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인심이 넉넉해 자주 이용했던 식당이 알고 보니 남이 먹다 남긴 반찬을 다시 내놓고 있었다면? 건강을 위해 먹었던 쌈 채소가 기준치의 60배가 넘는 불법 농약으로 오염되어 있었다면? 매일 즐겨먹던 젓갈과 김치가 색소로 뒤범벅된 첨가물 덩어리라면? 같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품인데 일본에는 HACCP(해썹,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이 찍힌 상품이 수출되고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상품은 비위생적으로 제조되고 있다면? 괜한 걱정이 아니다. 이미 ‘KBS 소비자 고발’에서 보도한 사실들이다.
왜 이런 불량품, 불량양심이 없어지지 않는 걸까. ‘KBS 소비자 고발’(KBS1 오후 10:00) 이영돈 PD는 27일(월)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주최로 열린 '소비자가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이라는 강연에서 “소비자가 저항하지 않으니, 기업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PD는 “이런 문제는 소비자들이 힘을 가지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면서 “어떻게 돈을 쓰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인지 알려주는 소비자 교육과 소비자 권익 신장을 위한 조직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소비자를 위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 이PD의 진단이다. 상품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내놓을 리 없는 기업의 광고는 일방적이다. 이PD는 “소비자 스스로 판단하고 상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 단체나 정부 등 제도권의 제한된 정보제공에 한계를 느낀 소비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KBS소비자 고발’이 10%이상의 꽤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도 객관적인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행기 미주노선 운행 중 방사선 노출 위험을 알리는 방송을 앞두고 한 항공사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았을 때 그가 주장한 것도 소비자가 그 사실을 알고 선택할 권리였다.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이 기각돼 방송은 전파를 탔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승객들에게 방사선 노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 방사선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이PD는 “비록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사실로 불안감이 조성된다하더라도 타고 안 타고의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다”고 말했다.
이PD는 “GMO(유전자재조합식품)가 포함된 도넛이나, 간장도 미국처럼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표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시중 간장 용기에는 ‘미국산 대두유’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생산자도 생각하는 소비자의 ‘착한 소비’ 역시 강조했다. 이PD는 “당장 싼 것만을 찾는 소비자들은 기업입장에선 지갑을 여는 개미들일 뿐이다”라면서 “땡처리 등 비정상적인 통로로 상품을 구입하거나, 망한 기업이 내놓는 싼 상품을 산다고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합리적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소비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여기엔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지불수준이나 R&D가격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합리적 가격을 결정하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원 재료비는 비싸지 않지만 치과의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임플란트(인공치아이식)가 그 예다. 그러나 그는 “선진사회일수록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낸다”며 소비자의 의무를 강조했다.
이PD는 “소비자들이 힘을 가지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면서 “조직화되지 않은 소비자들, 소익을 좇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클레임 고객을 감동시키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 기업은 아직 천박한 수준”이라면서 “소비자가 웃을 수 있는 그날까지, 일시적인 시정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나 제도로 연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8.12.15 10:01 |
ⓒ 2008 OhmyNews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