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장국 해장국은 겨울철 소시민의 몸과 마음을 데워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 장동언 가을비와 해장국길가다 들린 누추한 해장국집자리에 앉기도 전 아내가 [이 집 해장국이 괜찮아요] 한다.그러면서 우연히 친구와 와 본 곳이라고저렴하다며 엉겨 붙는 말들을 풀어놓는다.창밖으로 차가운 겨울비가 내린다.가려진 구름 아래를 통과하는눅눅한 생각들을 섬세하게 주무르며해장국 먹어보긴 처음이지만분위기에 앞서 가격의 파동에 민감해진아내 얼굴 바라보며회수할 수 없는 슬픔을 한술 떠목구멍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그렇게 눈물 맛을 음미하며식당의 이 곳 저 곳을 둘러보지만내부엔 TV를 벗 삼아젓가락 허리 뒤트는 식당여주인과리딩그라스 위에 눅눅한 신문지 활자를 풀어놓는 늙은 노인과 그리고 표정 없이 부드러워진 우리 둘 뿐이다.유순한 텍스트 사이로 슬쩍 번져가는 소박한 무늬그 몸통을 몇 술 뜨지도 않았는데자박자박 스며드는 겨울비 때문일까 적당하게 커진 포만감이 슬슬 동공을 넓히며 일어선다.지난 시간, 인간으로 흘러나와울컥울컥 마음을 게워내던 일도 여럿 있었건만허나 오늘은 만사를 잊을 수 있을 만큼 어룽진 애정을 확인하는 행복한 날이었다.흐린 하늘 아래, 도시의 일면을 부부가 걷는다. 순간 해장국집 간판이 시야에 다가오고 출입문을 밀며 내부로 들어서는 아내를 따라 조용히 남편이 들어간다. 그리고 남편에게 무얼 먹을 것인지 묻지도 않고 아내는 [이집은 해장국이 괜찮다]며 해장국을 두 그릇 주문한다. 물론 여전히 남편은 말이 없고, 그런데 때마침 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여기까지는 식사와 관련된 모든 걸 아내에게 맡겨 두는 측은한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면 남편은 실직자일 수도 있고 퇴직자일 수도 있을 것이며 아무튼 가슴이 시린 사람일 것 같다.남편은 안스런 아내의 마음을 직시하며 식당의 내부를 훑어보는데, 힘겨운 경제 탓일까. 내부에는 TV를 보며 행주로 젓가락을 닦는 여주인과 멀찍이 앉아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신문을 들여다보는 연세 많은 노인의 모습, 그리고 씁쓸히 해장국을 들이키는 아내와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무거운 생각이 가슴을 짓누르는 가운데 해장국을 먹고는 있지만 분위기로 보아 해장국에 대한 진한 맛은 음미하지 못할 듯하고, 정작 다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불러오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니 아내의 곡진한 사랑 때문이 아닐는지. 사실, 해장국집은 서민들의 살 냄새와 구수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시인이 이 곳으로 시선을 집중한 까닭은 아마도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일 것이다.장현진 시인의 시 [겨울비와 해장국]은 경제난에 허덕이면서도 서로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아름다운 시이다. 이 시와 같은 마음으로 부부가 사랑을 쏟는다면 이 겨울의 추위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장현진 시인은 1993년 문학과 세상, 문예사조 등을 통하여 등단, 시인겸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겨울비와 해장국 #시 #장현진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