.19혁명, 5.16 박정희 쿠데타와 12.12 전두환  쿠데타를 경험하는 동안 9차례의 개헌을 거치며, 87년 6월항쟁의 결과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현재의 제6공화국 헌법에 이르렀다.

제헌절 60주년을 맞아 국회의사당에서는 우리 헌법의 회갑연이 성대히 거행되었다. 오색찬란한 레이저 쇼와 멋진 불꽃 축포가 쏘아 올려졌다. 여름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명멸하는 불꽃을 바라보며 제헌 60주년이란 역사의 무게가 육중하게 느껴진다.

레이저쇼 보다 밝게 빛난 71번째 촛불집회

국회에서 화려한 레이저쇼와 폭죽이 올라갈 때, 1만여 명의 시민들은 청계광장에서 71번 째 촛불을 밝혔다. 제헌절을 맞은 이 날 촛불 소녀들이 낭독한 ‘피고인’ 이명박에 대한 국민 판결문은 참으로 뜻깊고 감동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80%가 먹기 싫다고 하는 '미친소'를 수입 유통시켰고, 0교시, 야자, 우열반 등 '미친교육' 정책을 국민들에게 강요해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위반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제21조, 소비자 보호운동을 보장한 제124조, 영토보존의무를 규정한 제66조, 균형있는 국민경제 성장 및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규정한 제119조, 민주공화국을 규정한 제1조를 위반했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죄질이 너무 나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판결한다.” 땅 땅 땅...

이 날 이명박에게 위헌판결을 내리고 퇴임을 촉구한 것은 촛불소녀들만이 아니다. 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본부는 오후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0주년 제헌절에 헌법21조는 죽었다'고 선언하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또한 오후 5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고시위헌 헌법소원 청구인단 공개 설명회'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고시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헌법을 난도질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환갑을 맞은 제헌절에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헌정질서 파괴행위를 규탄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국민들은 저렇듯 피흘리며 신음하는 헌법을 부둥켜안고 무능하고 폭압적인 정권을 규탄하고 있건만, 이 대통령은 다른 별에 사는 외계인 마냥 엉뚱한 소리만 주절거린다.

헌정회 만찬에 참석한 그는, "저는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헌법정신을 중심에 두고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다면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경제 위기도 빨리 극복하고, 선진일류국가의 길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집권 5개월 동안, 민주공화국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들이 일상처럼 자행되고 있는데, 아무리 경제위기를 호소하고 독도수호를 외쳐댄들 누가 이 정권을 믿고 힘을 모으겠는가? 엠네스티 특별조사관의 보고서만 읽더라도, 이명박의 한국은 후진꼴통국가로 전락하여 세계의 비웃음을 사고 있거늘 하물며 선진일류국가라니...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스스로가 헌법을 십자가에 메달아 팔 다리에 못을 박고 쇠창살로 눈알을 파내고 심장에 칼을 겨누면서, 헌법을 수호하고 법치국가를 만든다니, 이것이 사람의 언어인가, 설치류의 언어인가? 나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말’이 상호간의 소통을 전제로 한 의미 있는 소리라면, 이명박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정상적인 인간들에게는 말이 아니다. 혼자 지껄이는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공허한 소음일 뿐이다.

헌법을 가꾸어온 수많은 독립, 민주 영령들에게 촛불의 다짐을

대한민국 헌법은 탄생 이래 수 많은 위기를 극복해 왔다. 헌법의 전문에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를 계승한다고 명시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 세월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일본제국주의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헌정질서를 회복하려는 민중들의 피나는 싸움의 역사였다.

그런데 환갑을 맞은 우리의 헌법이 또다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헌정질서가 파국에 이른 이 때 한나라당은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이란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개헌논의 보다는 상처 입은 헌정질서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촛불소녀들의 피고인 이명박에 대한 위헌판결을 들으며,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고 가꾸어온 수많은 독립, 민주 영령들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하고,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촛불들의 다짐을 새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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