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

서울대기오염소송 제4차 준비변론 쟁점사항

검토 완료

김혁(ecorus)등록 2009.02.10 21:56
우산을 들고 오지 않은 날이면 비가 내린다. 비좁은 가방에 한 달간 우산을 들고 다녀도 내리지 않던 비다. 다행히 가방 속에 어제 신문이 있어 펼쳐들었다. 사무실 앞에서 신문지를 쓰고 있는 다른 동료를 만난다. 예견치 않게 비오는 날 보게 되는 출근길 풍경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비 맞는 문제에 민감해졌다. 옷이 비에 젖는 게 귀찮고 무엇보다 산성비이다. 우리 눈을 자극하고 피부질환을 유발할 정도의 독성을 가진 산성비. 하지만 우리는 그런 지독한 산성비를 만들어내는 공기질에 대해서는 심각해 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2월 4일 서울지방법원 356호실. 서울대기오염소송 제4차 준비변론이 열렸다. 서울대기오염소송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에 관한 법률 다툼이다. 이번 준비변론에서 쟁점이 된 것은 증인섭외에 관해서다. 원고 측은 일본 치바대 역학조사 담당자가 한국 법정에 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치바대 조사는 동경대기오염소송 원고들이 승리하는데 핵심자료였다. 일본 환경부는 치바대에 의뢰해 치바현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천식 발병율을 조사했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천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1992년부터 96년까지 진행된 이 조사는 농촌지역, 도심지역, 그리고 도심 도로변 50m 이내 학생들로 조사 대상을 분류했다. 조사 결과는 도로변에서 가까워질수록 천식 발병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남학생의 경우 농촌지역보다 도심지역이 1.85배, 도심 도로변 50m 이내지역은 3.41배 높았다. 여학생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서 농촌지역 학생들보다 도심지역은 2.53배, 도심 도로변 50m 이내 지역은 6.42배 만큼이나 높았다. 일본 재판부는 이 조사결과를 인용하여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과 천식발병 상관관계를 인정하였다. 아직 한국에는 이 정도 규모의 장기 역학조사가 없다. 치바대 조사에 준하는 역학조사를 서울에서 실시하자고 제안했으나 피고들에게 거부당했다. 때문에 일본에서 90년대에 수행한 치바대 조사의 중대함이 그만큼 커졌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 서울시, 그리고 자동차 회사들은 일본 보건의료 전문가가 한국법정에 서는 것에 회의적이다. 일본과 한국의 환경이 다르고 서울의 특수한 상황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면 어떻게든 머리카락은 보호할 수 있다. 뿌옇게 스모그가 낀 날 많은 사람들은 호흡기를 보호하려 마스크를 쓴다. 하지만 스모그를 구성하는 미세먼지는 마스크를 쉽게 통과해 버린다. 마스크 구멍은 충분히 촘촘하지 못하고 배기가스 알갱이는 너무 가늘다. 현재 마스크로는 미세먼지의 20% 정도밖에 걸러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마스크를 통과한 미세먼지는 우리의 기도를 타고 내려가 폐 깊숙이 박힌다.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하는 이유는 주요 도시들인 대전, 광주, 부산에 비해 두 배나 대기오염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것은 서울시민 몸에 두 세배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미세먼지 발생량을 30% 만 줄여도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입원하는 65세 환자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이종태 교수는 말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학조사 한번 하지 않는 정부. 자동차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의 생명정도는 담보해도 좋다고 생각하는지 문제를 계속 방치해왔다.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시민 스스로 나서야겠다. 천식환자들이 서울대기오염소송에 참여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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