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노무현

'이명박 정권은 포괄적 살인죄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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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dambawo)등록 2009.05.31 11:45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전, 이스라엘에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대사제들과 원로들은 군중을 선동하여 (빌라도 총독에게) 예수는 죽여 달라고 요구하게 하였다. 그래서 (빌라도 총독이) '그리스도라는 예수는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하자 모두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소리 질렀다. 빌라도가 '도대체 그 사람의 잘못이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사람들은 더 악을 써가며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고 외쳤다."
그리고 "세 시쯤 되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께서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고 부르짖으셨다. 예수께서 다시 한 번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다." 33세에.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후, 대한민국에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한 원로가 "인류의 역사의 어느 때에나 인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진실인데 진실이 없으면 사람이 사람 구실 못하게 마련이다. 그런 자가 공직의 높은 자리에 앉으면 많은 백성이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씨는 정말 딜렘마에 빠졌다. (노무현 씨는)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서 복역하는 수밖에는 없겠다."고 외쳤다.
그리고 2009년 5월 23일 노무현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며 고향 봉화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63세에.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전,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다음과 같이 조롱하였다.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은 '남은 살리면서 자기는 못 살리는구나. 저 사람이 이스라엘의 왕이래. 십자가에서 한 번 내려와 보시지. 그러면 우리가 믿고말고. 저 사람이 하느님을 믿고 또 제가 하느님의 아들입네 했으니 하느님이 원하시면 어디 살려보시라지' 하며 (예수를) 조롱하였다."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후, 2천년 전 이스라엘의 원로 신분인 대한민국의 한 원로가 노무현 추모에 대해 "사회전체가 미처 돌아가도 너무 미처 돌아간다. 굿판공화국이 됐다."며 다음과 같이 통탄했다.
"노무현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패가망신의 도피처로 자살을 택한 것이다. 그런 그가 무엇이 잘났다는 말인가? 천하의 부끄러운 존재인 것이다. 그는 감옥에 갈 피의자였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고 있는 꼴을 보면 사회 전체가 미처 돌아가고 있다. 무대 뒤로 사라졌던 역대 빨갱이들이 줄줄이 나와서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까불어대는 모습, 참으로 꼴 볼견들이다. 파렴치한 죄를 짓고 그 돌파구로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파렴치한 죄인, 자살한 죄인을 향해 서거? 추모? 국민장? 참으로 미쳐 돌아가도 너무 미쳐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참으로 중심 없이 돌아가는 어지럽고 더러운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굿판공화국이 됐다."고 비통해 했다.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전, 예수의 부활을 우려한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빌라도에게 몰려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각하, 그 거짓말장이가 살아 있을 때에 사흘 만에 자기는 살아서 다시 살아난다고 말한 것을 저희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다 감추어 놓고 백성들에게는 그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떠들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이번 속임수는 처음 것보다 더 심한 혼란을 일으킬 것입니다."고.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후, 2천년 전 이스라엘의 원로 신분인 대한민국의 한 원로가 '다시 살아난' 노무현 추모에 대해 놀라고 '더 심한 혼란에 빠져' "또 하나의 정부가 있다. 정말 놀랍다."며 "('무대 뒤로 사라졌던 역대 빨갱이들이 줄줄이 나와서') 보이지 않는 정부의 조직력이 크게 작동한 것이 사실이라 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국이 그리고) 서울광장은 완전히 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또 하나의 정부'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땅히 존재한다고 우리가 믿고 있는 정부보다 훨씬 유능하고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또 하나의 정부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역시 보이지 않는 정부의 조직력이 크게 작동한 것이 사실이라 하겠다."고.
그리고 '노무현은 순교자도 아니고 의생양도 아니다'며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방송 3사가 총동원되어 노무현 씨를 하나의 '순교자'로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는 일에 성공하였다. 내가 보기에 노무현 씨는 '순교자'도 아니고 '희생양'도 아니고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누렸고, 저승으로 가는 길도 본인이 선택한 것일 뿐, 누구의 강요나 권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노무현의 죽음은 "'순교자'도 '희생양'도 아니다"고 은폐하고 싶은 대한민국의 한 원로처럼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전,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은 '예수의 부활'을 다음과 같이 은폐하려 했다.
"(예수의 부활 소식을 들은) 대사제들은 원로들과 만나 의논한 끝에 병사들에게 많은 돈을 집어 주며 '너희가 잠든 사이에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시체를 훔쳐 갔다고 말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경비병들은 돈을 받고 시키는 대로 하였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유다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고.

살아 생전 예수는 바보였다. 살아 생전 노무현도 바보였다.
예수는 천년, 이천년, 삼천년, 아니 만년, 이만년, 아니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계약을 지키기 위해 배신할 제자까지 축복해 주고 용서한 바보였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 (제자들이) 음식을 먹을 때에 예수께서 방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시고 또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시고 그들에게 돌리시며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 하고 말씀하셨다."는 바보였다.

노무현은 1년, 2년 아니 10년, 20년, 아니 이 땅에 사람이 사는 동안 "사람이 사람 노릇 하고 사는 사회,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 도리를 다 하는 인간,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 자유와 평등, 인권과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던 바보였다.
"'사람이 되자'에 앞서, 바보가 됩시다. 제가 바보 전략으로 완전히 성공한 사람 아닙니까?  누가 바보냐, 이해관계를 셈할 줄 모르는 사람을 우리가 보통 바보라고 하는 것이거든요. 말귀는 잘 알아듣는데, 손해나는 일을 부득부득 하는 사람, 이게 바보지요. 그래서 눈앞에 당장 가까이 보면 이익이 따로 있고 대의가 따로 있습니다. 근데 멀리 보면 대의가 이익입니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을 볼 줄 모르는 바보가 되자, 앞으로 우리는 손해나는 일만 계속합시다."고 말한 바보였다.

예수는 "섬김을 받으로 온 것이 아니라 섬기로 왔다."며 자신에 대한 섬김을 스스로 내려놓은 바보였다.
"'세상에서는 통치자들이 백성을 강제로 지배하고 높은 사람들이 백성을 권력으로 내리누른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사이에서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은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로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것이다.' 하셨다."

노무현도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 국민이 대통령이다."며 스스로의 권위를 내려놓은 바보였다.
"저는 후보 시절에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정부, 이런 공약을 했습니다. 그 뒤에 대통령 후보가 돼서는 '친구 같은 대통령' 이렇게 공약했습니다. 정치권력을 개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권위주의, 가신정치, 측근정치, 뭐 이런 일도 개혁하겠다는 것이었지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이런 공약이었습니다. 정치권력과 권력기관, 언론들의 권력과 횡포를 염두해 두고 한 공약이었습니다. 정경유착, 권언유착, 부정부패, 연고주의를 다 청산하겠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내려놓았던 권력의 칼을 피하지 않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며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예수와 노무현의 죽음의 차이는 '목숨을 바쳤다와 목숨을 던졌다' 이다. '목숨을 던졌기 때문에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단다.' '목숨을 던졌기 때문에 죽음이 가치가 없단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 목숨을 던졌기 때문에 용서가 안 된단다.'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전,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예수) 앞에 내세우고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우리의 모세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고 계셨다. 그들이 하도 대답을 재촉하므로 예수께서는 고개를 드시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계속해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 하나 가버리고 마침내 예수 앞에는 그 한 가운데 서 있던 여자만이 남아 있었다. 예수께서 고개를 드시고 그 여자에게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전,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바보 예수가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후인 지금, 대한민국의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면서' 묻는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다 목숨을 던진 바보 노무현.
그 노무현을 향해 "노무현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죄를 범한 노무현은 자살하라"고 외치는 '대한민국의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들이  누구인지 지칭할 필요는 없다. 그들 스스로 앞장서서 말하기 때문)에게 묻는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노무현을 돌로 쳐라"고.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전,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바보 예수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쓴, 그 무엇은 무엇일까?' 그리고 천년하고 또 천년 그러니까 2천년 후인 지금, 예수가 손가락으로 '대한민국의 땅바닥에 쓴 그 무엇은 무엇일까?'

'사랑?' '용서?' 아니면,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 일까?"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 하나 가버리지" 않고 더욱 앞으로 나서면서 소리 지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노무현을, 노무현의 죽음을 추모하는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고 소리 지르고 있다.
바보 노무현이 몸을 던짐으로 결국 5백만이나 되는 '역대 빨갱이들이 줄줄이 나와서' '사회 전체가 미쳐 돌아가도 너무 미쳐 돌아가는 굿판공화국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다.

그래, 바보 노무현이 지은 죄가 포괄적 뇌물죄라고 인정하자. 노무현의 죽음을 추모하는 행위가 대한민국의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의 주장대로 친북좌파 빨갱이 행위로 이적행위에 해당된다고 인정하자. 그렇다면 묻는다. 바보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명박 정권이 지은 죄명은 무엇인가?

'죄가 없다'고. 아니다. 있다. '포괄적 살인죄'다. 2002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미쳤던 나 또한 죄를 지었다. 죄를 지은 나는 돌을 던진다. 노무현을 죽인 '이명박 정권은 포괄적 살인죄를 저질렀다'고 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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