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산 온압보정기 부천의 모한증막에 설치된 외국산 도시가스 온압보정기 ⓒ 최병선
국산 온압보정기 달았다고 가스공급 중단
국산 온압보정기 사용자에 대해 방폭 규정 준수를 요구하며 가스공급중단 및 온압보정계수 적용 거부 등 강공으로 일관하고 있는 도시가스 회사들이 이번에는 저압가스사용자에게 국산 대신 외국산 온압보정기를 판매하고 나서 도덕성 논란을 빚고 있다.
예스코는 Y병원에 ‘온압보정기 적정제품 선정 및 설치 안내’ 공문을 보내 온압보정장치는 방폭검정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면서 병원에 방문한 직원이 구두로“국산 온압보정기는 보정을 안 해주지만 외국산 온압보정기를 설치하면 온도보정계수를 바로 적용해줄 수 있다”며 외산 온압보정기를 판촉 했다는 것이다.
삼천리도 지난 7월부터 병원과 사우나 등 저압가스사용자에게 저압용 외산 온압보정기 영업을 하고 있으며, 부산도시가스 지역사업소에서도 연제구 거제리 C목욕탕에 외산 온압보정기 설치를 제안했다. 이처럼 도시가스 회사들의 외산 온압보정기 영업은 최근 들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주로 지역사업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외산 온압보정기의 가격도 7월 이전에는 350~380만원대에서 판매하다 최근에는 200만원대까지 인하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국산 온압보정기는 계량기의 등급에 따라 6만원부터 150만원로 외산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외산 온압보정기 판매에만 급급
이에 대해 알엔에프의 국산 온압보정기 총판업체인 (주)위더스아이티 김의배 사장은 “도시가스 회사들이 외산 온압보정기가 저압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었음에도 그동안 고의적으로 온도보정을 해주지 않기 위해 이를 숨겨오다가 국산 온압보정기가 시판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외산 온압보정기를 시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국산 제품은 보정을 안 해준다며 설치를 방해하고, 외산제품은 바로 온압보정을 해줄 수 있다며 비싼 값에 팔아먹는 것을 보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라며 도시가스 회사들의 도덕성을 맹비난했다. 김 사장은 또 “도시가스 회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외산 온압보정기의 경우 온압보정기에 대한 KS 인증기준이 마련되어 시행에 들어간 2008년 1월 4일 이후 1년 6개월 안에 KS인증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사항을 가스사용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판매에만 급급하고 있어 가스사용자들의 피해가 우려 된다”며 “이것은 도덕불감증과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도시가스 회사들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온압보정기는 온도와 압력을 ‘0℃ 1기압’으로 보정해주는 장치이다. 저압가스의 경우 거의 1기압과 비슷한 압력이기 때문에 온압보정기를 설치하면 주로 온도만 보정하여 저압가스 사용자들에게 팽창한 가스부피 만큼 가스요금을 돌려주어야 하므로 도시가스 회사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가스 회사들이 그동안 저압가스사용자에게는 이 사실을 숨기고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국산 온압보정기가 저렴한 가격에 시장을 잠식할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국산 온압보정기 인천의 모 사우나에 설치된 국산 도시가스 온압보정기로 KS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 최병선
가사협, 부당요금 반환청구 소송 근거 마련
도시가스사용자협의회(회장 이병철) 김승기 간사는 “국산 온압보정기 설치는 기를 쓰고 막으면서 뒤로 외산 온압보정기 영업하는 것을 보니 국민의 세금을 먹고 자란 도시가스 회사가 어느 나라 회사인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하고 “그동안 저압가스사용자들에게 온압보정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겨 온도보정을 안 해주었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난 만큼 도시가스 회사들이 부당하게 취득한 도시가스 요금은 반환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간사는 “이제 도시가스 부당요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하고 “지난 2006년 도시가스 부당요금 반환청구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1,500여명 중 대표소송에 참여할 사람을 지역별로 안배하여 선발한 후 도시가스사용자협의회를 중심으로 도시가스 부당요금 반환청구소송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산 온압보정기 판매와 관련 해당업계와 사용자들의 반발이 일자 부산도시가스측 외산 온압보정기 영업담당자는 “당분간 영업을 자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시가스 회사들은 국산 온압보정기를 설치한 사용자들에게 일제히 공문을 보내 방폭 인증을 요구하거나 배관 이음매로부터 10cm를 이격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도시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알엔에프 측은 도시가스 회사들의 이러한 요구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사용자를 대리하여 가스공급중지 취소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양측의 공방은 법원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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