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 몸담든 자신의 가치관이 중요"

'아치와 씨팍'의 김병갑 감독을 만나다

검토 완료

선우의성(sweszzang)등록 2009.07.07 19:14
<아치와 씨팍>이라는 애니메이션은 본적이 있는가? 정부는 인간의 배변을 통제하려 하고 통제 당하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정부의 통제를 통쾌하게 거부한다. 어째 지금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는것 같다. <아치와 씨팍>을 본 사람이라면 현실에 대한 명확한 통찰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감독의 재치를 보면서 작품을 창작한 사람은 어떠한 생각과 소신을 가진 사람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봤을 것이다. 이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생각과 소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김병갑 감독 아치와 씨팍의 김병갑 감독과의 인터뷰 ⓒ 선우의성


- 1997년 동아LG페스티벌에서 '꿈꾸는 종이 인형의 살인'으로 감독상, 캐릭터상, 대상을 휩쓰었는데 그때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의 수상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은.
▲ 일단 메이저 애니메이션 회사로 들어갈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서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좀더 배울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이후에 어떻게 만들어야 겠다는 화살표를 찾을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 공주대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 2기로 입학했지만 중도에 학교를 나왔다. 어떠한 부분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가?
▲ 그곳의 시스템이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곳에서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당시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저의 그러한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그만둔후 저는 좀더 절실함을 느꼈고 방법을 찾으러 더욱 열심히 노력했던것 같습니다.

- 독립애니메이션과 상업애니메이션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독립애니메이션은 제작방식이나 자본조달을 독립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독립애니메이션처럼제가 그림을 그려서 완성하는 경우는 편합니다. 그렇지만 장편상업 애니메이션은 일련의 과정이고, 실행자들을 핸들링해서 만드는 것이므로 시행착오가 많습니다.

- 장편상업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 처음부터 독립 애니메이션만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텝을 밟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아치와 씨팍>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것을 단편독립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수도 있고, 장편상업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수도 있는것이니까요.

아치와 씨팍

- <아치와 씨팍>의 개봉까지는 크고 작은 난관이 많았다고 들었다.
▲ 2000년 처음 시작된 <아치와 씨팍>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큰 사건으로는 저희를 투자하기로 한 회사가 다른 곳에 매각된 일입니다. 그 밖에도 작은 사건들까지 완성과 개봉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 많은 우여곡절 끝에 개봉된 첫 장편 애니메이션<아치와 씨팍>이 개봉했을 때 소감은?
▲ 너무 많이 본 작품이기 때문에 처음 개봉할 때는 가서 보지 않았습니다. 개봉후 시간이 조금 지난후 극장에서 보게 됐는데 작품을 만든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동시에 '아, 이제 정말 끝났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시원섭섭한 마음 말인가?

▲ 섭섭시원입니다.

매드몽키

- 2년 전<매드몽키>를 봤는데 개인적으로 2D와 3D의 결합으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느낄수 있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
▲ <매드몽키>는 전체적으로는 3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놀랍게 생각했습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상영하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고 현재 완성본이라고 할수 없습니다. 편집과 여러부분을 좀더 마무리 해야 완성본이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 <매드몽키>가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지원받게된 부분.
▲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는 매년 제작팀을 선발하여 지원합니다. 작년 처음 시작되었는데 장소나 장비, 제작비 등 2억5천만원정도의 제작비를 지원해서 결과물이 나오도록 합니다.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 <매드몽키>가 지원을 받게된 이유?
▲ <매드몽키>는 가정용 애니가 아니라 매니아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이런 부분을 단점으로 볼 수도 있는데 장점으로 본 것같아요. <아치와 씨팍>으로 공신력을 얻은 부분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튜디오 플라잉

-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성원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목표"라며 "좋은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에 기술력을 추가해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좋은 사람'이란 어떤 의미인가?
▲ 좋은 사람은 약간의 오보입니다. 스튜디오의 사람들과 같이 잘 만들어서 조율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것을 잘 풀어가자는 의미입니다.

- 스튜디오 플라잉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걸친 경험을 자랑한다. 여타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 기획을 하는 프로덕션이 많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OEM을 한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한 부분이 차별화 된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또한 저희스튜디오의 장점은 인원이 10명 안팎이기 때문에 큰 스튜디오보다 순발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 앞으로 제작하고 싶은 장편 애니메이션의 방향.
▲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행복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헤비메탈을 하는 사람들이 사랑이야기의 락발라드를 만들면 더욱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잖아요. 그러한 감성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

김병갑 감독 아치와 씨팍의 김병갑 감독 인터뷰 ⓒ 선우의성


-넬슨 신 감독은 인터뷰에서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며 그 방식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노하우 있는 회사의 프로젝트에 몇 명의 학생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 학생의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전체적인 한국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위한 자신만의 생각은.
▲ 디즈니가 애니메이터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미국의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라는 곳의 학생들은 이미 졸업 전부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실력이 있는 학생들은 자연스레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의 이러한 지원들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업체가 능동적으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도태 됩니다. 항상 다른 시도들이 나와야 하므로 뉴페이스의 새로운 감각과 업체의 노하우를 합쳐가며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 현재의 풍토에 대해 기성인들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기성인들의 마인드가 열려야 합니다. 물론 저도 기성인이고, 그것에 대한 변화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풍토 자체와 인식적인 면이 확대되면 자연스레 변화할 것으로 봅니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스튜디어에서 일하려고 하기 보다는 외국스튜디오에 취직하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 일을 하든간에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관을 갖지 않고 외국회사에서 일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허상일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피사프 공식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피사프 공식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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