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쌀직불금 문제를 풀어라

검토 완료

김준태(kjt487)등록 2008.10.22 15:29
   <기고>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쌀직불금 문제를 풀어라
                김준태(시인)

      <기고> 오마이뉴스에 보내는 원고/2008.10.22.수요일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쌀직불금 문제를 풀어라       
                김준태(시인․조선대 인문대 초빙교수)

쌀! 아, 우리나라의 쌀! 우리나라의 쌀농사! 입안에 밥알을 굴리는 심정으로 말을 하려고 하니, 웬일일까? 눈물이 절로 흐른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기에 더욱 그럴까. 하늘같이 둥글고 하얀 쌀밥그릇을 올려놓아야 할 대한민국의 밥상이 위태위태하게 보이고,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비경작자들의 쌀직불금수령’이 분노를 치솟게 한다. 그래, 이렇듯 치미는 걱정과 분노가 어디 나 혼자뿐이랴. 무너져가는 오늘의 농촌과 쌀농사, 그리고 한국인들의 마지막 식탁을 보는 것처럼 분노의 눈물은 나의 얼굴을 소리 없이 적시며 흘러내린다.

농사도 짓지 않는 무려 4만 명 이상의 공무원(부재지주)들이 대리경작자, 소위 소작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쌀 직불금(쌀 소득 보전 직접지불금)을 가로챘다는 뒤틀린 현실은 정말 밥맛과 입맛을 완전히 빼앗아가 버리게 만든다. 전 국토의 경작지 중 50%가 이미 부재지주에게 넘어가버렸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온 바다. 이명박 정부가 내년 7월부터 ‘토지은행’을 신설하여 농지 등 공공개발에 필요한 용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예컨대 경자유전(농사를 실제로 짓는 사람만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의 원칙을 일부 수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소식도 들어온 터이어서.....실로 우려스러운 점이 너무 많았는데 말이다.

일부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공직자들을 포함해 무려 4만 명을 넘어서는 국가공무원들이 쌀직불금을 불법적으로 착복한 행위는 어디에 내놓아도 쉽게 용서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들 공직자들 외에도 일부 도시민들이나 기업가들도 들려온 소문 이상으로 쌀직불금을 타먹었다는 사실은 경천동지할 일이다. 암암리에 그러나 노골적으로 범법을 자행한 이들은 사실은 다른데 큰 잇속을 노리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부동산 투기를 위해 농지를 매입한 다음 직접 쌀농사를 지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직불금을 타낸 실제의 속셈은 양도소득세 따위를 면제받기 위함인데 이것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범죄 사실에 다름 아니다.   

사태가 커지자 여야는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는 했다지만 불법 수령자의 명단 공개 등을 놓고 아직 초당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조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질지 불투명하다. 문제의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게 둔다, 둘 수 없다 하는 것을 보아도 벌써부터 정치공방으로 나갈 조짐까지 내비쳐주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당국은 대안책을 내놓고 있는가? 관계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시한 자료부터가 우선 허점이 많다. ‘논농업종사자’에 대한 자리매김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다. 쌀농업을 실제로 경작하는 농업인을 논농업종사자로는 명시하면서도 ‘농작업의 일부를 위탁’케 하는 토지경영인 혹은 부재지주에 대하여 법률적 바로미터를 제시하지 못한 점이 무엇보다 크게 발견된다.

결론은 이렇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제정된 농지개혁법, 예컨대 대한민국 헌법(제121조)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을 쌀직불금제에 명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6년과 2003년에 걸쳐 각각 도시거주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으되 1천m² 이상의 농지에서 1년 중 90일 이상의 직접농사를 지어야 한다, 2003년 1천m² 미만의 주말농장 허용 등의 헌법 개정이 있어왔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뀐다 한들 비농민의 투기목적을 방지하고 ‘절대식량’을 위해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은 하느님이 내려준 철칙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라고 묻고 싶다.

쌀! 아, 우리나라의 쌀! 우리나라의 쌀농사! 우리민족의 생존터전인 논을 실제 경작자에게 넘겨주려는 노력들을 할 때 비로소 이번의 쌀직불금 문제도 풀릴 것이다. 그래서 논 농토에 대하여서만은 철저히 투기를 막고 국가적인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두 번 말해서 무엇 하랴. 쌀은 하늘이다. 그릇에 둥글게 담긴 하얀 쌀밥이야말로 바로 한국인들의 하늘이다!
               

덧붙이는 글 *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쌀직불금 문제를 풀어라>는 2008년 10월22일자에 게재되었으며, 사안의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 온라인 미디어 매체인 오마이뉴스에도 바로 올린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