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삼성 비자금 받은 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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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환(hanjoguk)등록 2008.10.25 17:18

법치주의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

삼성 비자금 받은 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주종환(hanjoguk)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 63주년 경축식에서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말을 했다. 그 가운데서도 다음과 같은 말이 유독 주목을 끌었다. “나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라도 법을 어기는 경우, 반듯이 제제를 받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대통령에게는 헌법에 면책특권이 주어져 있다. 탄핵도 여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정치상황인지라, “저를 포함해서”라는 말은 한낮 빈말에 불과하고, 결국 법을 어기는 일반국민은 가차 없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법 위반 사실 가운데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성역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삼성재벌과 관련된 부분이다. 삼성문제는 특검까지 갔지만 무두 국민의 법 상식과는 거리가 먼 판결이 내려졌다. 특히 알송달송한 부분은 삼성의 비자금을 먹은 자들의 명단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삼성 비자금 먹은 자들의 명단과 액수를 소상히 알고 있겠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자신들의 명단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그렇겠지 하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넘어갔다. 정치권도 이 부분을 덥고 넘어가고 싶어서 그런가 하며 눈총 받기는 마찬가지다.

쌀 지불제 보조금을 비경작자들이 떼어먹은 명단도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것 역시 권력자들 원낙 많이 끼어있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추측하고 있지만,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정신에 비추어 삼성 비자금 먹은 자의 명단 비공개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공정하지 못한 법 적용을 하는 법원과 검찰이 불과 얼마 안 된 돈과 관련된 가난하고 무력한 죄인인들에 대해 어떻게 유죄판결을 가할 수 있는지 국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일종의 “머슴”이다. 국민을 하늘과 같이 모셔야만 한다는 말도 그 연장성상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서 최고의 권력자로 규정되어 있는 국민은 그 권력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되어있지 않다. 반듯이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권력을 행사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을 망들고 적용하는 국민의 머슴들이 법을 위반하여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법 앞에 평등은 헌법이 규정한 대원칙이지만, “유전무죄 무적유죄”라는 말은 대한민국에서 이미 상식으로 통용되는 말이 되고 있을 정도다.

근본적인 문제는 헌법상의 위와 같은 ‘간접민주주의’ 제도와 헌법 제1조가 규정한 ‘직접민주주의’ 제도 사이에 커다란 괴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이래, 입법부와 사법부가 대통령에 의해 사실상 좌지우지되어 온 것이 통례였음으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존중할 의지가 부족할 때, 헌법과 법률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헌법을 무수히 위반하면서 무리수를 두어왔다. 무엇보다 지유민주주의의 본질적 근간인 언론자유에 관한 헌법조항과 관련법규들을 무시하였다. 민주정권 시절 국회가 KBS 관련 공영방송법을 개정할 때, 종전에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해임권을 삭제하고 임명권만 남겨놓았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임기중인 KBS사장을 파면함으로써 헌법에 정해진 언론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

광복절 행사를 “건국 60주년 행사”로 치루는 것 역시 헌법위반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소되었다. 건국60주년행사에 정부는 무려 279억원이란 막대한 형세를 투입했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이 때 이렇게 많은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경제살리기’ 공약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종교에 대한 중립성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헌법 위반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도 이른바 ‘고소영’식 정책 때문에 행방불명 되어가고 있다. 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은 “외국에서도 우리 교육정책은 미친 것 같다고 하더군요"라고 털어놓았다. (”원간 말“ 2008년 10월호, 119쪽). 특히 묵과하기 어려운 것은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한 헌법을 무시하고 기득권층에 편중된 사면권을 행사함으로써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을 뒷받침했다. 헌법에는 남북 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무시해 왔다.

국회가 제 구실을 다 할 경우라면 당연히 탄핵안이 제출될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국회는 사실상 헌법을 지킬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국가권력의 헌법 위반에 대한 보호막이 없을 때, 국민은 저항권을 갖는다는 것이 헌법학이나 정치학의 통설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은 불법이고 그 통치를 받는 국민은 합법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 국가권력은 일종의 폭력임으로 폭력 대 폭력의 대립으로 치달을 때, 닥치게 될 불행한 사태를 막을 방안은 없는가. 그것이 고민이다. 끝.

주종환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 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이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 ‘평화만들기’, ‘한림온라인’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향신문’, ‘평화만들기’, ‘한림온라인’에도 송고합니다.

2008.10.25 17:2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향신문’, ‘평화만들기’, ‘한림온라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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