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빛깔이 달리 보인다

최00과 배00의 결혼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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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출(k82115)등록 2008.09.30 20:34
결혼 축시

하늘의 빛깔이 달리 보인다

―최00과 배00의 결혼식을 위하여―

김우출

오늘은 하늘의 빛깔이 달리 보입니다.
가눌 수 없는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선 우리가
조그만 사랑의 방 하나를 꾸몄기 때문입니다.

앞마당의 배꽃이 필 때 만난 우리가
그 배나무에 목어(木魚)를 걸 때에는
바람이 무척 심했습니다.
내가 그 목어를 다듬는 동안에는
비도 엄청 쏟아졌지요.

우리는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렸습니다.
들개처럼 살아온 나는
맑고 차가운 술을 그리워하였고
달맞이꽃처럼 살아온 너는
밝고 은은한 달빛을 그리워했었지요.

우리는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 사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다만
서로 사랑하기 위하여 살아왔습니다.
이제, 비가 와도 비를 맞지 않을 것이고
찬바람이 불어와도 넘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거칠고 아득하게 느끼더라도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내 외로움의 길은 언제나 당신에게 머물러 있고
그대 쓸쓸함의 길은 언제나 내게 머물러 있어요.
당신의 서러움이 내 가슴에 밀려올 때마다
내 몸속 어디선가 분명 뜨거운 핏줄이 터질 겁니다.

날과 씨로 만난 당신과 내가
한 폭의 비단을 엮을 수만 있다면
캄캄한 터널을 지나더라도
두 사람이 함께 가슴의 창을 올리면
밝고 환한 햇살이 쏟아질 겁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그릴 수 있는 색깔은 찾기 힘들 거예요.
다만 그대 가슴에 남아있는 눈물의 빛깔을 보태야 하겠지요.

오늘 하늘의 빛깔이 달리 보이는 것은
아마
정다운 이들이 모여들어 나의 가슴이
울렁거리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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