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비방 선거 현수막은 노예 정치의 선언

김진춘 후보의 네거티브 현수막은 매니페스토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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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수(hs1578)등록 2009.04.06 15:58

교육감 선거에 또 등장한 반전교조 현수막

경기도 최초의 주민직선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상곤, 김진춘, 강원춘 후보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선관위는 지난 해 서울 선거와 마찬가지로 투표율이 20%에 못 미칠까봐 걱정하고 있고, 유력 후보인 김진춘 현 교육감이 각종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리는 등 서울교육감 선거의 재판이라는 분석이 있는 상황에서 서울 선거에서 벌어졌던 볼썽 사나운 일이 또 재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로 현교육감인 김진춘 후보가 "전교조 이념교육,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도 거의 패색이 짙던 공정택 후보가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망가집니다."라는 비방현수막을 내걸어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었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전교조 비방현수막이 등장했다. 이렇게 하고도 매니페스토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 박석균

 

현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 여부가 선거의 기본

원래 선거의 가장 기본은 현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이다. 현 집권 세력이 잘 했고 계속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면 그를, 또는 그의 후임자를 찍어주는 것이고, 반대로 현 집권 세력이 잘 못했고 다시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그와 반대되는 후보 또는 세력에게 표를 주는 것이 선거의 기본이다. 특히, 현 집권 세력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보여야 하는 기본 도의이다.

 

이런 면에서 야권도 아닌 경기도 교육계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진춘 현 교육감의 전교조 비방 현수막은 선거 도의에 어긋난다. 우선 경기 교육의 최고 책임자이자 현 집권자로서 자신의 업적에 대한 평가를 기본으로 하여 유권자에게 판단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한번도 집권 세력이 되지 못했던 전교조에 대한 심판을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아무래도 비겁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서울지부는 조합원 투표를 통하여 내부 지지후보로 주경복 교수를 선언했지만 이번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경기 지부는 이런 조직 후보 선정도 하지 않은 것을 김진춘 후보가 모를 리 없는 상황에서 더욱 비겁하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교육감 선거 등록과 함께 서명한 매니페스토 서약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동이다.

 

이는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것만 내세워 현직 교육감으로서의 위신도 내팽개친 채 공정택 교육감이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하여 전교조 심판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던 것의 벤치마킹이다. 이는 가장 저열한 선거방식인 네거티브 선거 방식으로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하지 않는 비교육적인 선거 운동이다. 다른 의미에서 이는 중세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교육계의 마녀 사냥이며, 냉전 시대의 유물인 변종 색깔론으로 교육계가 앞장 서서 청산해야 할 잔재이다.

 

김진춘 후보의 전교조 비방 현수막은 스스로 노예정치를 선언한 것

철학자 니체에 의하면 노예는 원한과 증오만을 알 뿐 스스로 긍정적인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고 오직 부정적인 방식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세우는데, 그들은 스스로 긍정적인 가치의 창조자가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부정을 통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의 잘못에 기생하여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진춘 후보의 전교조 비방 현수막은 '비겁한 노예의 정치'이자 스스로 "노예의 정치를 하겠다."는 자기선언이다. 이는 결코 학생들에게 주인의식과 자기 정체성을 교육해야 할 교육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그가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전교조는 우리 교육의 집권 세력도 아니고, 이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직접 조직 후보를 선언하지도 않았다.

 

김진춘 후보의 이번 현수막은 초반 현직교육감이라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여유있게 앞서 가다가 막판으로 투표일이 가까울수록 김상곤 후보에 의해서 격차가 좁혀지고, 각종 선거법 위반 시비로 인하여 궁지에 몰려서 김상곤 후보와 전교조를 도매금으로 비난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로 내놓은 선거 전략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른 사람의 부정에 의해서만 자신의 생존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스스로 노예임을 선언하는 것이며, 노예의 정치는 정치 도의에도 맞지 않고, 교육적이지도 못하다. 김진춘 후보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지난 4년의 교육 업적에 대한 것을 내놓고 그것으로 유권자들에게 당당히 평가받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전교조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 아니라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비전을 내놓고 선거에 임하는 '주인의 정치'를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2009.04.06 15:56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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