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깨어난 K-리그가 3월 7일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해 K-리그 개막전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골과 볼거리로 경기장을 찾은 많은 축구팬들을 뜨겁게 달궈주었다. 서울과 인천의 경기력은 놀라웠고, 수원과 포항과의 경기는 알찼으며 2009년 K-리그 신생팀 강원FC와 제주의 경기는 흥미로웠다. 그 이외의 팀들도 동계훈련의 성과를 팬들에게 선보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모든 K-리그 팬들이 좋은 기억만을 간직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 팬들은 아마도 서울과 전남의 경기를 지켜본 팬들 일 것이다. K-리그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천수는 페에노르트와 수원에서 거듭 실패하며 전남으로 무일푼에 안착할 수 있었다.
개막전에서 보인 이천수의 행동이 본인 주장대로 팀 동료에게 향한 것이던, 부심에게 향했던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TV로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님은 분명했다. 몇 번의 실패이후 신인의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던 그이기에 팬들의 불만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이천수는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상태이고, 10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곽영철 위원장 주재로 상벌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듯 이천수의 중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가끔(?) 외국에서 방황하다 돌다온 그는 이따금씩 팬들을 실망시키고는 했는데 몇 년이 지난 현재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분명 유소년선수들과 앞으로 유소년선수들이 될 수 있는 어린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런 행동은 잘못이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축구란 스포츠가 다른 타 종목의 스포츠에 비해 매우 거칠고 투쟁심을 유발하는 스포츠임은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천수의 제스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만약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 성격, 행동 등이 모두 같다고 생각해 보자. 다람쥐 쳇바퀴 같이 매일 같은 행동, 같은 생각 등을 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지루하고 삶의 무미건조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학업이나 업무에 지칠 때 가끔씩 일탈을 꿈꾸지 않는가.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라는 단체의 일원이 되고 삶을 살아가면서 특정그룹의 일원이 된다. 또한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의 룰을 따르도록 배운다. 하지만 그 룰을 누구나 아무 이유 없이 따르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따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 룰을 전면부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인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질서를 확립하고자 룰이 존재하는 것이고 룰이 보다 정확하고 신뢰를 갖도록 하자면 일탈과 같은 행위가 활력제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다 그 룰을 완벽히 따른다면 룰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안에서도 모든 선수들이 같은 성향을 갖고 있다면 지켜보는 팬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할 것이며, 지금처럼 축구가 가진 재미와 매력이 매우 반감 됐을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악동"들이 존재해 왔지만 그들의 존재는 리그전체로 보았을 때 마이너스 보단 플러스 요인이 더 많았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칸토나의 일명 "쿵푸킥 사건"으로 예를 들어보면 1995년 추운겨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그 당시 맨유의 7번 에릭칸토나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한다. 퇴장을 당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칸토나에게 크리스탈 팰리스의 한 팬이 심한 욕설을 했고, 그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마치 이소룡을 연상시키는 기막힌 발차기로 욕설을 한 축구팬을 가격하며 9개월간 출장정지를 당한다.
그 당시 사건은 각국의 해외토픽에 소개되었을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다. 다시 말해 현재처럼 미디어환경이 발전하고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상황을 알 수 없을 때 프리미어리그는 칸토나의 발차기 하나로 지구상에 프리미어리그 존재를 알릴 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입장에서는 1석 2조 그 이상을 얻은 것이었다.
프리미어리그는 리그 출범 3년 만에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전 세계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었고, 칸토나에게 중징계를 내리면서 프리미어리그에 등록된 모든 선수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다.
이천수의 사건도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천수의 몇 번의 실수가 팬들로 하여금 "이천수는 원래 그런 선수야!!"라는 인식을 갖게 했지만 우리 또한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수를 거듭하기 때문에 아직 축구선수로써 많은 날을 보내야하는 젊은 선수를 매장하듯 비난만을 일삼는 것은 선수와 팬 그리고 구단에게 옳은 일이 아님은 틀림없다.
이번사건을 이천수의 징계수위여부로 마무리 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사건으로 인하여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이천수의 행동을 기사를 통해 접했을 것이고,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2009 K-리그의 개막을 축구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앞으로 이천수의 징계여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 할 수 있었다.
전남은 지역 캠페인을 통해 팬들께 사과를 하며 자연스럽게 구단홍보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구단들도 자연스럽게 캠페인에 참여 하여 홍보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이러한 사건들이 하나, 둘 쌓여 나의 팀, 나의 클럽에 대한 충성심과 선수와 팬 그리고 구단의 유대관계가 깊어짐을 알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팬들과 구단이 수긍 할 수 있는 정확한 상벌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선수와 심판, 구단 등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또다시 누구는 상대선수에게 날라 차기를 해도 경기출전에 문제가 없고, 다른 누구는 몇 마디 잘못했다고 수개월 출장정지 당하는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들이 다시 또 발생하게 된다면 선수와 구단에게는 큰 손해가 될 것이고, 프로연맹은 축구팬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천수와 같이 자신을 표현 하는데 있어 거침없는 선수들을 꼭 문제라고 생각하기 보단 그것을 활용하여 선수와 팬, 구단 모두에게 건설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연구해야한다.
2009.03.10 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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