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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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호(southcross)등록 2009.02.08 10:49
"소비자 고발" 과연 소비자를 지켜주는가

지난 주 KBS "소비자 고발"에서는 국민 먹거리인 자장면에 대해 보도하였다. 주방장이 담배를 핀 손으로 탕수육 반죽을 버무리며, 주방에는 바퀴벌레가 득실거리고, 재탕한 단무지가 버젓히 식탁에 오른다는 다소 끔찍한 이야기이다. 세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집 음식이 다소 지저분하다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있어왔던 이야기였다.

그렇게 모 업소의 비양심이 전국민이 시청하는 텔레비전에 소개가 된 이후, 한 포털사이트의 베스트 댓글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자기 어머니가 자장면집을 하는데, 이 방송을 보시고 굉장히 힘들어 하시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양심에 입각해서 내 자식을 먹이는 음식처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방송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입가가 씁쓸해진다.

소비자고발 "중화요리"편 ⓒ KBS



동명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개그콘서트의 "소비자 고발"이라는 코너가 있다. 개그맨 황현희씨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업체 대표인 유준상씨에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어처구니 없는 시정조치를 내린다. 두 프로그램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소비자 고발"이 진정 소비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일까. 과연 그 프로그램이 공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삐뚤어진 천민저널리즘의 표적은 누구인가

기자는 "소비자 고발"을 삐뚤어진 천민저널리즘이라고 말하고 싶다. 심지어 사회를 좀먹는 악이라고까지 일컫고 싶다. 자칫 겉으로 보면 소비자의 주권을 지킨다는 면에서 아름다운 외투를 입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 속내를 보면 추악하기 그지 없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은 매주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사회에 잠재적인 공포를 조성하는 "공포 조성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이 드러난 후 여성들의 귀가 시계가 단축되었다는 이야기처럼, "소비자 고발"에 출현한 제품들은 한동안 소비자들에게 된서리를 맞는다. 잘잘못을 떠나서 기획 의도 자체에서부터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첫째, "소비자 고발"은 절대 강자와 싸우지 않는다. "소비자 고발"은 강자라고 일컬어지는 대기업이나 정부기관과 싸우지 않고 그들과 불편한 동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 고발"이 주적으로 삼는 대상은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치킨이나 족발, 자장면 등의 배달업체에서부터, 김이나 귤 등 농어민까지 소비자 고발은 항상 영세 자영업자와 농어민들로부터 이슈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자기들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다.

"소비자 고발"이 대형 보험사의 불법적인 영업형태에 대해서 고발하거나 이동통신업체의 불법적인 요금 징수 등 건들면 자칫 자신도 다칠 수 있는 주제는 의도적으로 회피한다.

실례로 2007년 한국소비자원의 결산자료를 보면, 소비자 상담 다발 품목으로 인터넷 서비스, 이동전화 서비스, 휴대폰, 양복세탁, 자동차중개가 순위로 꼽힌다. 피해구제 접수로 보면 의류나 섬유, 신변용품, 정보통신서비스, 보험, 차량 및 승용물 순으로 나타나 있다. 정보화가 진척되어 정보통신 관련 분야가 단연 상담이나 피해구제 신청에서 앞서고 있으나, 이 프로그램이 소비자들의 이런 불편 사항에 대해서 귀를 기울였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이 항상 만들어 내는 이슈는 먹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소비자 고발"은 약자 위에 서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해당 홈페이지를 가서 지난 회차의 프로그램이 다룬 주제를 살펴보면, 먹거리가 단연 눈에 띈다. 프로그램의 제목이 "소비자 고발"인지 "먹거리 고발"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먹거리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 있는 형편이다. 왜 "소비자 고발"이 다른 분야는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 먹거리에 집착을 할까!

일단 먹거리를 다루는 업자들은 영세 자영업자이거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다. 이들은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 비해서 법적인 항의를 하기에 너무도 힘이 부족하다. 또 강자들에 비해 구린 속을 감추는 것에 철저하지 못하고, 들키더라도 뻔뻔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속죄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비교적 이들이 "다루기 쉬운"편이기 때문에 주로 다루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셋째, "소비자 고발"은 카더라통신과 다를 봐가 없다. 실례로 얼마 전에 보도된 주유소의 사기주유 행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주유소의 일선 주유원들이 주유기를 조였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리터 수를 속인다고 보도를 하였다. 주유소는 거의 대부분 최소 임금도 제대로 챙겨받지 못하는 청소년이나 고령자들이 근무를 한다. 이들은 제 스스로의 몫도 제대로 못 얻고 있는데, 뭐가 예쁘다가 업주들을 위해 차마다 0.x리터의 주유량을 줄이기 위해 주유기를 조작을 할까

진짜 제대로 소위 해먹고자 하는 업주들이 기름 몇 백원어치 덜 팔아서 장사를 하려고 할까, 차라리 탱크에 신나를 절반을 채우고 영업을 하는 편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실제로 그렇게 리터 수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주유기가 기름을 펌프에서 관으로 밀어내는 형식이기 때문에 몇 리터의 차이는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있는 오차이다. 그렇다고 기름을 컵으로 제어서 차에 넣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정 의심이 되면 주유기에 달린 검정표를 살펴보고, 이 주유기가 검정기간을 넘기지 않았는가 확인해보면 된다. 주유기 검정은 공인된 국가기관에서 이루어지며, 검정 후에 봉인을 해서 조작을 했을 시 고발이 되고, 영업에 지장을 받는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또한 검정 기간이 지나기 전에 재검정을 받지 않는 것 역시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이렇듯, "소비자 고발" 실례로 그 내막을 파헤치지 않고, 겉핡기에 그치고 만다. 그들은 마치 카더라 언론처럼 "그렇더랍니다"라고 했다가 "아니더랍니다"라고 슬쩍 말을 바꾼다. 그동안에 피해를 보았던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농어민들의 피해는 과연 누가 보상을 해줄 것인가! 그들의 검증되지 않는 파헤치기는 가히 천박한 수준이다.

넷째, "소비자 고발"은 잠재적인 공포의 조성자이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소비자 고발은 주로 먹거리를 다룬다. 내 아이가 먹을 치킨이나 자장면, 밥상에 올라갈 생선이나 참기름 등의 농산물, 이렇게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것을 취사선택을 하고 그것을 공론화시킨다. 그로인해 사회는 먹거리에 대한 잠재적인 공포에 시달린다. 이 프로그램은 어느 도시의 어느 업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고, 이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있다고 알린다. 그래서 불안은 의심이 되고,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의심의 칼을 겨누고 있다.

"소비자 고발"은 이렇게 이슈화 하기 쉬운 주제를 통하여 자신들을 정직한 저널리즘이라고 떳떳히 알린다. 하지만 그들이 조장하는 공포를 보면 차라리 천민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고 싶다. 연쇄살인 사건 이후로 여성들의 귀가 시계가 단축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보면 이런 불안이 얼마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인가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이슈화 되기 쉬운 주제를 선택하여 제대로 검증된 절차도 없이 방영하는 비양심을 보면서 차라리 이 업체들보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비양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라리 어디 어디에 있는 업체가 이렇더랍니다라고 말해준다면 적어도 정직하게 장사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안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KBS 개그콘서트 "소비자 고발" ⓒ KBS


"자영업자 고발", "농어민 고발"에서 진정한 "소비자 고발"로 거듭나기를

이제 "소비자 고발"은 그동안의 구태를 벗고 진정한 소비자 고발로 거듭나야 한다. 못 사는 사람들의 구린 속을 들춰내는 것이 아니라 강자들의 구린 속도 들쳐내는 "강철중" 같은면을 갖기를 소망한다. 전국의 자영업자들은 매주 방영되는 "소비자 고발"에 자신들이 경영하는 업종이 방영되지 않을까하는 불안에 휩싸여 산다. 방영되는 순간부터 매출이 형편없어 지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속에서 한숨을 더욱 쌓여만 간다.

 이제부터는 공익을 헤치는 업체들을 직접적으로 밝혀 사회에 더 이상 비양심이 발을 붙일 수 없게 하는 "사회적 고발"을 곰곰히 생각해 볼 시점이 찾아왔다. 더 이상 개그콘서트의 "소비자 고발"을 생각하면서 "소비자 고발"을 봤을 때 씁쓸한 웃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저널리즘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 고발"은 굉장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신중해야한다. 신중하지 못하면 선의의 피해가 생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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