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854번째 수요집회 현장에서

검토 완료

김나연(trustablesmile)등록 2009.02.28 13:26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아시아 여성 10~20만명을 조직적으로 강제 연행하여 일본군의 성노예로 전락시켰다. 전쟁이 끝나자 일본 정부는 이에 관한 문서를 불태워 버렸다.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 묻혀 버리는 듯 했던 이 문제는 91년 말, 관련 문서가 발굴되고 위안부 피해자의 공개적 증언을 바탕으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 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해 왔다. 광복 100여년이 다가 오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일본의 공식적 사과와 배상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일본군 위안부의 숫자는 250여명. 이들 중 생존자 수는 120여명 뿐 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쓰라린 그들의 상처가 언제쯤 아물 수 있을까.

 

일본대사관앞. 을씨년스런 봄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가운데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서 있다. 그들의 맞은편에는 옷을 꽁꽁 여미고 앉아 있는 할머니들과 나이·국적을 막론한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나이와 국적을 막론한 다양한 사람들이 무리지어 서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역사 교과서에 기록하라' '법적으로 배상하라' 등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854번 째 수요정기집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요구하는 수요시위는 1992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 12시에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이들은 '위안부'란 범죄를 인정하고 국회결의사죄를 하며 책임자 처벌과 함께 법적 배상을 할 것을 촉구해 왔다.

이날 수요집회의 첫머리에는 지난 2월 22일 일본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이 화두에 올랐다. "일본 정부는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고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여 일본 국민들로 하여금 독도가 '일본 소유'라는 것을 각인 시키고 있다"며 역사를 호도하는 일본의 동향에 촉각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최근 한국 정부가 아리랑 3호 발사 수주로 '미씨미지사'를 선정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 했다. '미씨미지사'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 징용하고 임금을 주지 않았는데도 이에 대한 보상마저 거부했다는 것이다. "저희들은 청와대에 정보 공개를 요구 했으나 이를 무시했습니다. '기밀유지' 명목으로 주요 정보들을 빼고 쉬쉬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운동가, 단체다'란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십시오. 전쟁·성폭력·인권 유린 등을 없어지게 합시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은 물론이고 일본 대학생, 파란 눈의 할머니, 할아버지, 수녀님, 선생님들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입을 모으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걸쳐온 집회였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눈을 붉히며 함께 노래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발언을 들었다.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만나면 힘이 생겨요. 왜냐하면 여러분들을 만나서 큰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하고 싶거든요. 알리고 싶거든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우리가 한 마음 한뜻이 되어야 합니다. 왜 튼튼한 나라가 되느냐. 나라가 약하면 우리 같은 사람 생기지 말란 법이 없거든요. 우리 같은 사람은 다시는 없어야 해요. 그저 큰 나라가 되어서 정말로 평화의 나라, 안정된 나라 되는 게 소원이예요. 여러분들 부탁드려요! 그저 바라보지 말고 우리나라가 다시는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그런 지배를 안 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귀 안 먹은 귀머거리 되가지고 전쟁에 끌려 나갔잖아요. 여러분들이 앞으로 큰 힘이 돼서 나서주실 줄 믿습니다. 언젠가 진실을 말할 날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야말로 우리 산 증인이 다 없어지고 (일본이) 누구한테 사과하겠습니까. 말한다 해도 누구한테 말할 겁니까. 우리 할머니들은 저 사람들이 나오지 말라고 가만히 있을까요. 아니거든요. (일본이) 거짓을 가르치고 말 안하고 있으면 역사가 묻히나요? 안 묻혀요. 역사는 살아서 말하는 거나 진배없이 밝혀질 겁니다. 밝혀지는 날에야 우리들의 이 아픈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2009.02.28 13:27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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