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알 아랍’ 수석총괄 조리장 에드워드 권 인터뷰

‘차가운 삼계탕’과 같은 컨템퍼러리 한식통한 한국음식문화 세계화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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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koreankhg)등록 2009.06.08 11:22
두바이에 있는 '버즈 알 아랍'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버즈 알 아랍은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이다. 호텔의 등급은 실제로 5성까지만 존재하지만, 버즈 알 아랍은 그 놀랄만한 규모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로 '7성급 호텔'이라고 불린다. 이곳의 1일 숙박비는 750만원에 이르고, 로열스위트룸의 경우는 3,500만원 선을 넘나든다.
이 호텔의 규모만큼이나 호텔 내의 요리 또한 특급수준이다. 이 호텔의 수석총괄 조리장의 풀코스 요리를 먹기 위해서는 한 끼에 최소 300~5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돈을 아무리 주더라도 아무에게나 요리를 해주지 않는다. 주로 국가원수들이나 세계적인 갑부, 할리우드 스타, 유명 운동선수 등에 한해서만 수석총괄 조리장의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우리가 TV 광고에서도 봤었던, 바로 이곳의 수석총괄 조리장인 에드워드 권(권영민)을 만나봤다.
세계 최고 호텔의 음식을 총괄하는 에드워드 권은 어떻게 요리세계에 입문했을까. 그의 어린시절 꿈은 신부였다. 그는 "할머니의 반대로 신부라는 꿈이 좌절되고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방황을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요리를 시작한 계기란다.
에드워드 권은 호텔조리학과 졸업 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정식직원으로 채용된 이후 외국인 총 조리사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새벽마다 종로의 어학원으로 향했다. 주말에는 요리법을 공부하기 위해 서점이 문을 닫을 때까지 요리법을 쪽지에 적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지난 2001년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호텔의 세컨드 쿡(Second Cook)으로 외국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미국생활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미국에 도착한 후 집 앞 슈퍼마켓에 들렀던 그는 "60~70여 가지의 야채들과 400여 개가 넘는 치즈 중 알고 있던 것은 5가지가 되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그는 한국에서 7~8년의 조리경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막 조리사가 된 요리학교 출신의 동기와 후배들에 비해 알고 있는 식재료와 요리법이 적었단다. 그는 미국에서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다. 그는 "별을 보고 출근해, 별을 보고 퇴근했다"며 "총 조리장이 이런 독종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로 2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간의 이러한 생활 끝에 조리과장으로 승진했다. 일반적으로 세컨드 쿡에서 조리과장(Sous Chef)으로 승진하는 데에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2년 만에 승진할 수 있었던 그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노력 덕분에 그는 2004년 34세라는 젊은 나이로 국내 5성급 호텔의 부총조리장으로 금의환향한 후 다시금 중국 톈진 셰러턴그랜드호텔 총괄조리장을 거쳐, 세계 최고의 호텔인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 조리장이 됐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조리장인 에드워드 권을 있게 한 것은 그의 열정과 끈기뿐만이 아니다. 그가 거쳐 간 곳에서 만났던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드워드 권이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호텔에 있을 시절에 만났던 총괄 조리장 사비에르 살로몬은 그에게 행동하는 조리장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사비에르는 새벽 6시에 어김없이 출근해 조리실의 바닥을 청소하고, 냉장고에 식재료를 정리했단다. 또한 버즈 알 아랍 그룹의 총조리장인 루이지 제로사를 통해 요리에도 창조성이 중요함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루이지 제로사는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라는 질문을 매번 했다"며 "요리를 할 때 종이에 일일이 음식을 그려가며 요리했다"고 그의 창조성과 섬세함을 통해 조리장의 창조적인 리더십을 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에드워드 권은 훌륭한 스승의 도움과 끊임없는 노력 끝에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 조리장이 됐다. 수석총괄 조리장은 5억 원이 넘는 연봉과 기사가 딸린 벤츠를 제공받을 만큼의 대우를 받는 자리이다. 이런 그가 지난 2월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누구나 꿈꾸는 세계 최고의 요리사를 포기할 만큼 그에게는 더 큰 도전이 남아 있었던 것일까.
그는 "한국음식을 세계화시켜 한국의 브랜드를 세계로 알리는 민간외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들은 삼성과 LG라는 기업을 알지만 그 기업이 한국의 브랜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단다.
에드워드 권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국장과 삼합은 한국인들도 잘 먹지 못하는 음식이라며 이러한 음식을 외국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고문이라는 것이다.
에드워드 권이 추구하는 한국음식 문화의 세계화는 외국인이 한국 식재료를 통해 한국음식에 익숙해지게 한 후, 가장 한국적인 음식문화인 궁중음식을 찾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컨템퍼러리(contemporary·동시대)한식'을 통해 한국음식 문화를 세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음식인 뜨거운 삼계탕을 차가운 삼계탕으로 활용해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한국의 재료를 이용하며 서구인들의 입맛에 특별히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말 평창동에 'Bistro 에드워드 권'이라는 레스토랑과 9월 강남에 레스토랑을 열어 컨템퍼러리 한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고'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에게도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는 요리사관학교를 통한 한국음식 문화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3년 과정의 요리사관학교를 설립해 전액 장학금으로 요리사를 양성하는 학교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한국인 학생은 외국어 2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외국인 학생의 경우 한국의 전통음식을 이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어에 능통한 한국인 요리사가 외국으로 진출해 한국음식 문화를 알리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학생은 자국으로 돌아간 후 자국민에게 한국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인이 한국음식을 홍보하는 것보다 외국인이 직접 자국민에게 한국음식을 알리면 더 큰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권의 말처럼 그동안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에 의해 알려져 왔다. 외국인은 삼성, LG라는 대기업을 알고 있지만 한국은 잘 알지 못한다. 에드워드 권의 꿈인 한국음식 문화를 통한 민간외교가 성공해 한국의 브랜드가 세계인의 가슴에 각인되기를 기대해본다. 에드워드 권의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음식문화가 프랑스, 중국음식 문화처럼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그 날이 상상속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희대학교 대학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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