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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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huun)등록 2009.07.26 09:4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최근에 미디어가 재현하고 있는 이야기들(그들만의 파티)이 너무나 몰상식하고 저속하여, 우리는 할말을 잃고 있다. 말을 섞어야 할 엄두조차 나지 않기 때문에, 글과 말을 자제하며, 어디까지 갈지 입을 벌리고 관망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사실 미디어법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어왔다. 이는 언론 대기업의 단순한 영리차원의 탐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윤리적이고, 나아가 한국의 이데올로기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KBS와 YTN의 경영진이 물갈이되기 훨씬 이전부터 간간히 방송언론(심지어는 KBS) 구석에서 조심스럽게 문제 제기해왔던 사안들에 주목을 했어야 했다. 당시 야당이나 진보-분위기 언론은 새 정권 초에 가시화된 문제들, 가령 소득도 없이 난리만 피워댔던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미디어 문제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여론의 반대가 심해, 다소 수정도 하고 중화시키기는 했지만, 현 정부와 여당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불거진)촛불정국 이후 매우 절실하게 깨달았고, 그래서 사할을 걸고 있는 미디어법의 본질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강자에게 미디어(신문, 방송, 언론, 모든 매체)의 독점적 권력을 법적으로 인가해주자는 것이다. 말로는 자유니 민주니 해가며 누구든지 미디어 사업에 접근할 수 있다고 떠벌리지만, 자본주의 하에서의 자유가 얼마나 기만적이고 거짓된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바, 거기서의 자유란 곧 강자의 자유일 뿐이다.

그런데 미디어의 권력이란 어떤 것일까? 미디어를 독점하면 어떠한 권력과 힘과 이득이 생기는 것일까? 단지 돈이 생기기 때문일까? 그 보다 더 심각한 문제, 즉 "설득의 힘"이 생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수의 정신을 잠식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 힘은 미디어가 가장 경계해야 하고, 자기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검열과 반성으로 스스로 거리를 두어야 할 그러한 "절대반지"와도 같은 힘이다.

그렇잖아도, 한국사회는 항상 지배계급의 "설득"에 의해 모든 이데올로기, 문화, 경제, 정치, 교육이 실행되어왔다. 그러다가 군사정권이 사라지고 어느 정도 민주주의적인 가치들이 확립되려고 준비를 하던 90년대 이후, 그나마 특정 계급 혹은 소수의 집단이 과도한 설득력으로 대다수를 지배할 수 없게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참여정부에 와서 절정에 이르러, 한 발만 더 디디면, 미디어의 민주주의가 어느정도는 확립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언론사 경영자들과 일부 기자들의 훼방과 저항(어이없게도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으로 인해 그 시도는 실패했다. 결국, 참여정부가 언론과 심하게 불화했던 이유는 언론이 기업이나 특정 계급의 권력 당사자가 되어, 여론을 매도하고, 자신들의 가치관을 설득하고, 마음대로 견해를 만들어 돈을 벌어들이고, . . . 이러한 반민주주의적 헤게모니를 박탈해야 한다고 노무현 전 대통이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뜬 지금에 이르러, 언론이 권력 당사자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법안이 그들만의 파티에 축하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리고 미디어 언론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바로 그 힘의 행사, 즉 설득의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의 기사를 보라!

http://news.kbs.co.kr/article/culture/200907/20090725/1816440.html

바로 이 설득 행위! 이것이 바로 미디어가 특정 강자의 수단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그 자체로 항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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