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울리는 과외 알선 업체의 '카드건'

D업체 피해자모임카페에 회원만 70여명...과외비 몇달씩 지연돼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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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진(hdream07)등록 2009.10.16 15:23
과외를 찾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과외 알선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연회비는 기본이고 50퍼센트 이상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하지만 첫 달만 알선해주고 그 다음 달부터는 부모와 과외를 하는 선생님이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알선 업체 중 D업체를 이용한 학생들이 과외비를 지급받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다. H대 3학년인 김아무개씨도 그 중 하나다. 김씨는 같은 피해 학생들을 모아 회사로 직접 방문하기도 했었다.

"과외비 입급 예정 날짜가 되도 돈이 입금이 안 되고 예정 날짜에서 3주나 미뤄져서 답답했죠. 회사에 전화를 하면 항상 담당자는 자리를 비웠다고 하고 계속 다시 연락 준다고 하는 말만 되풀이하고. 이번 달도 또 3주째 미뤄져서 연락을 했어요. 오늘 입금해 준다고 했는데 확인을 해 봐야 알겠죠."

김씨는 "같이 동행한 사람 중에는 2개월치를 못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3개월치인 100만원 이상이 되는 돈을 못 받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과외 알선 업체의 피해자들이 모인 까페 한 유명한 인터넷 과외 찾기 까페에서 알선 업체와 관련한 피해자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 김하진


문제는 알선 업체의 '카드건' 제도

원래 과외 알선업체란 과외 알선까지만 해주는 것이 주된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3달씩이나 장기적으로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이 업체의 '카드건'이라는 것을 알면 이해가 된다. 일명 '카드건'이란 것은 과외 학생의 부모님이 일정한 기간의 과외비를 한꺼번에 카드로 지불하는 것이다. 업체에서는 그 돈에서 카드 수수료와 아이의 학습지비를 제하고 과외 선생님에게 돈을 지급한다.

그런데 이 지급 날짜가 적게는 3주에서 많게는 몇 달까지 미뤄지고 있어서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과외를 하는 대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맡겼던 부모님들도 한꺼번에 카드로 결제를 했다가 환불을 요청했는데 제대로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까페 글에 '아줌마'라는 아이디로 글을 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러하다.

"처음에 상담 교사가 와서 6개월분을 한꺼번에 결제했다. 하지만 미심쩍어서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환불하려고 하니 나머지 달의 위약금을 지불하란다. 거기까진 좋다. 카드사에서 연락이 오기를 담당자가 다른 사람이 그 카드로 결제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더라. 돈이 들어올 때까지 두 달이 될지 세 달이 될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서 막막하기만 하다."

업체에서 '카드건'을 권유할 때 학습지도 함께 제공한다는 권유를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이 업체를 통해 과외를 받은 박모양(중3)은 "학습지는 실제로 학업능력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외 전단지 길거리에서 과외 전단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김하진


ARS는 불통...담당자는 자리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피해사례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업체와의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디 'liar0305'를 쓰는 누리꾼은 '전화를 하면 ARS직원이 담당자가 없다며 나중에 연락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연락이 다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 업체 피해 까페를 만든 한양대학교 영문학과 박모씨(26)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박씨는 처음 까페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해줬다.

"첫 달에는 수수료가 빠지긴 했는데 잘 입금됐어요. 그런데 어느 달부터 2주, 3주씩 점점 입금 날이 늦어지는 거예요. 담당자랑 얘기도 해 봤구요. 그러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까 이곳에서 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조직적으로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아서 까페를 개설 했죠"

현재 피해학생들이 모인 이 까페에는 약 70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회원 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박씨는 "한두 달 정도 여유를 두고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언론사의 협조를 받을 의향도 있다. 물론 업체 측에서 돈을 다 정상적으로 지급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앞으로 해결되는 기미가 없으면 금액을 추산해보고 민형사상의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과외 알선 업체 서대문구에 위치한 과외 알선업체의 건물이다. 건물 밖의 간판과 안의 간판이 전혀 다르다. ⓒ 김하진


업체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어서 지연되는 것일 뿐"

이에 대해 업체의 입장은 무엇일까. 직접 문제의 D업체를 방문해 보았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 과외알선업체는 건물 밖 상호와 안의 상호도 다를 뿐더러 제대로 된 간판조차 없다. 회사 건물 내부는 대략 50평쯤 되어 보였다. 중앙에는 ARS직원들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고 그 외에 직원은 30명 정도로 보인다. 한쪽 코너에는 길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전단지들이 쌓여 있다.

업체 측의 입장은 이러했다. 부모들이 결제한 카드 값들이 수수료와 다른 것들을 거쳐서 학생들에게 지급되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고 한다. 또한 그 밖에 내부 직원 관리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입금이 지연된다고 해명했다. 우선 20일 이후부터 문제를 일괄 처리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돈만 입금 된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돈을 받기까지의 기간 동안 학생들의 정신적인 고통은 도대체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또한 이 업체는 수업료가 입금이 되지 않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선생님과 학생을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지 일시적일지는 모르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속출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업체의 향후 해결방향에 따라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김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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