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에 대한 아쉬운 추억

부산국제영화제와 어떤 영화촬영에 대한 안좋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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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intosucces)등록 2008.10.12 18:44
  올해의 개천절은 금요일이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며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임에도 토요일도 쉬는 사람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속칭 '빨간날'인 개천절이 화·수·목요일 등이 아닌 금요일이었기에, 지난 개천절은 많은 사람들에게 '3일 연휴' 중 하루로 인식되었다.

 지난 연휴 기간에 열린 이벤트로 개천절 공식 기념행사 다음으로 가장 큰 이벤트로는, 금번으로 총 13회째를 맞는 '2008 부산국제영화제'(이하 '영화제')가 아닐까 싶다. 연휴 기간에 우연히 맞은 기회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잠시나마 참석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명불허전(名不虛傳)'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꼼꼼하게 많은 것을 준비하려 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완성도 및 기타 이벤트 준비는 물론, 영화 성격(한국, 아시아, 월드)에 따른 영화관 배치와, 숙박밀집이 예상지역의 골목 구석구석까지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길 안내와 차량 유도 등을 행하는 모습 등에서도 이는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금번 영화제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 더군다나 내가 느낀 아쉬움은, 매년 반복되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또한 공교롭게도 금번 영화제 기간 중 촬영을 진행한 한 영화촬영현장의 촬영인력들에게도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 전 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이 부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겪은 봉변이기에 마음이 심난해진다.

[부산국제영화제] 주최측 답변 그대로 행해 영화를 보지 못해도 나의 책임?

당초 내가 예매한 영화는,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부산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역 직접 연결)에서 오전 10시부터 상영되는 <비포 투모로우>였다. 하지만 실수로, 오전 09시 35분에 메가박스 해운대점(부산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 인근 위치)에 닿았고, 잘못 온 것을 1층 안내데스크에서 파악 후 곧바로 본래 상영관인 롯데시네마로 화급히 이동하고자 했다.

 롯데시네마가 있는 롯데백화점 건물은 센텀시티역과, 메가박스가 있는 스펀지 건물은 해운대역과 매우 가깝다. 두 역 간 거리는, 두 역 사이에 단 두 역(동백, 시립미술관)만 존재할 정도로, 매우 짧다. 실제 부산교통공사 사이트에는 두 역간 이동시간이 '5분25초' 로 나올 정도이다. 계단이동과 차량대기의 시간 등을 포함해 길게 잡아도 15분이면 족했다.

나는 짐이 많았다. 서울 사람으로, 부산까지의 먼 길을 당일치기로 올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기에, 대형여행용가방(일명 '캐리어')을 소지 중이었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에게, 지하철(수직이동 부담)과 택시(운임 부담) 외에 빠른 이동방법이 있는지 물었고, 이에 '롯데시네마에 10분이면 충분히 이동 가능한 무료셔틀버스가 운행 중이다'라는 대답을 듣는다. 지하철 이동·대기 시간과 역사 내 계단 이동 등의 시간을 생각하면 버스는 탈만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무료셔틀버스 부산국제영화제 주최 측에서, 케이블TV 'ch CGV'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 무료셔틀버스. 10~15분 배차간격으로 해운대 일대의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한 장소를 순환하였다. ⓒ 이준혁


나는 결국 무료셔틀버스를 탔다. 하지만, 무료셔틀버스 이용이, 이번 내 부산국제영화제 관람에 있어 엄청난 불행(?)이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당초 관계자가 알려준 이동시간은 10분. 하지만, 9시 40분 조금 너머 탄 무료셔틀버스는 무려 35분이 걸려 10시 15분에 롯데백화점 정문에 도착했고, 승강기를 기다려 탄 후 10시 20분에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8층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 매표소에 닿는다.

 영화표 발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가 이미 시작했기에 어떤 이유로도 입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가 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제 관계자의 말이기에 믿고 그대로 따랐고 그래서 늦었는데 결국 영화를 못 보게 되는 경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비포 투모로우> 영화표 발권요구를 완강히 거부하는 아르바이트생(혹은 자원봉사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더는 다투지 않았다. 이들이야,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 영화제를 주최측을 통하여 교육받은 그대로 행동하는, 아무 결정권 없는 '힘 없는 사람들'일 것이 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 말대로, 사정이 어찌됐든 중간진입이 타 관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실제 행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비록 내가 이번 영화를 못 보더라도, 일정 수준의 보상은 받아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하루 일정(오전에 영화를 보고, 지인을 불러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도시 구경을 시도)을 망쳤다는 개인적인 문제 이전에, 향후 언제 어떤 형태로든 이러한 문제가 재차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을 포함해 타지에서 찾은 초행길인 사람들에게 이 상황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문제를 강하게 매듭짓는 게 낫다 봤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영화제 주최 측과 대화가 필요했고, 결국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연락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ARS(1688-3010) 안내에서 종합안내 버튼을 눌러 통화를 시도하면 총무팀을 알려줬고, 총무팀에 통화를 시도하면 홍보 담당을 연결해줬으며, 홍보 담당과 통화를 시도하니 기술팀으로 연락해야 한다며 그 쪽 연락처를 알려줬다.

김해국제공항의 부산국제영화제 방문 환영 현수막 김해국제공항을 비롯 부산으로 오는 주요 대중교통시설(부산역, 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 등)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방문 환영 현수막이 부착됐다. 하지만 막상 매년 반복하는 실수를 올해 피하지 못하는 등, 사소한 측면이지만 관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 이준혁


 영화제 첫 날의 '시한폭탄'과 같은 이 상황을 자신들은 피해 보고자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모습이었다. '지치면 포기하겠지' 하고 예상할 거라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결국 기술팀 관계자와 통화를 했지만 '안타까운 건 알아도 책임 질 이유 없다'라는 답변이 들렸다.

'관람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운행하는 버스까지 우리가 책임질 필요가 있느냐?'라며 오히려 '선생님이 메가박스로 간 게 잘못 아니냐? 우리는 책임 질 이유가 전혀 없다'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이에 나는 '25분 후 시작하는 영화라는 것을 파악한 상태에서, 지하철로 5분 거리인 곳을 가는 데에 10분이 걸린다며 30분이 넘게 걸리는 무료셔틀버스를 알려줬고 그 결과 영화를 볼 수 없게 되었는데, 그것이 어찌 영화제 주최측 책임이 하나도 없느냐'라며 맞섰다. 한국인도 이런데 외국인들은 이런 경우 어떻겠냐는 언급도 덧붙였다.

하지만 영화제 주최 측은 실수를 인정 않으려는 분위기였다. 급기야 담당 중간책임자가, 지금 업무로 바빠서 필자와 전화통화를 할 수 없으니, 내 계좌에 5천원을 '자신의 사비로' 입금할테니 전화를 끊자는 말을 했다. 이는, 상당히 모욕적 발언이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그리고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먼 길을 내려온 사람에게, '우리 책임은 아니지만, 안타까울테니 영화값을 환불해주겠다. 그러니 조용히 있어라'라고 말하는 상황인 것이었다.

결국 나는 왠만해서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발언을 했다. '몇몇 여행전문잡지와 사보에 기사를 쓰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프레스 패찰 받고 찾을 걸 그랬다'라는 발언이었다. 굳이 내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고, 그럴 만하게 외부 기고가 많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발언 후 나는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의 꼿꼿한 태도가 급격하게 누그러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 관련 문제는 매년 반복중이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국내외 언론 관계자에게 오픈하는 비디오룸에서의 <비포 투모로우> DVD 시청 여부를 물어왔다.

나는 당연히 영화 DVD 시청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는 영화를 보러 왔지 돈 5천원을 보상받고자 먼 길을 내려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디오룸 LCD 모니터 및 '비포 투모로우' DVD 부산국제영화제 주최 측의 '피프빌리지'는 메가박스 해운대점이 위치한 복합쇼핑몰 <스펀지>의 5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PC방' 형태로 구성되어 의자, DVD드라이브가 장착된 PC, 영화 원본 DVD 등이 비치되어 있었다. 나는 이 곳에서 <비포 투모로우> 영화를 보게 되었다. ⓒ 이준혁


내게는, 당초 보려고 기대했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관계자에게 요구했던 일관된 구제사항도 '정중한 사과와 다른 영화의 관람 보장'이었기에, 그 정도면 100% 만족은 아니어도 적당하다 봤다. 비록, 커다란 화면에서 웅장한 사운드 세례를 받으며 영화를 볼 수 없고, 종료 후 영화 제작자들의 노고에 대해 타 관객들과 박수로 치하의 화답하지는 못해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비디오룸의 국내외 무수한 언론인 틈에서, 1시간 30분 정도에 걸쳐, 해당 DVD를 보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경험이긴 했다. 하지만 DVD가, 한글자막 및 한글더빙이 전혀 없고 원주민들의 언어와 영어자막만 존재해, 대화마다 연기자 '감정'과 작가 '의도'를 느끼기 이전에 영어 해석에 상당 수준의 집중을 쏟아야 했기에, 관람환경은 상당히 많이 무너지게 됐다.

'힘들게'(?) 영화를 보고 나오며 생각한다. 필자가 겪은 이런 경험은, 누군가에 의해 매년 반복된다 하는데, 그렇다면 왜 이런 좋지 않은 일이 매년 되풀이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동안 이런 경우를 당한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필자가 겪은 일과 같은 이런 일들은 또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해운대 달맞이길 영화촬영 현장] 촬영 인력은 도로 차단도 반말 세례도 가능?

이번 부산 방문에 있어 숙소는 해운대 달맞이길 쪽에 잡았다. 달맞이길 일대는 그 풍광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달맞이길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길이다. 나는 부산에 올 때 자가용을 이용해 오지 않았기에,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에는, 중동역(부산지하철 2호선)이나 중동역에 가기 전에 나오는 미포오거리의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숙소에서 모든 짐을 챙겨 나오는 마지막 날. 어깨에는 배낭을 메고 있는 상태에서 한 손에는 대형 여행용가방을 끌고 이동하고 있었기에 걸음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조심스레 달맞이길에서 중동역으로 가던 차에, 미포오거리에서 길을 막고 영화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연휴(주 : 연휴이자 토요일임) 아침에도 꽤 고생한다' 라는 생각이 들며 잠시 고개를 돌려 살펴보며 내려가려던 차, 해당 영화의 촬영 관계자 중 한 명이 촬영현장을 보며 천천히 가는 나를 보더니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던졌다.

"아, 거기 꼬맹이, 빨리 안 지나가고 뭘 봐?"

뭔가 불쾌했다. 초면인 사람에게 대하는 반말, 막말성 비아냥, 과한 특권의식 등이 느껴지며 순간 나 역시 시쳇말로 '머리에 스팀이 돌기 시작'했다. 가만히 멈춰 있으면서 한 마디 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 촬영 관계자는 또 한 마디를 더 내던졌다.

"아, 말 드럽게 안 듣네. 이 새끼야. 영화촬영하는 것 처음 봐? 빨리 안 가?"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달맞이길에는 나와 같은 저가 여행객이 많았다. 고가 숙소가 여럿 있는 가운데, 시설과 전망 등으로 유명한 찜질방이 있어,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중동역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한 중년 부부가 뭔가 대응하려는 나를 말렸다.

"젊은이, 영화 하는 사람들 입이 원래 거칠어요. 그냥 가는 게 더 나을 거야"

달맞이길 입구를 차단하고 영화를 촬영하는 사람들 10월 4일 아침, 한 영화의 촬영 인력들은, 달맞이길 및 경동메르빌아파트 등으로 향하는 진입로 등 두 방향의 길을 점거하고 영화를 촬영하였다. 이로 인해 휴일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극심한 정체가 빚어질 정도로 이 일대 교통흐름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하였다. ⓒ 이준혁


 사실 나는 동년배보다 상대적으로 '얼굴나이'가 덜 들어보이는 축에 속한다. 머리가 짧을 때에는, 성인과 청소년의 현금 버스운임이 다른(간선버스 기준 성인 1,000원, 청소년 900원) 인천버스에 현금승차를 할 경우, 100원을 거슬러주는 버스기사가 대부분일 정도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자신보다 어려보인다고 반말을 내뱉고, 초면인 사람에게 '새끼'라는 말까지 쓰며, 자기 기분대로 남을 대하는 것이 옳은가 다시 생각해 본다.

더군다나, 해당 영화의 촬영 인력들은, 달맞이길 및 경동메르빌아파트 등으로 향하는 진입로 등 두 방향의 길을 점거하며 교통흐름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휴일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상·하수도 공사 현장 혹은 대형 교통사고 현장 등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량이 줄을 서 천천히 통과할 수준으로 길은 크게 막혔다. 그들의 촬영위치에 따라 차량 통제위치는 계속 변해만 갔다. 지나가는 시민들과 운전자들은 험상궂게 생긴 촬영인력들을 보며 면전에서는 말을 안 했지만 뒤돌아서 욕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직업 삼을 생각은 없었더라도 평소 영화제작에 관심이 매우 많다. 특히 한 때는, 교통·여행 등에 대해 남에게 훈수 둘 정도 되는 지식을 더욱 발전시켜, 로케이션 매니저(Location Manager)가 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관심 속에, 영화촬영하는 데에 있어 장소 섭외가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를, 평소에 심심치 않게 들었다.

당장 내 주변을 보아도, 강남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한 지인은, 영화촬영의 장소섭외 의뢰가 와 '단칼에 거절'한 적이 있다. 잠시 나올 경우라면 홍보효과를 기대 가능하겠지만, 오래 나올 경우라면 그만큼 오래 찍어야 하고, 그 촬영기간 중에는 영업을 하기 힘들 것 같아 그랬다고 한다. 강북에서 식당 쉐프로 있는 다른 지인은, 자신이 일하는 식당에서 하는 촬영 중 촬영관계자가 손님에게 취한 '이유없는'불쾌한 언사로 인해, 촬영기간동안 단골고객 중 상당수가 그 식당에 안 오고, 전체적으로도 매상이 줄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에 '뭔가 사정이 있겠지' 하는 식으로 가볍게 넘어갔다. 교통·여행 분야에 대해 외부에 기고를 할 정도로 관심이 많은 상태에서, 서울메트로 측과 모 영화 제작주체와의 갈등으로 인해 장편 상업영화 촬영 전체가 금지된 경우를 보고서도, 서울메트로 측의 입장이 이해 가면서도 조금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날의 토요일의 경험을 겪으며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온 무수한 관객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한국인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을 너머 구미 각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권 최대·최고 영화제를 너머 세계적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현 상황에서, 영화제의 주최 측이나, 기타 부산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영화인 모두, 관객이 될 일반 시민들을 좀 더 생각해줬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 이준혁


부산광역시가, 기존에 부산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물류·섬유 등의 산업에 더해, 전시·관광·영상 등 미래 신성장 산업에 대해 시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해당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부산광역시 측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가운데 정작 필요한 영화촬영과 관련된 사후관리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영화 관계자들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다 보니 촬영과 관계되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향후에는 해당 영화에 관객이 될 수도 있을 다수의 시민들에게는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부산광역시는 일부 영화의 촬영 관계자 행태(현장파괴, 폭언, 도로점거 등)가 관광객들에게 부산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남긴다는 것을, 영화 관계자들은 '일부'이겠지만 그 일부의 촬영 관계자 행동이 장소섭외 어려움을 가중한다는 것을, 좀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

대중과 함께 하는 영화제, 영화제작환경이 되었으면

나는, 내가 겪은 두 가지의 특수한 경험이, 결코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또한 그러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굳이, 이러한 사항을 공적 기회를 통해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제 주최 측 및 해당 영화촬영 관계자들이 다시는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의 성격이 강하다. 애정으로 건네는 쓴소리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탄탄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이고, 순풍을 달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며 퍼져나가는 한국영화이다. 하지만, 한국영화와 관계된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실망을 느낀 사람들의 불평이 모이고 쌓여나갈 때, 그리고 그 불평이 널리 퍼지고 확산되어 스스로의 목에 들이대는 칼로서 부메랑처럼 다가올 때, 현재의 명성과 호평은 언제든 순식간에 사그라들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공중파방송에 꾸준히 비춰지던 인디밴드들을 일순간에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게 된 데에는 한 인디밴드의 지나친 일탈이 있었다. 동아시아를 강타한 '한류'가 중국에서 서서히 주춤하게 된 데에는, 인터넷을 통해 퍼진 한국에 대한 루머 및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안 좋은 사실의 확산이 컸다.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영화산업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는 문화컨텐츠산업에 전문적 지식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문화컨텐츠산업은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과 함께해야 하는 산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중의 목소리를 듣고, 대중의 호응을 받으며 성장할 때, 문화컨텐츠산업은 지금보다 더욱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호응의 시작은 관심을 가져주는 대중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아닐까 의문을 가져 본다.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보는 사람을 내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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