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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졌지만 내 마음은 지지 않아”
10년 동안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운, 82세 할머니와 지원모임 사람들
여기 위풍당당한 할머니가 있다. 일본 정부에 첫 제소를 한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87)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1993년부터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 패소하기까지 10년 동안 싸워 왔다. 16세 어린 소녀의 마음을 시퍼런 상처로 얼룩지게 만들었던 7년의 상처와 역사의 침묵 속에서 신음했던 기억을 보상받고 싶었던 것이다. 일본을 향하여 카랑카랑하게 호통친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스크린 속에서 펼쳐진다. 지난 2월 26일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지지 않았다'(감독 안해룡)가 개봉한 것이다. 안해룡 감독은 '송신도 할머니의 재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영화 속에서 담담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할머니의 재판을 위해 결성된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은 강연과 집회를 통해 지지자들을 늘려 나갔다. 일본의 시민단체와 개인 670여명의 자발적인 모금과 참여로 제작된 까닭에 이 영화는 기존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와 출신부터 다르다. 이 작품은 2007년 일본에서 소규모 개봉하여 일본 전역을 돌며 상영된 바가 있다.
"나는 절대 사람을 믿지 않아"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할머니. 지나온 세월이 할퀸 상처가 그녀에게 불신감만을 쥐어 줬다. 한에 악이 받친 그녀지만 남은 것이라곤 71살의 힘없는 몸뚱아리 뿐. 그런 그녀가 겁 없는 선언을 했다. 일본을 상대로 재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녀의 목표는 일본의 '공식적 사과'. 그녀의 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함께한 이들이 있었다. 사무실은 커녕 대표나 직원조차 없이 결성된 막무가내 조직이지만 이들은 10년 동안 송 할머니의 든든한 동지자가 된다.
이 지루하고 긴 전쟁의 끄트머리에서 그들은 결국 '패소'의 쓰디쓴 잔을 들이킨다. 하지만 당시 할머니는 "너네들(지원모임)이 있어 뭐니 뭐니 해도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도 사람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재판에 져도 나는 괜찮아. 아무리 져도 나는 안 녹슬어"라고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그녀의 모습에 침울했던 사람들은 나지막한 미소를 띄운다. 왼쪽 팔에 새겨진 '가네코'란 문신만큼이나 깊숙이 상처는 파고들었지만 영화가 전하는 또 방울의 메시지에 그녀의 상처가 아물 날을 기대해 본다.
2009.02.28 1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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