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토론'의 본말 전도

'통합의 길'을 찾기보다 미디어법의 내용을 살폈어야 한다.

검토 완료

김병성(eagles63)등록 2009.07.19 16:02
KBS에서 '통합'과 관련 나흘에 걸쳐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그 마지막 토론회를 보면서 과연 '어떻게 통합의 길을 찾는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앞섰다. 공중파 방송,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방송이라 할 수 있는 KBS 1에서 4 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토론 내용이 그 규모나 시간의 길이에 비추어 만족할 만한 것이 되진 못한 것 같다.

찾을 수 없는 '통합의 길' 때문에 일부 패널들이 말을 아끼느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지엽적이라 할 수 있는 '정치권에 대한 험담'만이 시청자들의 헛웃음을 웃게 한 시간이었다. 결국 이러한 내용 없는 토론에서 전파를 타고 나간 고매한 식자들의 정치 '왜소화' 및 '희화화'는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강자에게 원군이 되었을 뿐이다.

'통합'을 글자 그대로 풀어본다면 '하나로 통일하여 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또는 정치적 '통합'이란 현대의 복잡다기한 사회에서 성립 불가능한 관념적인 말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다는 말인지 이해 난망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라면 '통합'을 얘기해선 안된다. 또한 민주주의 원리 자체가 '통합'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어떤 사회에서 '통합'을 고집한다면 그 사회는 필경 독재국가 내지는 파시스트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일상적으로 '통합'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정치, 사회적 갈등이 두드러질 경우 그러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통합'이란 가치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국가의 다양한 갈등 구조를 해소하는 데 있어 '통합'이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개념이다. 따라서 KBS는 토론의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어제 토론회를 지켜보는 내내 통합할 수 없는 갈등요소들을 '통합'이라는 하나의 '바구니' 속에 담으려 하다 보니 본질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다 애꿎은 정치권만 조롱하는 패널들의 '입담'에 양식 있는 시청자들은 김빠지는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일부 패널들은 객관적이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자신의 견해를 얘기하면서 형식적 다수결의 원리를 강조하는가 하면 감정까지 담아 정치권과 국회의원을 성토하고 조롱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중에 정치권에 대한 이들의 조롱은 한국사회 일부 식자층의 본질을 도외시한 언행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는 무책임한 자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매한 패널들이 정치권과 국회의원을 성토하고 조롱하는 바로 그 시간, 국회에서는 미디어 법을 놓고 여,야의 대치가 절정을 치닫는 과정이었고 앞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한국의 정치가 통합과는 관계가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증거하는 사건이 예정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회기에서 미디어 법을 직권 상정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고 민주당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통합'이라는 주제 하에 '다수결의 원리'를 강조하고 정치권과 국회의원을 폄훼하여 조롱하는 토론회라는 것은 현실의 첨예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본질을 흐리고 결과적으로 국민 여론이 반대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직권상정을 통하여 처리하려는 한나라당에 도움을 주는 결과로 작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KBS가 좀더 진지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접근하여 소통과 갈등완화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차라리 미디어법의 개정 취지와 내용 그리고 이 법이 통과되었을 때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장단점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 훨씬 건설적이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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