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길준이경, 당신은 비겁한 사람입니다”

입대 당시 ‘나의성장기’서 밝힌 “열심히 군생활에 임하고자 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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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o72bak)등록 2008.07.28 12:45
먼저 나는 서울경찰청에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이다. 어제 서울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이모(25) 이경이 저녁 7시께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가 마련한 기자회견을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자신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 그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이 알려진 만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단지 그가 말한 부분 가운데 ‘타인과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며, ‘저처럼 상처를 받을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고통 속에 밤을 지새우는 일만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나도 자신의 입장에서 말한 이기적인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만여 명의 전의경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이이경은 그런 전의경들에게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과연 그는 어떤 근거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과 같이 많은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가 부대에서 생활한 것은 고작 3개월여에 지나지 않는다. 부대원은 지휘관(경찰관)을 포함해 100여명 남짓이다. 그가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지 되묻고 싶다.

이이경은 지난 2월 21일 의무경찰에 지원 입대했다. 현재 경찰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인은 전투경찰과 의무경찰로 분류된다.

먼저 전경은 현역으로 군입대해 전경으로 근무배치를 받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는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대원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발령은 본인의 희망보다는 군 특성에 맞게 발령이 나는 부분이라 대부분 이를 잘 알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또 한 경로는 이이경처럼 의무경찰 제도인데 매월 원서 접수를 통해 지원을 받는다. 경찰청 주관으로 체력검사와 시험도 보고 있다. 100% 자신이 희망해서 입대(현역 대상자)하고 있는 것이다. 의무경찰의 경우 교통근무와 방범순찰 그리고 시위진압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무튼 그는 지난 4월 4일 서울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에 근무 배치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제 3개월 남짓 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입 3개월은 특별관리 대원(신병)으로 분류해 부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생활하게 된다.

그는 방범순찰대에 배치 받은 후 ‘나의 성장기’를 통해 부대 생활에 대한 ‘나의 각오’를 작성했는데 눈에 띤다. “처음 하는 군 생활에 살짝 긴장되는 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자세로 열심히 군 생활에 임하고자 한다. 제가 하는 일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제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것이다.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도록 자기관리에도 충실히 임하겠다”는 자신의 각오를 적었다.

그러던 그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이 지경까지 온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점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그를 돕고 있는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가 그와 어떻게 그렇게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는지도 그렇지만 그를 돕고 있는 임재성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월, 6월, 7월 내내 이길준 이경이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와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의무경찰의 경우 부대 배치 후 2개월이 지나면 첫 외박을 나가게 된다. 그래서 그는 5월 27일 3박4일 동안에 걸쳐 첫 외박을 다녀왔다.

사실 그가 의무경찰에 입대하기 전부터 ‘전의경 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모임이나 다른 모임과의 연관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나만의 착각이길 바랄 뿐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개인의 일을 위해 국가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심각하고 무모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부대 생활을 해 온 A모 의경은 “정말 배신감이 든다. 사실 시위 진압 현장에 나가서 방패도 놓고 오고 그가 생활한 3개월여 동안은 정말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도 못하고 다른 부대원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며, “우리 대원들이 모두 속은 것 같아 심한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같이 생활한 또 다른 대원은 “어떻게 6개월이나 1년도 아니고 불과 3개월여의 군 생활을 가지고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정말 어리석은 것 같다. 같은 부대에서 생활했다는 것이 창피할 뿐이다. 차라리 자신이 전역을 한 뒤에 그런 거라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다”며 그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다른 부대에서 생활하고 있는 B모(1기동대 소속) 전경은 “군대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이경의 행동은 같이 생활하는 동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이다”며, “전경도 아니고 자신이 지원해 놓고 이제 와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제 그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지금 자신을 억압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로 저항하고 싶다면 당당하게 부대에 복귀해야 한다. 그리고 강제도 아니고 자신이 지원해서 입대한 의무경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약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진 후에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늦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이 원해서 입대한 의무경찰이든 현역으로 입대했지만 전투경찰로 발령 받아 근무하고 있든지간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4만여 명의 전의경들의 사기를 꺾는 행동을 당장 그만두고 부대로 복귀하길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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