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삼황오제 시절에는 선양이라는 왕위양도 풍습이 있었다. 자신의 혈족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백성과 나라를 위할 수 있는 덕 있고 명망 있는 인재를 찾아 자신의 왕좌를 물려주는 아름다운 풍습이 바로 선양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존현(尊賢)주의이다. 반면 세습은 사람의 능력에 관계없이 그저 혈연으로 뭉쳐진 한 가문이 자손 대대로 왕위를 독점하는 것이다. 대부분 부자세습으로 이어져 내려왔으며, 간혹 형제 중에서 대를 잇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세습은 혈족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것은 친친(親親)주의이다. 이 둘 중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는 누구도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이 더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내 혈족의 영달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국가의 발전과 백성의 평안을 우선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왕”의 자세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역사적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왕위선양에 의해 다스려졌던 시대야말로 태평성대요, 그로 인한 눈부신 발전이 있어야 한다. 왕은 덕으로써 백성을 다스리고, 백성은 매사에 의욕을 가지고 생산 활동에 참여하며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기록하고 있지 않다. 왕좌가 부자 세습되었던 바로 그 시대부터 인류는 문명 단계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던 것이다. 인도적 측면에서는 그다지 옳지 않다 싶은 것들이 현실 속에서는 오히려 가속도 붙듯 발전을 하는 역사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고대 노예제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국가 경제가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기 시작했고, 근대에는 노동자를 착취하면서부터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던 역사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러한 역사적인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선양이 이루어지던 시대가 바로 ‘행복한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문명국가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리하여 백성들의 삶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았지만 백성들은 함께 웃고, 함께 나누고, 함께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태평성대의 성군이라 추앙받고 있는 왕은 선양이 이루어지던 시절의 요, 순임금이요, 반면 폭군으로 자리매김한 걸, 주왕들은 세습에 의해 다스려졌던 은나라 시절이니 말이다. 선양과 세습. 친친주의와 존현주의. 선양 이후 자리 잡은 친친주의의 풍습은 왕정, 제정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족벌주의, 학벌주의, 지역감정 따위가 바로 그 병폐적 산물이 아니던가. 능력도 실력도 쥐뿔도 없는 사람들이 그저 혈연, 학연에 의지하여 뇌물을 갖다 바치며 한 자리 꿰차고 앉아 있다가, 얼마 후에는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우습지도 않다. 재능은커녕 인간으로서의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않는 사람들이 어찌 정치를 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하지만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묘한 아이러니는 역시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수많은 해프닝들이 모여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직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역사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기적을 바라보고, 또한 바라며, 내가 사는 이 시대 역시 그저 한 가닥 기대를 품고 있을 밖에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데... 친친주의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면서 어찌 존현주의는 이어지지 않는 것인지- 씁쓸할 따름이다. #친친주의 #존현주의 #역사 #지역감정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