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경제학 ① : 빈곤과 질병은 피할 수 없는 신의 섭리인가

탐욕의 경제 시리즈 : 이명박 일당은 "매국과 반역"의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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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yesoh)등록 2008.08.11 13:09
탐욕의 경제학 ① : 빈곤과 질병은 피할 수 없는 신의 섭리인가

지금부터 200년 전 토마스 맬더스(Thomas Maltus, 1766~1834)는 경제학자로서 또한 기독교 목사로서 왕성한 활동상을 보인다.

그의 대표 저작인 ‘인구의 원리에 관한 시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곧 ‘인구론’의 요지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경제학의 종말론이다.

세상의 빈곤은 신이 ‘디폴트’ 값으로 설정한 자연법칙이기에, 헛된 자비심 따위는 하늘의 섭리에 거역하는 어리석음으로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들인다고 주장한다.

오늘의 부자들과 이에 기생하는 경제학자들이 그를 언제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밀턴 프리드먼, 소위 신자유주의(우리 입장에선 신제국주의)의 대표적 이데올로그답게, 시장에서 이미 심판받은 낙오자들은 ‘경제정의’에 합당한 대접을 받은 것일 뿐이라 주장한다.

진정 놀라운 일은, 학수고대의 심정으로 자본주의 종말을 예고했던 칼 마르크스와 20세기 초 전대미문의 대공황 상황을 직접 지켜봤던 존 케인즈 공히, 250년 남짓 미천한 경제학사에서 맬더스를 최고의 예언자로 격찬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종말론적 예언은 현실에서 결코 성취된 적이  없다. 개인으로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흔히들 역사의 우연(偶然)으로 치부하곤 하나, 현실은 무한(無限)의 가능성이 인과(因果)적으로 얽히고설켜 펼쳐지는 모습이다.

대재앙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마르크스가 “모든 부자들을 공산주의 혁명 앞에 떨게 하라”고 강조했던 역사적 실천 때문도 아니었고, 20세기 농업혁명의 기여가 비록 산술급수는 갓 넘었다 해도 그 정도로 될 일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전히, 기하급수를 압도하고 남았던 20세기의 피임 혁명, 곧 혁명적인 여권운동의 덕택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아직도 배아 단계의, 신경계조차 형성되지 않은 ‘세포’ 낙태조차 죄악시하는 일각의 무지한 흐름이 잔존하기는 하지만.

맬더스 목사가 일찍이 꿈꿨던 ‘지상 재림’의 모습이다.

“빈민에게는 청결함을 권하지 말고 그 반대의 습관을 장려해야 한다. 도시의 거리는 더 좁게 만들고 집집마다 더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고 전염병이 잘 돌도록 유인해야 한다. 시골에서는 썩은 연못 근처에 마을을 만들고 특히 불결한 늪지대에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을 황폐화시키는 질병을 퇴치하는 것을 특별히 비난해야 한다. …… 이렇게 해서 매년 죽는 사람이 늘어나면 …… 우리(부자)들은 모두 사춘기에 결혼해도 되고 더 이상 굶어죽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알렐루야!!

역사의 시계바늘을 오늘로 돌려보자.

19세기 초 맬더스 목사의 기도 주문은 페스트나 콜레라로 거추장스런 빈민들을 쓸어버린 후 부자들만의 평안한 세상을 만들자는 거였다.

이를 받아 오늘 세속의 맬더스 후예들은 21세기의 천형이라 할 광우병이나 에이즈(AIDS) 창궐을, ‘돈이 되면 뭐든 불사한다.’는 탐욕에 찌들어, 도처에서 방조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에이즈 환자 수는 거의 5천만에 육박하며 그중 3분의 2 정도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빈곤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지금까지 대략 1년마다 에이즈 환자가 두 배로 증가하여 왔는데, 이런 추세가 앞으로 계속된다면 소위 ‘맬더스 식’ 계산법으로는 고작 7년 후에 에이즈 환자 수가 오늘의 세계인구 60억을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2의 7제곱은 128. 5천만 x 128배 = 64억)

만의 하나 가능할 수도 있다. 국제 제약회사들이 그들의 후견인 역할을 자임하는 국내외의 패권세력 보호와 지원 하에 아무런 제약 없이 무한정으로 탐욕의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면.

하지만 세계의 양심적 여론과 이에 기초한 역사적 실천은 그들의 탐욕을 분명히 저지해낼 것이며, 만약 실천의 강도를 높여 그들의 의도를 조기에 분쇄할 수 있다면, 에이즈 환자 수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 감소될 수 있다.

아마도 현실의 모습은 그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유수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브라질 등의 '강제 라이선싱'(compulsory licensing) 허용 이후 국제여론상 세 불리를 의식하여, 최근 에이즈 약품에 한정해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다.

그들이 ‘새로운 모범’(new template)으로 극구 칭찬하는 한미 FTA의 제약 및 의료 관련 조항, 전체 내용에 비용하면 극히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지난 90여일 이상 분출된 검역주권 침해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사태보다 더욱 심각하게, 우리 서민들의 생명과 건강주권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당면 현안이다.

2008. 8. 11. (월) 오용석 / (정책연) 개방과 통합 연구소장

* <탐욕의 경제학>을 적어보는 뜻은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지배집단의 정체가 ‘매국과 반역의 무리’임을 논증하고자 함입니다. 오늘 1부에 계속하여 탐욕의 경제학,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본 작업을 마치고 나면,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분노의 경제학>을 이어나갈 작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인터넷매체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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