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의 사면이 경제살리기인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 우려된다.

검토 완료

주광재(sbadco)등록 2008.08.13 16:34

이명박 정권이 광복절을 맞아 대규모 특사를 단행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사면을 단행한 것인지 모르겠다. 오로지 우리사회의 유명인사들이 망라되었다는 것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정권이 사면의 명분으로 제시한 것은 국민화합과 경제살리기이다. 화합이라는 단어는 항상 사면 때마다 붙여졌던 것이다. 그러니 이번 사면의 명분은 경제살리기인 셈이다.

 

재벌총수는 경제인인가?

 

대규모 기업집단을 우리는 재벌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런 재벌의 모임을 경제계라 칭한다. 또 재벌의 총수를 경제인이라 한다. 재벌이란 단어는 이미 우리의 고유한 단어로 영어사전에 올라갔을 정도이니 언급하지 않겠다.

 

과연 재벌들의 모임은 경제계라 부르는 것은 타당한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재벌은 사실 경제력이 과도하게 편중된 우리의 경제구조적 문제점을 말해줄 뿐 그 자체로 경제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건전한 중소기업이 있다. 기업만이 경제주체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재벌들의 집단을 경제계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마치 그들이 잘되는 것이 국가경제를 살리는 것처럼 호도되기 쉬운 용어의 혼용일 뿐이다.

 

재벌의 총수들은 경제인일까? 이것도 역시 아니다. 본래 경제인이란 가장 합리적으로 소득활동을 하고 가장 합리적으로 소비에 참여하는 사람을 일컽는 말이다. 그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의 재벌총수들은 도저히 경제인이라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불법과 탈법을 밥먹듯이 하는 재벌의 총수들이 경제인일 수는 없다. 그들은 비경제인이다. 그들을 경제인이라 칭하는 이유도 역시 그들에게 한국경제의 흥망이 달렸음을 강조하기 위한 음험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사면의 대상으로 선정된 재벌총수들은 경제인이 아니다. 따라서 경제살리기를 위해서 그들을 사면했다는 논리도 뜯어볼 구석이 많아 보인다. 그들을 사면하고 그들에게 혜택을 주면 마치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기득권층을 비호하는 거짓 논리일 뿐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언제부턴가 우리에게는 법질서를 조소하는 이 말이 널리 퍼졌다.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는 잣대가 일관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서민이 아기에게 우유를 사먹일 돈이 없어서 작은 절도죄를 범하면 추상같은 처벌을 내려지고, 재벌의 수백억, 수천억을 꿀꺽하면 관대한 처벌이 내려져왔기 때문이다. 네티즌의 사소한 사실관계 오인에 의한 잘못된 글쓰기가 강력한 처벌을 받는가 하면, 힘있는 정치인들의 거대한 범죄가 종종 관대한 처분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판사들이 판결문을 쓸 때 자주 애용하는 문구가 있다. '죄질이 무거우나 그 동안 기업을 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감안하여...' 이런 문장이다. 정치인의 경우도 그러한 방식의 면죄부성 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제적 기득권층,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데 사법부가 주저함이 없었다. 그래서 법질서는 힘없고 돈없는 서민들에게만 추상같이 지켜라고 강요하였다.

 

이러한 풍토는 법의 철학을 무시하는 일이다. 법이란 강자들이 함부러 지배력을 행사하게 되는 사회에서 약자를 법의 이름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돈이 많거나 힘이 센 사람은 법의 보호가 그리 절실하지 않다. 차라리 법이 자신들의 힘을 제약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이 없다면 힘없는 서민들은 항상 죽음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데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법부는 항상 국가경제에의 기여를 말하고, 사회에의 기여를 말하며 강자들만을 철저히 비호해왔다. 오죽하면 탈주범의 입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절규가 나왔겠는가? 사법부는 스스로 통렬한 반성과 뉘우침이 있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도모지 법질서를 지킬 수도 없을 뿐 더러 법의 보호가 필요한 약자들만 법을 지켜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사법부가 기득권을 가진 자들에게 항상 관대한 처분을 해 왔던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가진 사법권조차 늘 기득권층에게 혜택이 주어진 것은 더더욱 불행한 일이다. 특히 이번에 단행된 특별사면의 경우는 극명하게 기득권층에게 혜택이 집중된 특징이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경우 이미 사법부의 판결자체가 문제가 되었던 경우이다. 상투적인 경제에 기여도를 감안한다는 이유로 죄질에 비하여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 그 것도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대상이 되었다. 이미 법원이 명령한 사회봉사 명령조차 아직 극히 일부만 이행된 상태이다. 수백억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빼돌린 혐의가 이렇게 가볍게 해결되고 말았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심각한 폭행치상 및 교사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건이다. 판결에 있어서 역시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이유로 처벌이 관대해졌다. 그런데 그 마저도 이렇게 사면이 되고 말았다. 과연 평범한 서민이 그러한 폭행혐의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의 경우도 그렇다. 사실 분식과 편법으로 엄청난 국가경제적 파장을 일으켰던 인물이 아닌가? 시일이 꽤 지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때의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분노를 느낄 것이다. 이 경우 역시 재벌의 총수이기 때문에 사면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밖에도 수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사면의 대상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는 법질서를 지킬 기득권층이 얼마나 되겠는가? 문제가 되면 사법부가 관대하게 판결하고, 정권이 얼마안가 사면복권을 해버릴 것인데 준법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겠는가? 이러한 사면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

 

법질서만 지켜도 경제성장률이 1%는 높아질 것이라고 발언했던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가 말한 준법은 기득권층을 제외한 서민들만의 준법을 말하는 것인가? 스스로 이렇게 법질서를 허물어 버리는데 과연 서민들이 법질서를 존중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경제살리기를 말하고 있다. 과연 범죄를 저질러서 한국경제에 타격을 입히거나 사회적으로 말썽을 일으킨 사람들을 관대하게 대해주면 저절로 경제가 살아날까? 그들에게만 의존하여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 정도라면 우리경제는 이미 무너졌을 것이다. 또 앞으로도 언제든지 무너질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법질서를 지켜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경제가 진짜 경제이다.

 

기득권층은 더욱 법을 지켜야...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은 법질서의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재산과 권력을 유지하는 것도 법질서가 살아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니 더욱 법질서를 존중하고 지켜나가야 할 처지에 있다. 가진 것이 많은 자가 지킬 것도 많은 법이다.

 

그런 그들이 법질서를 넘어서는 특혜를 요구하고 그것을 즐기려 한다면 결국 우리사회는 지탱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지킬 것이라고는 목숨과 몸뚱아리 뿐인 서민들이 오히려 법을 철저히 지키는 사회는 확실히 이상하다. 지켜야할 기득권이 더 많은 자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준법하는 것이 옳다.

 

또 사법부는 그런 기득권층의 불법에 추상같은 처벌을 가하여 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은 절대로 기득권층을 위해 사면권을 사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재벌총수는 관대한 처벌을 받고 곧 사면되는 반면, 노동자는 절박한 처지에 파업한번 하고는 장기간 철창신세를 져야 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켜야할 것이 많은 자들부터 철저히 법질서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들이 먼저 자신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법을 존중할 때 비로서 지킬 것이 별로 없는 서민들도 법질서를 존중할 것이다. 그들의 범죄와 거기에 따른 처벌은 국가경제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범법행위가 국가경제를 심각히 위협할 뿐이다.

 

힘있고 돈많은 자들이 먼저 나서서 사회질서를 위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지탱될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과 그들을 봐주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법부 그리고 그나마 남은 죄의 대가를 사면해주지 못해서 노심초사하는 정권이 있는 한 이미 이나라는 법치주의 국가라 볼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8.13 15:0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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