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술을 마신 아저씨

막걸리 집 이야기

검토 완료

송영애(go0330go)등록 2008.09.15 13:55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야구중계가 있던 날,

우리 막걸리 가게 손님들은 술을 마시면서 야구경기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가게에는 네 팀의 손님들이 있었고 그 중 술에 취한 한 손님이 우리나라 선수가 홈런을 치자 기분이 좋아서

옆테이블에 술을 한 병씩 돌리라고 내게 큰소리를 쳤고 손님들도 박수를 치기에 소주 한 병씩을 돌렸다.

혼자 온 아저씨는 야구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계산을 해달라고 했고 난 42,000원이 나온 계산서를 드렸다.

계산서를 본 아저씨는 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자기가 먹은 음식의 종류를 다 써서 가져다 달라고 했고

난 술이 몇 병이고 안주를 뭘 드셨는지 조목조목 써드렸더니 그래도 술 값이 너무 비싸서 내지 못하겠다고 막무가내여서

모른 척하고 다른 손님들께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가게 앞으로 경찰차 한 대가 왔고 그걸 본 아저씨가 얼른 나가서 경찰을 맞았다.

아저씨가 직접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나는 놀라서 아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갔고 아저씨는 술값을 주인이 터무니 없이 많이 달라고 해서 못내겠으니

조사를 해달라고 했고 경찰아저씨는 내게 무슨 일이냐며 묻기에 있는 그대로 말을 했다.

경찰아저씨는 왜 술을 마시고 술값을 안주느냐며 아저씨를 추궁했지만 술에 취한 아저씨는 끝까지 못내겠다고 버티더니

급기야는 돈을 주라고 설득하는 경찰아저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말았다.

화가 난 경찰아저씨는 만취한 아저씨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에 태웠고 아저씨는 또 경찰차 문을 발로 차서

망가뜨렸다.

1년 넘게 장사하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 가슴은 두근거렸고 어떻게 해야할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경찰아저씨는 내게 경찰서에 함께 동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혼자 장사를 하고 있고 안에는 세 팀의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가게를 비워두고 갈 수는 없으니

손님들 가고나면 가겠다고 했더니 자신들이 바쁘니 빨리 타라고 내게 큰 소리를 쳤다.

"그럼, 아주머니는 이 아저씨한테 돈 안받아도 된다는 말이네요?

지금 가서 조서를 꾸미지 않으면 돈 못 받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이해가 되질 않았다.

경찰아저씨가 나보다 더 바쁘다는데 피 같은 내 돈 42,000원을 포기하고 말지 안에있는 손님들은 어떡하란 말인가.

나도 너무 화가나서 "그깟 돈 안 받아도 좋으니 그냥 가세요!"라고 소릴 질렀고

경찰아저씨는 내게 진짜 안 받아도 좋으냐며 확답을 받고 술에 취한 아저씨를 태우고 가버렸다.

결국 아저씨는 본인이 신고하고 본인이 그 경찰차에 실려갔다.

술에 취한 사람도 아저씨를 태우고 간 사람도 다 미운 저녁이었다.

경찰 아저씨는 돈도 안 받아주고 그냥 아저씨만 태우고 가면 되는 것일까?

어떤 바쁜 일이 있기에 그깟 일 따위는 사소하다는 식으로 대하는지 씁쓸했다.

나중에 들으니 그 아저씨는 경찰차 파손한 것 배상하고 무슨 벌금인가를 물고해서 술값보다 더 많은 돈을

들였다는 걸 알았다.

아저씨는 42,000원 벌고 더 많은 돈을 들여 비싼 술을 마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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