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동안 부산 시민들과 함께 동거동락한 부산타워 허물어지고 말 것인가?

용두산 공원 재개발 계획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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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상민(sedi0343)등록 2008.11.22 20:03

인구는 줄고 경제는 최악...탈출구는 용두산 재개발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자랐으며, 그리고 부산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음과 같은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 전역에 흩어져 있는 해수욕장에서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물장구치던 기억, 두 번째 구도의 도시답게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던 기억, 세 번째 영화의 거리 남포동과 수산 시장의 냄새가 가득한 자갈치 시장에 관한 기억,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산타워가 있는 용두산에 관한 기억들이다.

 

새삼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최근 부산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용두산 공원 재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부산 시청이 광복동과 남포동 근처에서 지금의 연산동으로 이전한 이후 용두산 공원 주변 지역 상인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부산 지역 중심 거리로 이름을 떨치던 광복동과 남포동은 예전 활기를 잃어버리고 침체에 빠졌다. 영화의 중심거리이자 쇼핑의 중심거리로 부산을 이끌던 이 두 지역은 서면과 해운대에 밀려 그 위치와 위상이 눈에 띄게 주는 것이 현실이다.

 

그뿐 아니라 최근 부산은 서울 강남과 강북처럼 동부산권과 서부산권으로 나눠져 경제 격차와 문화 혜택 차이가 지역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지역 문제 뿐만 아니라, 현재 부산 지역 경제가 악화 일로에 들어서면서 부산 인구의 감소와 일자리 감소가 매년 되풀이 된다. 최근에는 인천이 부산을 제치고 대한민국 2위 도시 타이틀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지역에서 위기감이 나날이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부산시가 대책을 찾는 것은 당연한 순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문제와 지역 문제, 균형 발전 문제를 위해 부산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계획 중 하나가 용두산 공원 재개발 계획이다. 부산시는 총 공사비 1조6천억원을 민간투자방식으로 투자하여 용두산 공원 6만9119㎡와 주변상업지역 7만5190㎡를 포함해 총 14만4300㎡를 완전히 재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부산 지역에 새로운 명물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부산시의 계획은 얼핏 보면 나쁜 계획처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용두산 공원을 재개발하면서 디자인이 수려한 주거용 고층 건물을 세워 부산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부산지역 시민들에게도 귀가 솔깃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우기 위해 기존에 있던 부산지역 대표 랜드마크인 부산타워를 허물겠다는 발상이다.

 

필자 역시 부산 사람이기에 부산시의 고심에 찬 선택을 누구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우기 위해 부산을 대표하던 기존의 랜드마크를 철거하겠다는 자세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랜드마크란 그 지역 혹은 국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랜드마크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았다.

 

"표지물이라고도 한다. 주위의 경관 중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기 쉬운 특이성이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 특이성은 형태나 배경과의 대비성, 공간적 배치의 우수성 등에서 찾을 수 있으며, 특히 배경과의 대비성은 색채 ·역사성 ·청결감 ·디자인의 특수성, 움직임 ·음향 등으로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서울 시내에 들어섰을 때 남산 타워나 역사성이 있는 서울 남대문 ·경복궁 광화문, 여의도에서는 고층빌딩인 대한생명 63빌딩, 강남에서는 한국종합무역센터빌딩 등은 훌륭한 랜드마크이다."-두산백과사전

 

부산 사람들이 가장 기억할 상징물은 과연 무엇일까 

 

랜드마크의 사전 의미를 찾아본 후 부산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상징물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나에겐 부산타워다. 부산이 고향인 사람들이라면 부산타워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부산타워는 고향과도 같은 친근감을 주는 상징 건축물이다. 달리 말하면 부산 사람들이 타지 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보고 느낀 반가움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부산 시민들에게 친숙한 부산타워는 1973년 대한민국 최초 전망대로 만들어졌다. 당시 홍익대 교수로 유명한 건축가였던 나상기 교수가 부산항을 상징하는 등대를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하였다. 디자인이 부산의 항구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면서 단시간에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부산타워는 지역 울타리에 가두지 않고 건축물의 역사성만 따지더라도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지역 랜드마크의 의미를 떠나 부산타워는 부산의 상징물로서 지역 주민들과 소중한 추억을 함께 공유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부산타워가 위치한 용두산 공원은 남포동과 지역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남포동은 현재도 영화와 패션의 거리로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별 다른 문화생활을 즐길 것이 없던 시절, 남포동에서 영화 한편 본 후 가족, 친구 혹은 애인과 함께 용두산 공원까지 걸어가는 길은 평온한 산책로이자 데이트 코스로 유명했다. 물론 현재도 수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부산타워가 있는 용두산 공원을  오르고 있다.

 

부산타워는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의 의미를 떠나 부산 시민들에게 추억이라는 단어가 덧붙어 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보통 추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 깊어지는 법이다. 우리는 간혹 시간이 지나면 추억을 함께 공유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혹은 추억의 장소를 떠 올리면서 미소 짓기도 한다.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부산타워는 그런 의미에서 지난 35년간 부산 시민과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슬픈 기억을 함께 공유한 건축물이다. 생명이 없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부산타워지만, 지난 35년 동안 부산 시민들 스스로가 이곳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추억이 깃든 곳으로 만들었다. 부산타워의 역사는 비단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물로서 존재가치뿐만 아니라 부산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여러 부산 시민들과 함께 공유되고 또 한 함께 기억되는 추억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부산타워가 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역사속의 건축물로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부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제대로 된 시민들의 의견 수렴조차 없이 허물어져 버린다면, 오랫동안 부산타워와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 보낸 부산 시민들의 아름다운 추억마저 변질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랜드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역사적인 가치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부산타워는 충분히 보존하고 지켜갈 만한 부산 지역의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건축물이다. 이런 부산타워를 허물고 새로운 랜드마크를 “주거용 건축물”로 용두산 공원에 세우겠다는 부산시의 발상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부산 시민의 애환이 담겨 있는 부산타워가 오로지 재개발이라는 논리에 밀려, 제대로 된 의견 조율 한번 없이 미래에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건축물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최소한 용두산 재개발 계획이 지역 주민들에게 환영받으면서 부산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사업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여론 수렴조차 없이 용두산 재개발 계획이 진행이 된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중요한 건축물이 역사 속에서 영원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재개발도 좋지만 최소한 보존 가치가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켜갈 것인지 우리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할 것 같다.

2008.10.29 18:04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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