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나운서 시험경쟁률이 1000:1이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수의 아카데미가 생겨 나고 있으며 화려함만을 쫓아 스타 아나운서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도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고려대 김수현(언론학부 4년)씨, 영남대 차혜영(언론학부 4년)씨, 덕성여대 이지은(사회학과 3년)씨와 YTN 이승민 아나운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나운서를 둘러싼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아나운서 아카데미
-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아카데미는 필수로 여겨지지만 수강료가 만만찮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카데미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지은 아나운서 지망생 인터뷰 ⓒ 선우의성
▲ 이승민 아나운서(이하 이 아나) : 아카데미에서 뉴스리딩을 비롯한 실기 부문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실제 학교방송국 경험이나 방송과 관련해 전혀 정보를 얻을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방법으로(그룹 스터디나 개인적인 친분, 또는 독학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기능력을 다질 수 있다면 꼭 필요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한 곳이 아닌 두 곳, 세 곳의 아카데미를 다니며 배울 필요는 정말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수현(이하 김) :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선택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다니는데 학원이 꼭 필요한가를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어려운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 차혜영(이하 차) :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수강료로 아나운서 아카데미들을 부정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에는 저도 우려가 됩니다. 거품이 많은 수강료가 학생들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개선점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죠.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 요즘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큰 화두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한 생각은.
▲ 이 아나 :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고지식하게 전통적인 아나운서상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정선이라는 게 있겠지요. 과도한 노출이나 단순한 오락만을 추구하는 연예계의 상업성과는 다른 재미를 줘야 합니다. 오락프로그램 패널이나 진행자로 아나운서도 얼마든지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에서도 아나운서의 품위를 잃지 않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나운서로의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뒤라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나운서로 입사하면 소위 말하는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 투입돼 인기나 누리려고 하는 그런 헛된 기대감과 잘 나가는 집안과 결혼을 잘 할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비난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데요.
예를 들어 정은아 아나운서나 이금희 아나운서도 쇼,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은 없지 않습니까? 기존의 딱딱한 아나운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건 좋지만 아나운서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고 그 기본만큼은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아나운서는 연예인도 언론인도 아닌 '아나운서'자체로 그 직업의 의미가 있습니다. 몇몇 스타 아나운서를 제외한다면 아나운서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구분이 가지 않는 몇몇 아나운서도 아나운서 맞습니다. 정작 그런 아나운서들 역시도 자신이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아나운서를 연예인으로 취급하는 시청자들이 오히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를 부추기는 꼴입니다.
▲차: 아나운서가 꼭 뉴스나 교양프로그램만 진행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아나운서가 오락프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문제 보다는 조금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로서의 의무감과 책임감의 부재가 문제라고 봅니다. 오락프로그램만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라도 자신의 본분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감과 책임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오락프로에서 비판 받을만큼의 일들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문제인 것은 아나운서로서 본분을 마음에 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지은(이하 이): 아나운서는 분명 연예인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쇼 프로그램에서 MC를 하더라도, 연예인과 뒤섞여서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다면 안될 것 입니다. 아나운서는 연예인이 할 수 없는 아나운서만의 역할이 있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말'이죠. K 방송사의 상상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자면, 그 프로그램은 연예인들 여럿과 여자 아나운서가 함께 출연했지만, 여자 아나운서는 바른 우리말을 소개하고, 일상 속에서 잘못 쓰이는 말을 정정하는 등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고 바른 우리말을 하나라도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역할은 연예인이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만의 영역,무기
- 아나운서의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쇼프로는 전문 MC들이 점령하고 다채널, 뉴미디어시대, 한미FTA에 따른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 등 방송환경은 변화할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나운서가 살아 남기위한 아나운서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 이 아나: 앞으로 아나운서의 영역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인데, 거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문성을 키워야 합니다. 문화 하면 000 아나운서, 경제는 000 아나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전문성이라고 해서 단순한 석사 학위,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해 많이 알고 지인들도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관련 프로그램을 맡겼을 때 스튜디오에 서서 주어진 대본대로 단순한 진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 회의에서 의견도 내고 직접 취재나 인터뷰를 하러 현장에 가보기도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됐을 때 그 아나운서는 자기만의 고유한 영역, 무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 김: 아나운서 본연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중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더 전문성을 지녀야 할 부분, 즉 살아남기위한 무기가 있다면 바로 '우리말' 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연예인이나, MC ,방송인들이 간과할수 있는 부분인 '올바른 우리말 사용'이 요구 됩니다.
▲ 차: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너무나 많죠. 다시 말하면 전문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가장 큰 무기는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방송시장이 개방되어도 변하지 않은 하나. 가장 기본적이지만 너무나 중요한 것. 바로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닌 아나운서의 모습. 이것이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삶의 소소함을 느끼고, 마음에 담을 수 있고, 진심어린 말을 말에 담을 줄 아는 그런 아나운서를 찾을 테니까요.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 이승민 앵커 인터뷰 ⓒ 선우의성
- 아나운서는 화려할 것만 같은 환상이 있다. 실제로 현직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어려운점이 있다면.
▲ 이 아나: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화려함보다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방송사에 입사하면 그걸로 모든 것이 다 끝이 아니라 그 때부터가 진정한 시작인 것입니다.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언제든 화면에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신문보기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운동을 해서 체력도 키우고 피부관리도 열심히 하고 자신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내면, 외면 모든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 방송이라는 직업이 일반 직장처럼 출퇴근 시간이 일정한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생활 스케줄이 아주 불규칙합니다. 이 때문에 식사시간을 놓쳐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불규칙한 생활 리듬이 반복되다 보니 건강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위 방송쟁이들끼리는 3D 업종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는데 그만큼 힘든 직업입니다.
게다가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방송에서 사용하는 단어, 표현에 아주 신경을 써야 하고 또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대담하게 넘길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아나운서는 공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행동의 제약도 많고 책임도 많이 따르기 때문에 그만큼 힘든 직업입니다.
- 아나운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 이 아나: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 특히 잘 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것은 좋습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따로 있는데 내게 맞는 분야는 따로 있는데 아나운서를 꿈꾼다면 힘들겠죠. 단순히 외모와 목소리가 좋다고 방송을 하는 건 아닙니다. 방송은 수많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부딪혀야 합니다. 성향이 제 각각인 많은 사람들을 대한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이런 것을 견뎌내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하루 하루가 힘들어지겠죠.
비단 이 한가지 예뿐만 아니라 방송을 하기에 내가 적합한 성향과 재주를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왜 아나운서를 하고 싶고 왜 아나운서가 돼야 하는지 냉정하고 솔직하게 고민해 보세요. 혼자 고민하기 힘들면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꼼꼼히 따져본 뒤에 해야겠다는 확신이 서면 뒤돌아보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세요. 단순한 노력이 아니라 고민도 많이 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드세요, 그러면 반드시 꿈이 이뤄질 겁니다.
*아나운서 지망생이 생각하는 참언론
- 아나운서를 꿈꾸는 학생입장에서 생각하는 참언론이란?
▲ 차: 사회약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담을 수 있는 그릇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약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이니까요. 그러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배려하는 것이 결코 소수를 위한 특권이 아니겠죠. 다수를 위한 당연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참언론의 모습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이: 참언론은 누구나 꿈꾸듯이 바른 소리를 전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 언론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본에 의해, 권력에 의해, 진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해야 합니다.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된 소리를 전하는 것, 그것이 참 언론의 역할이 되야 합니다. 어쩌면 이상에서만 가능하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자본에 잠식되어도, 언론은 그렇게 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언론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나운서 준비생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스타만을 꿈꾸며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선입견은 잘못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스타만을 꿈꾸는 지망생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진정한 언론인을 꿈꾸고 있으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아나운서에 대한 많은 걱정과 비판의식도 갖고 있었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중 이런 의식을 가진 지망생들이 미래의 언론인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밝은 방송환경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캠퍼스 라이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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