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평준화와 사학법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면.....

헌재의 평준화와 임시이사의 합헌 결정에 침묵하는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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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수(hs1578)등록 2009.05.11 17:23
헌법재판소 평준화와 사학법 임시이사 합헌 결정
지난 4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우리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의 결정 두 개를 내렸다. 이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4조에 의한 학교군별 추첨 배정 방식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평준화 제도에 대한 합헌 결정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사립학교법 제25조 제3항의 임시이사 파견 조항 역시 헌법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라는 결정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른 바 조중동이라는 거대 족벌언론들은 이 두 가지 결정에 대해서 거의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임시이사의 합헌 결정에 대해서는 조중동 공히 보도하지 않았고, 평준화 합헌에 대해서 조선과 중앙일보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고, 동아일보만 사회면에 짧막한 사실보도만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우리 사회 교육문제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평준화 제도와 사립학교법의 임시이사 제도에 대한 합헌 결정에 대해서 청와대와 교과부는 침묵하고, 사학재단은 무시하고, 거대 족벌언론들은 보도조차 하지 않을까? 무서운 카르텔이다.

만약, 평준화 제도가 위헌이고, 사학법의 임시이사 제도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면 청와대, 교과부, 사학재단, 그리고 조종동 등 거대언론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지금처럼 침묵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평준화의 합헌 판결은 교육 격차 원인과 우열반-일류학교 논쟁 종지부
이번 헌재의 평준화 제도에 대한 합헌 결정을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 동안 논란이 되어온 여러 관점에 대해서 종지부를 찍었다.

먼저 헌재는 평준화 체제의 학군별 추첨 입학은 "고등학교 과열입시경쟁을 해소함으로써 중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학교 간 격차 및 지역 간 격차 해소를 통하여 고등학교 교육 기회의 균등 제공을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밝혀 법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또한 사립학교의 선택권과 종교의 문제에 대해서도 "사립학교선택권의 보장은 여러 교육여건이 갖추어진 뒤에 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며...... 종교과목이 정규과목인 경우 대체과목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하여 학부모의 '사립학교 선택권'이나 종교교육을 위한 학교선택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혀 사립학교와 종교학교 역시 공교육체제의 일원으로서 평준화 체제에 포함되는 것이 합헌임을 명백히 했다.

가장 크게 논란거리였던 헌법의 '능력에 따른 교육기회의 균등'에 대해서도 "헌법은 자녀의 능력에 따른 자녀 교육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는 성적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받거나 우수한 학생이 별도로 분리돼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혀 우열반이나 일류고, 귀족학교 논란에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마지막으로 평준화 체제가 학교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사교육 규모가 확대된 것은 학교간 격차 개선을 위한 투자 부진 등으로 발생한 것일 뿐 평준화 자체를 교육 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여 평준화 체제가 학교간 교육격차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4명 중 3명은 평준화 제도 자체의 위헌 입장이 아니라 우리 헌법의 교육제도 법률주의와 위임입법 금지주의에 의하여 국회 입법인 법률이 아니라 행정 입법인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에 대한 형식적인 문제 제기였는데, 이것도 다수 의견은 모법인 초중등교육법 제47조 제2항을 근거조항으로 인정하여 수권 법률임을 인정하였다.

결과적으로 평준화 제도가 국민의 학교선택권을 제약하여 내용상으로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단 1명뿐이었다. 이로써 지난 수십년 간 지속된 평준화 체제와 학교 선택권의 문제, 학교간 학력 격차에 대한 위헌논쟁은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사학 임시이사는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 불법으로부터 재산권 보호하는 합헌
평준화 합헌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바로 사립학교법의 임시이사 파견 제도의 합헌 결정이다. 같은 날 헌법재판소는 사학법 제25조의 임시이사 제도에 개별 임시이사의 임기만 정하고, 전체 임시이사 체제의 존속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는 것에 대해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태양학원(경인여대의 모법인)의 전 이사진은 구 사립학교법 제25조가 개별 임시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면서도 임시이사 제체의 존속 기한을 정하지 않아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위헌 소송을 냈다.

그러나 헌법 재판소는 "임시이사 제도는 위기사태에 빠진 학교법인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수학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 그 제도적 취지가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학교법인의 사립학교 운영권을 조속히 회복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임시이사 체제의 존속기한을 일률적으로 규정한다면, 선임사유가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그 존속기한의 제한에 얽매어 더 이상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없거나 임시이사의 직무수행이 중단될 수 있어, 오히려 위기에 빠진 학교의 경영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여 임시이사 제도를 둔 취지에 반하게 된다. .... 따라서 위 법률조항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과잉되게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임시이사 제도 자체뿐 아니라 존속 기한을 제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산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재산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지닌 사회적인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이 크면 클수록 입법자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정당화되고, 특정 재산권의 이용이나 처분이 그 소유자 개인의 생활영역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일반국민 다수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입법자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개인의 재산권을 규제하는 권한을 더욱 폭넓게 가진다."라고 인정하면서,

"임시이사 제도가 수행하는 제도적 기능에는 파행운영으로 인한 학교법인의 손해를 방지하고 학교법인이 정관으로 정한 목적에 따라 정당하게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를 회복시킴으로써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학교법인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임시이사 체제의 존속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학교법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잉된 제한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하여 내용상으로도 임시이사 제도와 임시이사의 존속 기한을 정하지 않은 것이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법으로부터 재산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학법인엽합회 등 사학단체들은 2007년 8월 재개정된 사학법에 대해서도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여기에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앞장 섰다. 이들의 사학법에 대한 가장 중요한 공격 근거가 위헌 소지였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조항 중 하나가 임시이사 제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임시이사제 자체에 대해서, 그리고 존속 기한을 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서 사학재단의 위헌 주장이 터무니없는 주장이었음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학재단뿐 아니라 청와대와 한나라당, 교과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조중동 역시 단 한 줄도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다.

청와대, 한나라당, 교과부, 사학재단 침묵의 카르텔 : 만약 평준화와 사학법이 위헌 결정을 받았다면......
평준화 체제와 사학법 임시이사제에 대한 합헌 결정에 청와대와 한나라당, 교과부와 조중동 보수언론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침묵할 수 있었을까? 아마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좌파 정권의 좌파 교육 법안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 어쩌고 하면서 난리가 났을 것이고, 교과부 역시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평준화를 해체하고 사학의 임시이사제를 폐지하는 정부 입법을 제출하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그리고 한기총 등 보수 종교단체를 내세운 사학들은 신의 뜻이 어쩌고, 종교의 자유니 사유재산이 어쩌고 하면서 온 교회에 현수막을 걸고, 전국적으로 기도회를 열며 전교조가 위헌세력이자 사탄으로 판명났다고 성토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런 장면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준화와 사학법의 임시이사제는 모두 합헌 결정을 받았고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한기총과 사학재단은 한 마디 논평이라도 내보내야 하지 않을까? 조중동 보수언론은 비록 불만이 있더라도 이들의 합헌 결정과 청와대, 한나라당의 침묵에 대해서 사실 보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벗기 위한 최소한의 언론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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