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인 경기12잡가을 위해 인생을 받친 김희자을 찾아서

경기12잡가는 판소리 완창하는 것만큼 힘이드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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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madangin)등록 2009.05.12 14:49

경기12잡가 완창하는 모습 경기12잡가 완창하는 것은 판소리 완창하는 것만큼 힘이든 작업이다. ⓒ 사진제공 뉴스컴


중요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김희자씨가 가장 힘든 길을 걷고 있다. 경기12잡가는  비인기 종목이다. 김희자씨는 경기12잡가의 명인이다. 지난 해 10월에 무형문화제 전수회관에서 경기12잡가 완창공연을 했다. 경기12잡가는 경기민요에 비해 대중들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경기소리의 으뜸이라고 여겨진다. 서서 부르는 민요와 달리 앉아 부르기 때문에 12좌창(座唱)이라고도 한다. 곡조가 느리고 서설이 길어 12곡을 완창하는 데 3-4시간이나 걸릴 만큼 힘이 든다. 따라서 이번 12잡가 완창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무대였다.

기존 민요가 굿거리장단, 세마치장단 등 흥겨운 가락을 사용하는 데 비해 잡가는 느린 박자에 얹혀있다. 따라서 부르거나 듣기에 다소 힘이 들지만, "잡가만 제대로 들으면 딴 노래는 저절로 들린다"고 할 만큼 높은음, 낮은음, 중간음 등 경기 소리의 모든 요소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김희자씨는 "길게는 한 곡에 20분 가까이 걸리는 12잡가를 완창하는 것은 판소리 완창만큼이나 어려운 시도"라며 "이번까지가 최근순, 김영임 이어 김희자씨가 세 번째로 완창 공연이 이었다고 수줍게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 여러 선, 후배님들께서 완창발표회을 가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어렵고 힘든 작품이다.

김희자씨는 1970년대 우리나라 민요전공학습의 효시인 청구고전성악학원에서 중요 무형문화재 제19호 故이창배 선생에게 기량과 이론을 닦아 1985년도에 최창남 선생에게 시사를 받았으며, 묵계월 선생의 문하에서 2003년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이수자로 선정된 후 2004년 제9회 경서도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경기12잡가는 조선 말기에 공예인, 상인, 기생들이 즐겨 불렀는데 지금의 서울역에서 만리동 고개 및 청파동에 이르는 지역에 살던 남자 소리꾼들인 "사계축(四契軸)"에 의해 널리 보급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산과 강을 구경하자는 "유산가(遊山歌)", 판소리 적벽가 중 적벽대전 대목을 옮겨온 "적벽가", 제비 후리러 나가는 "제비가", 판소리 춘향가를 일부 옮겼다 해서 "소춘향가", 뱃놀이 할 때 부르는 "선유가(船遊歌)", 춘향이 신관사또에게 끌려 나와 매 맞는 장면에서 집장사령의 행동을 표현한 "집장가", 춘향이 사또의 모진 매를 맞고 옥중에서 고생하는 대목인 "형장가", 평양기생 월선의 이름이 자주 나오는 "평양가" 등 8곡인 팔잡가(八雜歌)뿐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정가(正歌)인 12가사(十二歌詞)에 맞추기 위하여, 12달 내내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노래인 달거리(12월령가라고도 함), 매 열 대를 치는 동안 그 매 수에 맞추어 춘향의 절개를 엮어 나간다는 "십장가", 이 도령과 춘향이 오리정에서 이별할 때 주고받는 사랑의 이야기인 "출인가(出引歌)", 사랑하는 낭군을 한양으로 떠나보내는 한 여인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한 가사 "방물가(方物歌)" 등 이른바 잡잡가(雜雜歌) 4곡을 더해 12곡으로 만든 것이다.

김희자씨는 30년간 힘든 역경 속에서도 매일 10시간 이상 소리공부을 하고 경험과 연륜이 쌓여 지금이 가장 소리를 잘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경기 12잡가의 자세한 해설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스승인 묵계월로부터 물려받은 묵계월 제도의 12잡가를 채보한 < 경기 12잡가 > (해히티지 그라모폰)도 선보였다.

"판소리 못지않은 대단한 소리이면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귀중한 음악유산을 세간에 알리는 것이 경기소리 공부를 하는 저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완창무대를 염두에 두고 오랫동안 12잡가를 공부해왔지만 워낙 어려워서 결심이 서지 못했다"면서 "경기소리꾼으로서 잘하든 못하든 한번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고 큰마음 먹고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스승묵계월선생님과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예능보유자 ⓒ 김진상


공연을 하면서 가장 힘이 되어준 분은 바로 스승인 묵계월선생이다. 중요무형문화제 57호 경기민요 명예보유자 묵계월씨가 고수를 맡아 제자와 스승이 한자리에서 공연을 펼쳤다 올해 86세의 고령임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쉬지 않으시고 꼿꼿한 자세로 장구장단을 쳐주셨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스승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김희자씨는 앞으로 더 정진하는 자세로 다음에 있을 경연대회 준비를 위해서 이런 말을 했다. "내일을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만 안정된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이 시대에 명인으로서 한 무대에 당당하게 서고 싶다 라면서 수줍어하는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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