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싶은 아름다운 순간 캐쉬백

한 편의 영화가 남긴 한 권의 사진첩

검토 완료

김현구(regneus)등록 2009.04.01 15:36
 개봉한지 몇 년이 지난 영화를 지금 와서 다시 들추어내는 건 요즘 나오는 헐리웃 판 로맨틱코미디 물이 내게 실망감만을 안겨주기 때문인지 모른다.
2006년 영국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101분의 런닝 타임이 끝나고 난 뒤에 한 권의 앨범을 본 것 같은  여운을 갖게 만든다. 아름다운 색채감과 스타일리쉬한 화면으로 가득한 시퀀스의 연속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일부 상영관에서만 개봉해 재미를 보지 못 한 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작은 이렇다. 미대 4학년생인 주인공 벤 윌리스(숀 비거스탭)는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여자 친구 수지와 싸운 후 헤어진다. 막상 자신이 이별을 선언 했음에도 헤어진 충격에 괴로워하며 불면증에 시달린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고독과 싸워야 하는 벤은 1분 1초가 길게만 느껴진다.

영화 스틸 사진 ⓒ 스폰지 하우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자 벤은 그 시간을 유용하게 써 보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들어가게 된 대형마트에서 새벽시간 계산원 일을 하게 된다. 늦은 시간 인지라 많지 않은 손님들로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이 계속 되지만 벤은 나름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보낸다. 그것은 벤 스스로가 시간을 정지 시키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물건을 고르고 바구니에 담는 손님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상상하고, 천 눈에 반하게 된 동료 샤론 핀티(에밀리아 폭스)의 섹시한 모습을 상상한다.  영화는 그 순간 한 장의 사진이 되어 벤의 눈을 통해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이런 벤의 상상은 사람을 넘어서 사물에 까지 확장되며 영화가 끝나는 동안 계속해서 등장 한다.

영화 스틸 사진 ⓒ 스폰지 하우스


큰 소리로 떠들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는 이런 영상미의 매력 외에도 개성 있는 조연들이 등장함으로써 재미와 영화적 상상력을 동시에 잡아낸다. 실제로 이 영화는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어냈다. 전직 패션사진가였던 '숀 앨리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가능했을지 모를 결정적 순간의 아름다움 이라 할 수 있다. 몽롱하면서도 환상적인 라스트 씬은 영화가 끝 난지 몇 년 이 지난 지금에도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다.  시끄럽고 떠들썩한 로맨틱코미디 물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영화 팬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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