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놈놈놈>도 있었고, 레오네 회고전도 있었다. 덥고 무료한 이 여름, 괜찮은 놈 세 명이 나와 만주 벌판을 누비며 펼치는 액션과 엔니오 모리꼬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과 함께 서정적이기까지한 갱영화를 보며 잘 버텨왔다. 이제는 살결을 자극하는 살랑살랑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서부영화 한 편이 있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올 해 초 개봉한 제임스 맨골드의 <3 :10 투 유마>(이하 <투 유마>)는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델머 데이비스의 1957년 작 <결단의 3 : 10>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50년이란 긴 세월 만큼이나 제목의 세련미에도 차이가 느껴진다.) 영화는 서부영화 자체의 묵직함과 더불어 러셀 크로우,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투 톱의 포스로 2시간을 이끌어간다. <투 유마>는 제목에서부터 그 목적의식을 분명히 한다. 천하의 악당(그러나 매력넘치는) 벤 웨이드(러셀 크로우)를 3시 10분 유마행 열차에 태워보내는 일,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지는 목적이자, 내러티브의 전부이다. 이렇게 간단한 스토리 라인은 자칫 <놈놈놈>과 비견될 수 있는데,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차이는 바로 '드라마'의 비중이다.<놈놈놈> 또한 '보물지도 획득'이라는 간단한 스토리로 2시간을 넘게 이끌지만 그 시간을 이끄는 요소는 화려한 액션신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투 유마>는 중반부에 살짝 처지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인물들의 대화에 치중한다. 이로서 드라마가 강조되고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내러티브가 힘을 받는다. (사실 이 점이 후반부로 가면, 영화의 반전을 위한 친절한 해설서라는 느낌을 받게하기도 한다.)<투 유마>의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이중성에 있다. 이 이중성은 서부영화라는 장르와 영화 속 캐릭터, 그 두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특징이다. 우선 영화는 화면 만 봐도 갈증이 나는 건조한 사막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화려한 총질을 자랑하는 무법자들. 특히 영화 초반, 철도회사의 마차를 습격하는 시퀀스에서 고전 서부영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차츰,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놈놈놈>에서도 착한 놈이 있고 나쁜 놈이 있다.(물론 이상한 놈도) 레오네의 영화들을 봐도 언제나 선과 악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 선이 이긴다. 그러나 <투 유마>는 관객을 헷갈리게 만든다. 천하의 악당이라고 생각했던 벤 웨이드가 댄(크리스찬 베일)의 아들이 지적했듯, 속은 선한사람이었던 것일까? 그의 악한 캐릭터는 후반부로 갈수록 모호해지고, 영화의 주제도 기존 서부영화와 달리 선과 악의 뚜렷한 대립, 권선징악을 이야기하기 보다 개인의 상처, 그리고 상처를 가진 남자들의 유대감으로 옮겨간다. 무엇이든 기존의 틀을 벗어나면 당황스럽기 마련이지만 <투 유마>는 느린 전개만큼이나 조심스레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말하지 않아도 알게 하는 벤의 눈빛(그리고 그의 스케치) 댄의 고백 등이 영화의 중심부가 되면서, 이제는 총잡이들의 멋진 총솜씨가 아니라 그들의 우정에 더 관심이 간다. <투 유마>는 웨스턴무비라는 장르 자체를 즐기려는 관객에게 어찌보면 생뚱맞은 영화일 수 있다. 그러나 한단계 진일보한, 새로운 관점의 서부영화를 보고싶다면 주저없이 이 영화를 선택하길 바란다. 비록 크리스찬 베일은 조금 빈티지스럽지만, 아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상을 훌륭히 연기했고, 러셀 크로우 또한 그에게 꼭 맞는 옷처럼 완벽히 그의 역할을 소화해 냈다. 영화 내용 자체를 떠나서 두 배우의 연기만 봐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다. (벤의 충실한 부하 찰리를 연기한 벤 포스터의 연기 또한 볼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cyworld.com/whdkwhdk119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3 :10 투 유마> #서부영화 #크리스찬 베일 #러셀 크로우 #투 유마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