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도 화초로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어느 야생화 전시회장에 가니 실제로 미나리도 멋진 화분에 담아두고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 이후 화초에 대한 사랑이 점점 기울어 거의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올봄 다시 화초에 대한 정이 새록새록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폭락하던 주가가 다시 반등하는 것처럼.
무심코 버스를 탔는데 탈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환한 풍경이 펼쳐졌는데, 조그마한 화초들이 버스 안을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운전석이 있는 앞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즐비하게 앉아있을 자리 창가 위쪽 부분에 화초들이 드문드문 모를 심어둔 것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이런 별천지가 있나...'
볕이 좋은 6월, 버스 안은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들여 눈이 부셨지만 화초로 인해 한층 더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쯤되면 '불편하고 쾌적하지 못한 버스'라는 인식은 일종의 편견이며, 얼마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쾌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 버스에 오르자마자 빨간 꽃들이 수인사를 건넨다. ⓒ 정명화
'세상에 어쩜 기사 아저씨는 이런 생각을 하셨던 걸까?'
종일 버스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저씨는 화초에게 위안을 받고 싶었던 걸까. 문을 열어두어도 매연 때문에 괴롭고, 문을 꼭 닫아두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라 금세 공기가 탁해지는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해서 화초를 이용하신 게 아닐까.
화초가 없는 공간에 비해 화초가 있는 공간은 음이온이 월등히 많다. 화초가 뿜어내는 음이온은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행복을 준다. 공기정화와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물질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화초를 반기는 것이리라.
예전에 교양과목으로 원예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거실에는 잎이 넓은 고무나무를 두면 좋고, 공부방에는 로즈마리가 집중력을 높여주어 좋다. 화장실 냄세 제거에는 관음죽이나 안스리움이 좋고, 주방에 스킨답서스나 산호수를 두면 일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동기야 어쨌든 기사 아저씨도 좋고, 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도 화초 덕분에 참 눈이 즐거웠을 테다. 게다가 나처럼 꽃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들에겐 일주일간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줄 만큼 이채롭고 즐거운 일이었다.
▲ 버스 위 창에 아담한 화분들이 즐비하다. ⓒ 정명화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나,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은 그 조그만 화초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탄 엄마가 있다면 아이에게 건넬 말도 하나쯤 만들어주고 말이다. 모르긴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 버스를 이용하면서 기사 아저씨에게 참 감사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게 화초가 있으면 눈도 즐겁지만, 분명 공기도 정화될 것이니 일석이조다. 좀더 잎의 수가 많고 큰 화초라면 좋겠지만 공간상 그렇게 하긴 어려울 테고, 조그만 화초지만 여러 개가 힘을 모으면 쾌적한 공간으로 변신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시는 기사 아저씨들을 왕왕 만나왔다. 그런 분들을 만날 때도 썩 기분이 좋았는데, 버스 안에 화초를 이리도 앙증맞게 꾸며둔 분을 만나게 되다니. 화분 받침겸 버스내부에 고정할 요량으로 패트병을 재활용한 생활의 지혜도 엿보인다. 그 향기로운 버스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해도 이런 버스라면 승용차보다도 버스가 더 좋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