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노무현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노무현 신화화에 맞서기 6] 공존을 지향하는 민주적 리더십의 모색을 위하여

검토 완료

곽종우(zagnbyul)등록 2009.06.13 16:33

들어가기에 앞서

 

반갑게도 어서 다음 글을 올려달라는 요청 댓글을 달아 주신 분이 계셨다. 고마운 일이다. 어제 민주당 파괴 과정에 대한 평가를 몇회에 걸쳐서 다루겠다는 마지막 글을 올려 놓고 잠시 고민을 했다. 이 주제는 조금 더 정리를 해서 체계를 잡아서 쓸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그래 볼 계획은 진작부터 품고 있었지만, 이왕 나선 김에 이번 기회를 이용해 볼 만하지 않은가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을 하고 있는데, 생나무에 올려진 기사는 열시간 가까이가 지나도록 기사로 올라갈 생각을 않고, '검토중'이라는 표식을 달고 생나무에 농성중이었다. 조금 과격했었나 싶은 걱정이 더해져서 더 틀을 갖추고, 톤을 낮춰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글로 만들어 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수밖에.

 

이후 오래 대기하던 글은 밤이 되면서 잉걸 기사로 올라갔지만, 정리해서 편마다 분량이랑 밀도에 균형을 맞춰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조절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글 맨 앞부분에 미리 정리한 목차도 제시해서 제시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쓰는 나나 기다리는 독자 모두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 갈지 서로 예측이 가능하도록 하면 좋을테니까. 스케줄에 따라 쓰게 되면 중구난방이 될 위험도 방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면 '잉걸'에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되고, 조금 더 가치있는 기사로 취급될 수 있지 않을까 욕심도 생겼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기회가 생길테니 말이다.

 

글이  늦어진 이유는 이와 같다. 하지만 잠시 고민을 한 끝에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시 원래대로 수필 형식의 자유롭고 열린 방식의 글쓰기 기조를 유지하려고 한다. 일단 관심을 끈 지금이 계속 이어가기에 좋은 때라는 생각이 앞섰다. 모든 일에는 '때'가 중요한 법이니까. 집필 계획이 없이 생각이 흐르는데로 따라가는 중이라 어쩔 수 없이 중언부언할 가능성이 남아 있음은 감안하고 읽어가 주시기 바란다. 문제는 주제일테니까.

 

기사의 내용이 토론의 가치가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 편집부에서 조금 더 비중있는 기사로 다뤄 주셨으면 어떨까 아쉬움을 밝혀둔다. 특히 이번 민주당 관련 글에 관해서는 그 독특한 가치을 감안해 주시면 고맙겠다. 편집부에서 어떻게 결정을 하시건 간에 제 주요 관심은 독자분들이다. 댓글로든 블로그 방문으로든 활발한 토론을 거칠 기회가 잦아지기를 희망한다.

 

오늘 글은 징검다리 성격의 글로 이해하고 가볍게 읽어 주셔도 좋겠다. 다음 편부터 본격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큰 방향을 미리 알려드리자면, '노무현(유시민), 민주당, 영남패권체제, 분단체제' 정도로 집약시킬 수 있다. 유시민이 절대 정치판에 기웃거려서는 안되는 이유도 글을 써가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밝혀지게 될 것이다. 그는 평생 속죄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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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과 슬픔

 

왜 노무현은 실패의 길을 걸어가고 말았을까. 왜 집권하자마자 다른 중요한 일을 모두 제쳐두고 특검과 민주당 파괴에 매달렸을까. 뭐가 못마땅해서 그렇게 자멸을 향해 질주했을까. 그 대략적인 답을 나는 알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지만 아쉬움과 슬픔이 엄습해 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는 몰랐겠지만, 그의 말마따나 운명이었던 것같다. 지금부터 그 운명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밝히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자. 재미있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노무현이 특검과 민주당 파괴에 공을 들이던 그때 나는 이미 이후의 진행을 거의 정확히 예측했었다. 민주화세력은 다시 되살아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지게 되고, 결국 일본을 능가하는 극우국가로 줄달음질 칠거라고 미리 내다봤다는 이야기다. 지금 정확히 그때의 예측대로 흘러가는 중이다.

 

새삼스럽게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나의 정치적 예지력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예견들이 현실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예방적 차원에서 쓴 글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간절히 바랬었다. 이렇게 하면 망한다고,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의 작은 목소리로 큰 흐름을 막아내기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보시다시피 세상은 참 기분나쁘게 돌아가고 있다.

 

예견이 맞아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판'을 잘 읽고 있었던 덕분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와 그 구조의 변화에 특검과 민주당 파괴가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 그리고 그 '판'의 성격은 바로 '영남패권체제'가 되겠다. 지금부터 풀어가는 이야기는 노무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영남패권체제라는 '판'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시각은 독창적이다. 여태 유명 학자나 정치인 누구도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선에 그치고 있던 주제다. 정체와 본질을 아무도 발견 못하게 숨겨 두는 것, 그게 '체제'라는 것의 특성이기도 하니까 시비 걸 이유는 없지만.

 

그 비밀을 풀어줄 열쇠가 바로 '민주당'이고, '민주당 파괴'라는 이야기는 앞선 글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본질을 꿰뚫는 독창성이 발휘될 거라고 기대하셔도 좋다. 그리고 토론에 참여하시라.

 

왜 '분당'이 아니고 '민주당 파괴'인가?

 

이 글을 처음부터 읽어 온 분들은 조금 독특한 용어를 고집스럽게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의아스러워 하실 수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널리 쓰고 있는 '분당'이라는 간단하고 짧은 말을 두고 왜 굳이, '민주당 파괴'라는 불편한 다섯자짜리 용어를 고집할까라고 말이다. 먼저 그 이유부터 밝히고 가자.

 

2003년의 민주당 해체과정은 '분당'이라는 개념으로는 그 의미를 모두 담아내기 어렵다. 그 이전에 있었던 87년의 '통일민주당'대 '평화민주당' 분당이나, 95년의 '평민당'과 '민주당'의 분열하고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그 이전에도 야당사에 여러차례 분당, 분열이 있었지만, 그렇게 먼 시간까지 거슬러갈 필요는 없겠다.)

 

그 두번의 분당과 분열은 '합의 이혼'성격이다. 물리적 분리에 그친다는 뜻이다. 하나였던 것이 둘로 나뉘었을 뿐, 서로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손상을 입히는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유실된 자원도 많지 않다. 유불리는 존재했지만, 양쪽 모두 서로의 정체성을 훼손당하지 않은채 유지할 수 있었고, 세 불리와 함께 '역적'처럼 취급당하는 수모를 겪지도 않았다. 평화적인 분열이었다. 소란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선을 넘지 않았다.

 

또한 나뉜 두쪽 모두 정권을 잡아보지 못한 야당으로서의 분열이었던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권력이 개입되어 한쪽을 탄압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이 활용될 기회가 없었다.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분리.

 

분당이라 불리기에는 너무도 참혹한- 민주당 파괴

 

2003년의 파괴행위는 위의 사건들하고는 질적으로 달랐다. 같이 집권하고 나서 한쪽은 여당이 되고 한쪽은 야당이 되는 일종의 쿠데타적 요소가 있는 갈림이었다. 파괴의 주체와 객체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파괴'라는 용어가 가장 적합하다. 창업자들의 끈질긴 반대가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원치않는 한쪽을 혼절시키고 거둔 파괴자들의 승리.

 

선거를 통해 추인받지 않은 집권세력 임의 교체라는 의미에서 쿠데타라고 볼 수 있다. 당과의 공동 집권에서 집권자 개인의 의지만 관철되는 권력 독점으로 전이하였다. 그러므로 독재적 요소를 강하게 지닌다. 이런 시각을 부정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중요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런 과정이 전혀 논란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사실이다. 이상한 한국사회의 담론구조를 상기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권력의 개입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들이 많이 발겨된다는 점(민주당 파괴를 막아설 여력이 있는 동교동계에 대한 집요한 검찰의 추적과 대북송금특검등에서 권려 개입의 냄새를 맡는 일은 어렵지 않다.-동교동계는 이잡이 수사 퍼레이드에 완전히 초토화된다.), 우호적 언론을 총동원한 남은 민주당에 대한 매도공세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평생 한나라당을 찍어온 사람들'의 가학취미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였는지, 민주당 내분사태는 하루도 빠짐없이 생생하게 언론중계됐고, 남게 되는 민주당에 대한 참담한 비난공세와 이들을 지지하는 전라도에 대한 조소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민주당을 세우고, 지켜 온 평생 당원들은 '난닝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과 함께 구시대적 인물의 전형이라는 몰이에 시달려야 했다. 평생 민주주의를 지켜 온 사람들에게 돌아간 보상은 입에 담지 못할 모독 뿐이었다.

 

서로 다시는 화해하기 힘든 원수가 되었다. 대선 과정에서 일부가 합당을 하기는 했지만, 중요 자원들은 빠진 상태다. 이미 그들은 이후 진행된 정치 쓰나미에 쓸려내려가버린 뒤였다. 귀하디 귀한 민주화세력의 중요한 재목들이 소리소문 없이 정치적으로 매장당하고 말았다. 지금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깨진 도자기

 

무엇보다 뚜렷한 차이는 '아우라'가 사라져버린 점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어렵게 어렵게, 곱게 빚어 온 도자기가 바닥에 굴러 떨어지며 박살이 나버렸다. 두번다시 되찾을 수 없는 '역사'와 '혼'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깨진 도자기를 본드로 붙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미 그 고귀한 가치는 사라지고 없는 것을.

 

이전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서로 같은 당이라고 하기 어렵다. 역사성을 계승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그때 이미 맥은 끊어졌다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영남패권체제'에 대한 이전의 체제 저항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체제의 하부 단위로 편입되었다는 점이 되겠다.

 

'지지자의 자랑'이던 민주당은 파괴의 과정에서 온갖 오물을 뒤집어 쓰고 시대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의 원인으로 지목당해 조리돌림에 시달려야 했고, 지역패권에 맞서 싸우던 자랑스러운 전통은 어느새 '지역주의의 원인'으로 매도당하고 말았다.

 

경상도의 민주당에 대한 복합감정이 정리되었다. '이젠 더이상 미안하지 않아.'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 주었다. 더이상 너희들에게 빚진거 없어, 민주당은 물론 호남에까지.

 

노무현과 노무현파의 배타성이 철저히 관철된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들은 원수보다 더 원수처럼 민주당을 물어 뜯었다. 마치 십년은 굶은 들개떼들처럼. 이 배타성이 한국사회의 가능성을 완전히 말아먹게 만든 원인인데, 이는 차차 논의하기로 하자.

 

어쨌든 민주당이 재합당을 하고 나서도 그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고, 앞으로 계속 따져 나가겠지만, 이때 씌워진 나쁜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한번 쓴 굴레를 벗기가 어디 쉬운가. 이미 질 낮은 화학변화를 겪어버린 뒤가 아닌가. 한번 망가진 얼굴이 다시 예뻐지기는 불가능에 가깝게 어려운 일이다.

 

화학적 변화였고, 유전자의 열성변이였다. 소명의식과 목적의식이 사라진 허울뿐인 정당. 차마 정당이라고 칭하기 궁색할 정도의 정파연합집단. '이건 당도 아니다.'

 

 

(이 후 왜 민주당 파괴가 영남패권체제 사회가 공모한 참극인지, 왜 노무현이 파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는지 등의 내용으로 이어갑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blog.ohmynews.com/zagnbyul)(zagnbyul.tistory.com)에 들러서 토론에 참여해 주세요.

2009.06.13 15:03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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