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랑스 그리고 ‘블릭’

5월 28일~29일, 희극과 비극의 교차점에서 전하는 두 병사의 이야기 <블릭> 공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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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rhavkddlvh)등록 2009.05.29 08:20
 

<블릭> 공연 모습 ⓒ 춘천마임축제

 

   5월 28일(목) 춘천문화예술회관에 '블릭'이 찾아왔다. 호모루덴스 컴퍼니(한국)와 극단 뮤수마담오(프랑스)가 공동으로 제작한 '블릭'은 낡은 초소를 무대로 하여 두 병사의 몰락을 표현한 작품이다. 블릭은 전체 상징인 리퍼블릭(공화국)이란 단어에서 일부가 떨어지고 남아 있는 말로써, 가치관 상실과 방향을 잃고 떠도는 권력을 의미한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블릭을 보려는 관객들이 줄을 이었다. 블릭을 보기 위해 춘천문화예술회관을 찾은 대학생 권순영(21)씨는 "큰 기대를 품고 찾아왔다. 마임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마임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고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제작한 공연이라고 들었다. 국제적인 공연이 보고 싶어 '블릭'을 찾았다."라며 여러 가지 마임들 중 블릭을 찾은 이유를 말했다.

 

<블릭> 공연 모습 ⓒ 춘천마임축제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와 객석의 조명이 꺼지고 어둠이 나타났다. 고요함이 이어졌고 무대의 조명과 함께 초소가 나타났다. 병사의 모습을 한 배우들이 나타나자 공연장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관객 모두가 숨죽이고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면서도 행동 하나하나에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코믹한 이미지를 나타내던 '블릭'은 공연 후반 제목에 맞는 무거운 주제를 이어갔다.

 

  특히 'REPUBLIK'이라고 써진 초소간판이 부숴지며 'BLIK'이라는 문구만 남게 되었을 때는 마임 '블릭'의 진정한 의미가 담긴 공연이 시작된다. 이어서 두 병사의 갈등이 일어나고 한 병사가 절대 넘어가서는 안 돼는 경계선을 넘어가게 된다. 초소에 남은 다른 병사는 25 년 동안 함께한 동지가 떠나자 슬퍼하며 괴로워한다. 경계선을 넘어 간 병사는 죽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초소에 남아있던 병사는 동지의 죽음에 외로움을 느끼며 자살을 한다. 자신의 턱에 총을 쏘는 장면에서의 효과음은 'BLIK'이라는 초소간판이 바닥과 부딪칠 때의 '쾅'하는 소리가 대신했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BLIK'이 결국에는 인간의 몰락을 불러온다는 것을 표현한다.

 

<블릭> 공연 모습 ⓒ 춘천 마임 축제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블릭'의 연출자와 출연진들이 무대 인사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박수를 쳤다. 자리에서 일어나 춘천문화예술회관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과 후련한 듯 표정이 교차하였다.

 

  '블릭'을 관람한 고등학생 김성민(17)군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과 스토리였지만 뭔가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축제기간 동안 여러 가지 마임공연을 보았지만 '블릭'만큼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 공연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블릭>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이 무대인사하는 모습. ⓒ 예재윤

 

   5월 28일(목)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시작한 '블릭'은 29일(금) 오후 7시 공연을 마지막으로 선보이게 된다.

 

 

 

2009.05.29 08:21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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