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가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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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ohn Seijoong(seijoong)등록 2009.03.05 18:43

                 빗나가는 경제학

 

경제학을 처음배우는 학생들은 경제학이 이해하기 어렵고 재미없고 실생활에, 실제경제를 이해하는 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스러워 한다. 금융상품 투자로 세계적인 부자가 된 워렌 버핏에게 증권투자로 돈을 벌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하였다.  그의 대답은 경제신문을 보라는 것이었다. 경제학 공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금융상품 투자 대가인 조지 소로스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균형(equilibrium)이론 보다는 그 자신이 개발한 "반사성(reflexivity)"이라는 이론으로 금융시장을 해석한다. (조지 소로스, 형선호 옮김, 세계 자본시장의 위기, 김영사,  p.14)

 

지난 1월말과 2월초 순에 IMF는 2009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4%가 될 것이라는 보도였는데  작년 11월에 발표한 2009년 성장률 예측치 2%와 비교하여 두 달 만에 무려 6% 차이가 난다. 아무리 수십 년 만에 나타난 비상시기라고 하더라도 경제학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IMF 관계자와 아시아국가 기자들과의 회견이 있었다.  한국의 경제예측에 대하여 의아하게 생각하는 전문가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IMF 관계자의 대답은 경제성장의 추세(trend)가 살아있을 때의 전망은 쉬워도 추세에서 이탈하는 전환점(turning point)에 있을 때의 전망은 쉽지 않다고 말 하였다. (Transcript of a briefing of Asia press by IMF managing director Dominique Strauss-Kahn, Feb.2, 2009; www.imf.org)

 

 

 

 현실문제에 적용가능성(relevance)이 적어지는 경제학

 

경제학은 경제현상을 분석하는 것인데 경제현상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러한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현상에서 인과관계를 도출하여 경제현상의 법칙성을 정립하는 것이 이론경제학이다. 그러나 복잡 다양한 경제현상에서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복잡한 경제현상을 단순한 여러 요인으로 분해하고 이 들 요인 중 기본적인 소수의 요인만을 뽑아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즉 경제현상의 단순화, 추상화 과정을 통하여 경제이론을 추출해 낸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는 증가한다는 것이 수요의 법칙이다. 그러나 수요는 소비자의 소득, 인구의 크기, 대체재화의 유무, 소비자의 장래에 대한 기대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일정하다고(other things being equal) 가정하고 수요법칙을 도출한 것이다.  2008년 침체경제 상황에서 주식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 졌는데도 주식 부동산 수요는 증가되지 않았다. 가격 보다는 다른 요인들이 더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경제이론은 이와 같이  비현실적인 가정을 토대로 도출된다.  "완전경쟁 하에 있다면", "물가변동이 없다면", "국제수지가 균형을 이른다면", "이 세상에 오직 두 나라만이 있고 오직 두개의 상품이 존재한다면"(국제무역 효과 분석을 위하여),  "통화량이 일정하다면", "원유가격이 60달러 이상 오르지 않는 다면"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된 농담이 있다. 난파당한 배에 화학자, 물리학자 경제학자가 타고 있었다. 그 배에는 통조림이 매우 많이 있었으나 통조림을 딸 도구가 없었다. 화학자는 통조림 밑에 불을 피워 통조림을 터트리자고 제안했다. 물리학자는 통조림을 바위에 세게 던지기 위한 투석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의 주장은 무엇이었을까?  "통조림 따는 도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였다

(윌리암 보몰, 앨런 브라인더 지음, 김원선, 노응원, 이기훈, 정세은 옮김, 경제학의 핵심, 시그마프레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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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경제학적 연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고급이론화 작업(high theorizing)이며 경제학은 논리적 체계와 수학적 기법으로 무장한다. 경제학은 이렇게 과학화 되고 정교해지나 현실적인 문제와 동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해 진다.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지음, 박만섭 옮김, 비전을 상실한 경제학, 필맥, pp.188-189)

  경제학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는 이론이라 할지라도 과학성이 있는 논문이 경제학계에서 인정을 받는다.  명망 있는 학술지도 이러한 과학성이 있는 논문을 선호하며 현실적 문제를 다루는 논문은 기존 분석틀에 잘 맞지 않는다고 하여 논문 통과가 어렵게 된다. 대학의 경제학과 국제 순위는 국제학술지에 얼마나 많은 논문이 실리느냐에 결정되므로 경제학 교수의 연구가 현실적 분석보다도 과학적 분석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신장섭, 싱가폴국립대학교 교수,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 청림출판사, p.33, p.36)

 조지 소로스도 여기에 동조하여 경제학의 지나친 과학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말하기를 인간의 일부측면은 불변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사회과학은 사회적 현상의 연금술과 비슷하다고 비판 한다. (조지 소로스 지음, 형선호 옮김 상계서,  p.74, 76)

 

경제학에 기초를 둔 경제예측 모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경제연구 기관들의 경제예측이 정확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  심지어 경제연구 기관들은 경기가 상승하고 있을 때 하강을 진단했고 경기가 하강하고 있을 때 경기 상승으로 진단한 경우도 있었다.  연구소들은 경제예측 계량모델과 통계자료를 이용하여 경제예측을 한다.  이 모델이 발전하여도 통계학적인 발전일 뿐 정확도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며 보통 100-200개의 변수를 감안 하지만 사실 전망은 신의 영역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경제연구소들의 경제전망이 틀리는 것은 경제예측방법이 지나치게 이론에만 치우치기 때문이며 경제학의 이론적 한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용식, 한국은행 경제예측 팀에 보내는 고언과 제안, 정치포털/칼럼뉴스 서프라이즈, 2004-11-15.)

 

 수년전 미국에 있는 한미은행장이었던  손성원 교수가 월스리트저널에서 선정한 가장 정확한 경제전망 이코노미스트로 선정 되었다. 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의 고객에서 듣고 배운 것을 참고해 경제를 예측한 것이 오늘의 영예를 가저다 주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구매하는 250 달러짜리 청바지가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의 경제성장세와 물가가 오를 것을 확신 했었다고 말했다.( 장익상 특파원, 미국경제 정확히 예측한 손성원 한미은행장,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2006-1-4.)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참고하거나 250달러 청바지가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는 경제이론이 아니라 직감인 것이다.   미국 FRB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시계열 분석모델(과거 성장추세의 분석)에만 의존하여 경제를 예측하기 보다는 여러 시계열 자료를 별도로 분석하여 감각적으로 경제를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 있다. (최용식 상기 자료)

IMF의 작년 11월과 1월의 2009년 한국경제의 전망에서 6% 차이가 난 것은 아마도 11월 전망시에 한국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11월의 IMF보고서가 나오기 한 달 전 KOTRA 조사 자료에서는 이미 선진국으로부터 주문량 감소추세가 나타나고 있어 미국 유럽의 연말 크리스마스 경기를 기대하기 어려워 한국의 수출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조현숙, 윤정식 기자, 실물경제 침체확산, 내년도 "시계제로", 헤럴드경제 2008-10-1)

   또한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도 2008년 8월과 9월 각각 96에서 10월에는 88로 크게 떨어져 있었다. 수출과 내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이다.

이러한 자료의 적정한 반영은 물론이고 손성원 교수나 그린스펀 같이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도 직감에 의한 요소를  감안 하여 좀더 정확한 경제예측을 하는 것이 경제학의 목표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하지 않은 경제예측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 투자자, 일반국민의 의사 결정에 나쁜 영향을 주었는가. 경제학의 과학화를 위하여 적용가능성(relevance)의 저하라는 값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정창영, 제3판 경제학원론, 세경사, p.14) 소수의 경제학자 주장에 필자는 동의한다.

"경제는 경제학자들이 하는 것(Economics is what economists do)",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에 관한 말만하고 경제에 대하여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라는 비난을 받는 것은 경제학연구 패러다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세중 회계사, 신한회계법인, 한양여대 강사

sjkim@kicpa.or.kr, 011-335-1194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월간 공인회계사"에 송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05 18:38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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