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문적인 역사가는 아니라서 지금까진 알려진 역사서의 내용과 이 드라마의 내용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고, 단지 그냥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즐겨보는 한 사람으로서 내 생각을 써볼까 한다. 기본적으로는 '역사드라마'는 "역사"드라마가 아니라 역사"드라마"일 뿐인데 텔레비전이나 영화가 만들어내는 역사드라마는 역사 그 자체가 아니라 근대 이전의 시기에 횡행했던 야사나 민담과 비슷한 것이다. 야사나 민담은 역사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장삼이사, 갑남을녀의 이야기들이기도 하지만 어떤 공식적인 역사 또는 지배계급의 이야기들을 장삼이사, 갑남을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거나 자기들 처지를 반영해서 다시 만들어내고 통용시키는 이야기들이다.그러니까 춘향전이나 심청전도 사실 동네마다 약간씩 얘기들이 다르지만 나중에 문자로 기록되는 과정에서 공식 판본이나 정설이라는것이 정해지고 각 동네판은 이설이라고 불리우듯이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도 그런 대중매체들이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하나의 판본이라고 보면 될 것같다. 유명한 역사소설 삼국지연의도 나관중 판이 있고 시내암 판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번역했느냐에 따라 이문열판이 있고, 황석영이 있는 것도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우선 지금까지 8회까지만 본 소감을 적자면 이 드라마가 김용의 무협소설들과 그 소설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무협드라마들 하고 여러 모로 비슷하다는 점이다. 우선 그 덕만이 소화하고 함께 중국의 타클라마칸에서 지내는 얘기는 시각적으로는 영화 '신용문객잔'과텔레비전 드라마 '용문객잔', 그리고 왕가위가 만든 '동사서독'하고 무척 비슷하다. 비단길의 주요 관문이 되는 동리에 있는 가상의 객잔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라 그런 것 같다. 시각적으로 사막의 풍경이 '용문객잔'을 연상시킨다면, 인물설정면에서는 고현정씨가맡아 열연하고 있는 '미실'은 '용문객잔'의 악역 위충현을 연상시킨다. 위충현은 환관인데 내시들의 비밀경찰조직인 동창의 우두머리로서 동창의 영향력을 믿도 황제와 충신을 능멸하고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권모술수의 달인으로 나온다. 미실과 미생,세종, 하종, 설원랑이 모여서 간계를 꾸미는 장면은 위충현이 동창의 주요세력들을 모아 주회안과 구막언으로 대표되는 충신세력에맞서 모의작당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기본적으로 이 이야기는 성장소설인 동시에 영웅신화이다. 주인공은 원래 지체가 높으나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불리한 위치나처지에 빠지게 된다. 주인공들은 대체로 자기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데 그 비밀을 알려 길을 떠나게 되고 그러다가 다양한 개성의주변인물들을 만나 세력을 규합하여 출생의 비밀도 알게 되고 다시 원래 자기가 속했던 지위로 되돌아가는 것, 또는 원래 자기것이었던 것을 되찾는 것이 이야기의 기본 구조중 하나이다. 그것은 고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는 '왕위계승'이 주요한 모티브로작용한다. 대무신왕이 되는 무휼이 그렇고, 선화공주와 결혼해서 왕위에 오르는 서동이 그렇고 선덕여왕도 따지고 보면 그런 얘기일것이다. 왕위계승은 아니더라도 원래 잘났는데 남들이 알아주기는 커녕 핍박을 받다가 스스로 왕위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긴 있다.주몽도 그렇고 대조영도 그런 인물들일 것이다. 그러니까 고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드라마들의 기본축중 하나는 이렇게 원래 지체높은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얘기들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왜 인기가 좋을까. 시청자들 상당수는 그렇게 지체가 높은사람들도 아닐테고 세상에서 그렇게 인정받지못하고 서러운 처지에 놓여있는데 상상적으로나마 내가 원래 지체높은 사람이었으면 하는심정이 투영되기때문이다. 주인공이 원래 지체가 높은 사람인데 그런 것을 잘 모르고 기존 지배계급에게 핍박을 당하거나 무시당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갖은노력을 다한다. 이때 핍박을 가하는 기득권 세력은 언제나 악당 또는 상대역으로 등장한다. 이런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기 지위나이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않고 아울러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이들의 처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않는다는점이다. 그래서 그에 맞서는 우리의 주인공은 이런 천대받고 곤경한 이들의 처지를 겪어보고 이해해서 나중에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그들을 위해 선정을 베푸는 어진 임금이 된다는 것이 이런 얘기류의 행복한 결말이다. 요약하자면 주인공이 원래 지체가 높았다는것은 시청자로서 나도 좀 그래봤으면 좋겠다는 염원이 투영된 것이고 주인공이 힘든 사람을 위해 힘써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그런 어진 임금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점에서 인민의 영웅이요, 메시아요, 구세주인 셈이다.천명공주가 문노를 찾아 만노성 여래사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덕만이나 가야유민의 무리들은 그런 기대감이 반영된 설정이겠다. 그과정에서 천명공주가 미실과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은 아직은 미력한 덕만이나 김유신에게 감화받기도 하지만 그에게 가장 큰충격을 준 사건은 가야유민의 우두머리인 설지가 천명공주에게 그렇게 간절하다면서 도대체 넌 한 게 무엇이냐라는 한마디의 질타였다.천명공주는 단순히 진평왕의 왕실을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이렇게 직접 백성들의 어려운 삶을 눈으로 확인한 존재로부각되지않는가. 그리고 실제로 선덕여왕이 그렇게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다문화적인 환경에서 선머슴아처럼 자랐을 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그것은요즘처럼 조기유학도 보내고 외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 2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사회생활도 하고 외국문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시대에 맞게 정한 설정일텐데 그렇게 외국문물을 경험한 우리나라 상류층에 보내는 작가의 당부의 말처럼 보인다. 외국문물 많이접해봤다고 잘난 척하지말고 없이 사는 사람들 처지도 좀 살펴보고 생각도 좀 해보고 사시라는 당부의 말씀이겠다. 그리고 어디 신문에서 읽었는데 작가와 담당피디께서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여성적 리더쉽을 다뤄보겠다고 말씀하신 것으로기억한다 지금까지 내가 '선덕여왕' 8회차까지 본 내용에 입각해서 그 여성적 리더쉽의 바탕을 추측해보자면 어려서부터 여자아이들도곱게 만 키울 게 아니라 덕만이처럼 키워야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같다. 아마 그 작가님이 공전의 히트작 '대장금'도집필하신 것으로 아는데, 대장금은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가 한상궁과 장덕이라는 호기심을 잘살리는 선생님을 만나 자기재능을 꽂피워서 최고의 요리사와 명의가 되는 얘기이지않은가. 그러니까 어린 시절에 괜히 다니기도 싫은 학원 억지로 다니게하지말고 놀 때는 놀고 호기심을 잘 키우고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히지않고 죽방이나 고도같은 낮은 신분의 사람들하고도 어울릴 수있는 사람으로 커야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일 것같다. 그러니까 그것은 비단 여성적 리더쉽인 것일 뿐만 아니라 리더가되고자하는 자는 성별과 계급과 학력의 차이와 무관하게 지도자로서 갖춰주었으면 하는 덕목인 것이다. 미실이 보여주는 그 잔인하고카리스마에 넘치는 리더쉽은 여성의 리더쉽이 아니란 말인가. 그런 여자들도 많고 그런 남자들도 많다. 그러니까 작가님이 생각하는리더쉽이라는 것은 여성적 리더쉽이라기보다는 서민친화적인 리더쉽, 또는 탈권위주의적인 리더쉽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 현실태가바로 노무현이었을 터이다.그런 점에서 보면 다시 김용의 무협소설로 돌아와서 덕만은 '녹정기'의 위소보나 '의천도룡기'의 장무기같은 인물하고 비슷하다.그런데 황제는 따로 있었으니까 이들은 거대한 부를 얻거나 아니면 무림의 어떤 문파의 장문인이 되는 것으로 얘기가 끝날 뿐이다.특히 장무기나 '소오강호'의 영호충같은 인물들은 편견과 선입견없이 다른 사람들하고 쉽게 어울리는 친화력의 소유자들이고 그친화력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겸손함에서 나오지 원래 무술 좀 한다고 잘난 척하고 으시대고 그러지는 않는다. 덧붙이는 글 제 시네21 블로그 '사과애'와 사이월드 미니홈피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선덕여왕 #김용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