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틀림'의 기로에서

현정부, 다른 생각을 가진것인가, 아님 정녕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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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혜(gyelove)등록 2009.06.19 10:58

    지난 6월 15일,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외판원 출신 오페라 가수 폴포츠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영국의 인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상상할 수 없는 음색을 보여줘 심사위원 사이먼을 놀라게 했던 그의 영광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이는 9시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그러나 서울 광장에 가득 모인 시민들을 보는 것이 그리고 그런 시민들의 환희를 보는 것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서울 광장은 경찰복을 입은 숙련된 주차요원들에 의해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꽉 막혀 있었다. 광장을 차지하는 자에게 금덩이라도 떨어질 듯이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들었지만 경찰은 단호했다. '촛불을 든 자는 광장 출입 금지'라는 대원칙 하에 철저하게 서울광장의 문지기 노릇을 한 것이다.

    '집회 결사의 자유'라는 이제는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여고생들마저도 외우고 있는 이 단어가 현 정권에게는 '도로 교통법 위반'과 동의어가 된 듯하다. 집회 결사의 자유가 서구에서 이미 인권을 위해 보장되고 있는 고결한 가치임에도 이 나라에서는 '도시의 혼란을 유발하여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매국의 행위일 뿐이다. 현 정권의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얼마 전의 한국 종합 예술 학교(이하 한예종)사태에서도 드러났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모교에 대한 공권력의 압력에 반발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향해 아니, '교육의 자율성' 이라는 원칙을 향해 조소를 날렸다. 이쯤 되면 혹시 현 정권이 이들 시민들의 요구를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으로 여기고 묵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이들은 시민의 정당한 요구를 '틀린 요구, 혹은 잘 모르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꾸어 현 정권에게 물어보자. 광우병 파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PD 수첩>의 이춘근, 김보슬 PD를 검찰에 '강제' 구인하여 기소한 것 역시 '무지한 언론인의 횡포' 인 것인가? 사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킴으로써 논의의 빌미를 제공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보다 청와대의 명예 실추가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가? 누군가는 이 역시 가치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권의 방식대로라면 시민들에게도 이는 분명 '무지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상위계급의 은밀한 행각들을 국가의 주인인 시민에게 전해주는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야만 하는' 집단이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MBC기자들을 마음대로 물갈이하고 KBS를 '김비서'로 만들기를 서슴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애통한 시민들이 손수 세운 분향소를 마음대로 철거한 후 '실수' 라고 말하면 무지한 시민들이 그대로 믿어줄 것이라고 착각에 빠져있다. 현 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광화문에서 그칠 촛불의 물결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민들 역시 이명박 정권과 그 측근들의 정책이 '틀린 것' 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정권을 잡았으니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수밖에' 하고 집에서 TV를 보던 사람들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며 촛불을 들고 나온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이 촛불의 물결의 2002년 월드컵 당시의 붉은 악마 보듯 관망하고 있다. 월드컵이 끝나면 곧 프로야구로 모두의 관심이 옮아갈 것이니 기다리고 보자는 심산이다. 

    똘레랑스(관용)의 정신은 나와 상대가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 그리고 양자의 논의가 같은 맥락에 있을 때만 성립한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다름'을 말할 수 없다. 그들의 의견을 '틀렸다'고 주장하는 정권은 그들이 무슨 요구를 하고 있는지 전혀  듣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국민이 보기에 틀린'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의 기준은 정해져있지 않다. 그러나 국민에 의해 기득권을 차지한 이들이 국민에게 해도 너무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면, 그런 정책은 재고되어야하는 것 아닐까.

    외국의 성공한 가수에게는 열어줄 수 있는 서울광장이 정작 그 주인인 서울시민의 권리를 위해서는 불허되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2009.06.19 11:00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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