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집단망각에 반복될 숭례문 화재

검토 완료

손용진(isknemln)등록 2008.11.06 18:58

“내년도 정부 예산안(총지출액기준)이 총 273조 8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6.5% 증가하는 것과 달리 문화재청 예산은 1.5%(64억 원) 줄어든 4천 214억 원으로 책정됐다.” 내년도 문화재청의 정부예산안에 대해 보도한 10월 8일자 연합뉴스 기사의 일부다. 그리고 27일부터 국회의 내년 정부예산안 심의가 시작됐다.

 

짧은 기억을 되살려 보건대, 숭례문이 방화로 훼손된 지는 여덟 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땐 분명히 사람들이 이것을 꽤나 안타까워했고, 어떤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울기까지 했다. 어떤 사람은 죽은(?) 숭례문에 헌화를 했는가 하면, 기왓장 몇 장이 며칠 동안 인터넷을 들었다 놨다 하기도 했다. 언론이 보여준 관심은 거의 송구스러워 하기라도 해야 할 정도여서, 김구 선생이 소원했다던 문화국가가 바로 여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족이지만 필자는 정부가 내놓은 예산을 보고 전문적으로 분석해가며 비판할 능력은 없다. 그리고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목조문화재 재난방지 시스템 구축에 예산이 대폭적으로 확충됐다는 부분을 못 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맞춤법이 틀릴까 전전긍긍하는 글 솜씨에도 이렇게 글질을 하는 것이다.

 

2002년, 문화재청이 2011년까지의 문화재 중장기 비전이란 이름 아래 내놓은 “문화재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기본계획” 9쪽, ‘문화재 보존관리 현황 및 문제점’에서 ‘예산’ 항목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문화재 예산은) 정부전체의 투자우선순위가 매우 낮으며 절대액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오래되어 그사이 상황이 많이 나아졌을지도 모르니, 좀 최근 자료를 볼 필요가 있을 듯도 싶은가? 2007년, 문화재청이 역시 2011년까지의 문화재행정 중장기비전이란 이름아래 내놓은 “문화유산2011” 63쪽에 나오는 ‘문화재행정환경 진단’ 항목이다. 여기서는 이를 SWOT분석 해 놓았는데, 문화재 행정의 약점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낮은 물적․인적기반”이고, 위협으로 나오는 것들에 “관리대상 문화재의 급증”, “문화재보존환경의 악화”가 있다. 이걸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필자의 “오해”인건가?

 

솔직히 필자는 문화재청이 특별히 두드러지게 무능하다든가, 썩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청렴하고 모범적이게 열심히 일하는지는 필자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겠지만, 그냥 거기 공무원들도 다른 부처 공무원들만큼, 딱 그만큼 열심히는 일할 거라고 본다. 다만 문화재가 제대로 보호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는 우리나라와 같은 토건국가에서는 문화재를 토건사업으로부터 건져내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돈과 사람을 쓰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여기서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2월 달에 언론이 그렇게 지적해대던 “구조적인 모순”과 “총체적인 부실”은 그 사이 어디 우주인 모 씨와 안드로메다 관광이라도 간 건가? 언론은 국민들에게 항상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은 무슨 커플 기념일 챙기는 것처럼 100일, 1년을 챙긴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예산과 인력의 확충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지적은 빈말이었던 건가? 그렇게 떠들어대던 mbc, kbs, sbs, 국민, 경향, 동아, 서울, 세계, 오마이, 조선, 중앙, 한국, 한겨레는 정작 예산이 짜이고, 심의되고, 통과되는 이 시점에 무슨 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어떤 노학자가 당시 이야기 했던 바대로 “경제가 할 게 많”은 때가 되니 “아, 좀 참”아야 하는 건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래도 실수로부터 배우는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수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같은 실수를 무던히도 반복한다면 이건 안타까울지는 몰라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어떤 사람’이 내가 사는 나라의 정부고 언론이라면, 그건 또 다른 문제지 싶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나 토론방 같은데 올린건 상관 없겠지요?

2008.11.06 19:0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나 토론방 같은데 올린건 상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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