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그 가볍고 단순한 기준을 넘어서

WBC 한국-일본戰을 지켜보며

검토 완료

이충현(intellect)등록 2009.03.08 12:23
오랫만에 WBC 아시아 예선(세계야구올림픽, 일본 동경)을 시청했다.
어제 대만을 크게 이긴 우리나라 대표팀은 승리에 도취되어 그 날 저녁에 바로 취침에 들었다는 해설자의 멘트를 들었다.
그 사이에 일본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밤시간까지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을 던지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지난 1회 대회 및 북경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크게 또는 굴욕적으로 패한 실패를 교훈삼아 준비하고 또 준비한 일본인들 특유의 성향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결과는 '2-14'라는 충격적인 7회 콜드게임패. 패배라고 하기엔 너무나 치욕적인 점수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한-일전에서 이와 같은 점수는 그 어떤 경기보다도 민감하게 다가오는 결과가 아니었던가.

사실 야구를 봤으면 시청기를 적어보는 것이 적합할 텐데 그런 즐거운 기록을 남기기엔 내게 다가오는 일련의 구석들이 꽤나 석연치 않은 것들이 많다.
나는 일본에 대해서 평균이상으로 알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기본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서적들을 시작으로 정치, 문화, 역사, 경제 그리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일본인 친구도 적지 않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던 인연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론 이 정도의 나열만으로는 위의 명제를 뒷받침하기엔 부족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오늘 이 글을 통해서 조금씩 생각을 정리해 서술함으로써 우선은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텍스트를 읽는 이들에게 일본이해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물론 WBC이야기도 곳곳에 등장할 것이다.)

일본은 (잘 알다시피) 2차대전 추축국이자 패전국이다. 그들은 미국과 객관적으로 비교해서 이길 수 없음에도 신도(천황숭배)와 특유의 정신력과 전체주의 분위기를 상승해가면서 전쟁을 개시했고 처참한 결과를 얻었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다.
전후 일본은 그렇게 패배에서 출발했다. 적어도 모든 면에서 미국을 이길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끊임없는 경제성장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래서 지금은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변모하지 않았던가.
아주 단순한 논리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과 일본인들은 그렇게 무엇이든 패배에서 원인을 찾아내고 그 지혜를 발견해서 만회하고 노력하는 성미가 체화되어 있다. 이번 WBC의 경우에도 (사실 객관적인 전력으로만 보더라도 우리보다 우수하지만) 돌다리를 수 차례 두드리고 또 두드리듯이 그들은 한국戰을 염두해 두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향후 30년간 일본을 따라오지 못하게 해주겠다."라는 발언을 남기고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일본의 간판타자이자 사무라이 재팬의 주장 이치로(ICHIRO)는 비록 그 땐 '입치로'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거만함을 실력과 냉철함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보여주었다. 일반화시키는 것이 자뭇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또한 들여다보면 이치로는 전형적인 일본인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녀석은 그 누구보다도 한국戰을 기다렸다고 한다.)

일본 AV(Adult Video)를 보면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섹시한 여배우가 등장하지만 대다수의 작품은 잔인함 또는 일방주의로 끝난다. 대부분의 AV가 그런데 일본AV라고 뭐가 다를까 라고 생각하면 나 역시 할 말이 없으나 그네들은 AV에서도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심어서 판매하고 즐긴다. 힘이 부족할 때는 (덤비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엎드려 기다렸다가) 힘이 어느 정도 달구어지면 가차없이 내리친다고 해야 할까? 아주 옛날 조영남의 친일발언 논란으로 대다수의 청취자가 그 발언 하나를 문제삼았으나 그 이전에 조영남은 일본AV를 보면 일본이 정말 무섭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는데 충분히 동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이번 WBC경기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 2회대회에서도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이 첫 번째 계획임에는 분명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벼르고 별렀던 것은 바로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아주 만족스럽고 욕먹지 않을만큼 통쾌한 승부로 설욕하는 것이다. 이미 개최 전부터 일본 국가대표팀은 짜증스러울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부터 신인유망주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드림팀으로 선수진을 짰다.
이번 우리나라 대표팀에서 비록 이승엽이라는 걸출한 타자나 팀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던 박찬호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이미 야구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이들은 알기에 우리는 이미 작년부터 WBC에 대한 선수진을 시작으로 감독문제, 출전문제 및 팀운영에 적잖은 삐걱거림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선전했다고 볼 순 없느냐라고 말한다면 그렇지 못했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오늘 경기내용을 재시청한다면 내 생각에 상당부분 동의하게 될 것이다.

자,, 다시금 WBC야구로 돌아와서,, 보통 큰 대회에서 타격이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 즉 대량득점에 의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대부분 투수전에서 승부가 갈리기 십상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야구를 해서 이겼을 경우 50%는 투수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비록 대표팀 선수 세대교체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전날 대만戰의 승리로 자신감을 쌓았지만 일본의 괴물투수와 무엇보다도 '입치로'라고 조롱했던 이치로를 대비하지 못했다.
정리해서 말한다면 우리는 일본을 '그다지 강하게' 보고 있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실책이 나온 장면에서는 일본 관중의 환호가 나올만큼 적어도 이번 게임을 바라보는 일본의 태도를 아주 쉽게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우에 따라서) 일본을 얕보거나 구체적인 대안없이 비난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이든 일본이 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영토 및  역사문제를 비롯해서 각종 사안에 대해서 열폭과 비아냥 그리고 맞서기로 일관하는 것이 과반 이상의 정서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반면에 요즘엔 환율급상승으로 인해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일본문화나 일본제품 그리고 일본의 언어까지 별비판없이 동경하거나 따라하고 일부에서는 숭배까지 하는 매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태도는 전혀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너무나 모른다.
경제적인 분야 몇 가지만 꼽으라면 다소 격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있겠으나 일본은 우리나라의 국채(國債)의 일정량을 소유하고 있는 채권국이다. 법률적으로 채권실현을 위해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경우 우리는 그에 대한 채무이행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는 붕괴직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음은 전문가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이를 소재로 한 영화까지 등장하지 않았던가?

이번 예선경기는 일본 야구의 Symbol이자 근원지인 도쿄돔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야구에 있어서 도쿄돔(Tokyo Dome)의 의미는 매우 크고 여기서 우리나라를 콜드게임으로 이겼다는 것은 두고두고 야구사의 완패로 기록될 수 있다. 평소 남의 욕이나 험담을 잘 하지 않거나 해도 숨어서 한다는 일본인의 정서를 기대해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대표적으로 일본인들의 익명성이 마음껏 발휘되는 http://2ch.net 같은 곳에서는 우리나라의 야구실력을 위시로 모든 것에서 우리를 비난하는 그들의 야유와 헛된 비교 그리고 망라된 모든 것들이 밤새도록 글로 이미지로 영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그들도 인간이기에 그런 익명의 바다에서 마음껏 열폭하는 것이야 막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글이 계속 길어지다보니 어찌 결론을 내려야 좋을 지 모르겠지만 대강의 요지는 '일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것이 스포츠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따라서 대안과 노력없이 그들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무의식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늘 WBC경기를 통해 9회를 채 채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우리나라 대표팀의 모습은 어쩌면 그동안 별영양가도 없이 일본을 바라보고 평가한 우리의 자화상은 아니었을까 라고 한다면 큰 무리일까? 무서워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더라도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아니 우선은 따라가려는 꾸준한 노력과 의지가 우리대표팀에도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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