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서태지 뫼비우스 광주 콘서트를 다녀와서..

기괴한 서태지와 더 기괴한 울트라매니아들

검토 완료

정동헌(hepysseal)등록 2009.07.26 10:02

염주체육관 정문에서 바라본 풍경 서태지 뫼비우스 마지막 광주 콘서트 현장 ⓒ 정동헌


서태지는 이 번 뫼비우스 전국투어 마지막 일정으로 광주를 택했다.
저번, 제로 전국투어 때에는 광주는 빠져 있었기에 광주팬들의 기대감은 더욱더 컸으리라 짐작된다.
필자 역시 서태지의 모든 앨범을 닳도록 들을 정도로 매니아였지만 콘서트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기에 이번 광주 콘서트만큼은 꼭 가봐야 겠다는 의무감마저 들던 상태였다.
드디어 예매를 하고 하지만 한달여간의 기다림이 있었다.
그래서 인지 당일날의 설레임은 상당히 고조된 상태였다.

드디어 현장에 도착했다.

염주체육관 전경 많은 사람과 차들로 북적이는 콘서트 현장 ⓒ 정동헌


체육관 건물벽에 붙어있는 대형 현수막의 " 기다림마저 행복이야 고마워.. "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살짝 닭살스럽지만 공연장 내부에 붙어있는 거에 비하면 '조족지혈' 이다.
서태지 팬들의 호칭인 '울트라 매니아'에는 어린 여성들 밖에 없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현수막의 글귀가 몹시 여성적이며 유치한 감수성이 물씬 묻어 나있었다.
조금씩 기괴감이 들기 시작하려 한다.

공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공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 정동헌


2층 가운데 중간부 지정석으로 가기위해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T자형 무대와 양쪽으로 설치된 디스플레이와 마치 암석들을 형상화한 듯한 회색의 설치물들이 트라스 구조물에 설치되어 있고 무대 가운데는 대형 뫼비우스 문양이 그려진 가림막으로 무대 절반이 가려진 상태이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하면 그 가림막 뒤에서 상당한 볼거리가 생길 것임을 음향업계에서 수년간 종사했 던 경험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공연장 문화에는 꽤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듣지 못했던 의외의 소리들이 들린다.
" 촬영하지 마세요 "
듣는 이에 따라 충분히 불쾌해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사뭇 위압적이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들이다.
자리에 앉는 순간에도 그러한 목소리들은 간헐적으로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그리 많지 않은 소수들의 행태지만 인상이 찌푸려 지기에는 충분하다.
조금씩 기괴스러움이 온 몸을 휘감는다.
마음속으로는 불만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렇게  큰 목소리를 공중장소에서 낼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옛말에 " 무식하면 용감하다 "는 말이 있다.
사운드의 스테레오감과 시각적인 쾌감을 최상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자리에 앉게 됐다는 만족감도 잠시 점점 짜증이 밀려온다.
휴대폰을 조금만 높이 쳐들고 있으면 어김없이 " 촬영하지 마세요 " 라는 소리가 들린다.
지적재산권과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촬영과 동영상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는 주의성 강한 부탁말은 입장하기 전에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상태이다.
사실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의 느낌은 좀 유별스럽다 이다.
언론장악하려는 이명박정부의 이미지 마저 살짝 스쳐지나가고 왠지 21세기 패러다임에 역행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지만 이 점은 다음에 논하기로 하겠다.

" 촬영하지 마세요! " 라는 고성으로 인해 그 들이 몹시도 충성하고 사랑하는 서태지 오빠와 형님의 지적재산권과 초상권은 지켜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선의의 피해자들은 생긴다는 사실은 모르는 걸까?
애초에 무언가를 찍고자 하는 생각이 전혀 없이 현장에서 기분좋게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된다는 생각은 왜 안하냐는 거다.
문자메세지 보내는 것도 인터넷이나 기타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드는 것 뿐만 아니라 손에 쥐고 있는 것 조차 신경이 씌여지기 시작한다.
사진이나 동영상 찍는 걸로 오해받을 까봐서다.
도대체,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휴대폰 들고있는 데 어떻게 촬영하는 걸로 단정하고 고성을 지르는 지 궁금하다.
그런게 정말 그렇게 싫으면 정식으로 공연관계자에게 얘기해서 무대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친절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하는 게 예의인 것 같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중장소에서는 더욱더 공중도덕, 예의에 대해서 민감하게 생각하고 반응해야 하는 법이다.
기분 좋게 즐기러 간 자리에서 공연시작도 하기 전에 사람에 따라서는 충분히 기분상할 수 있는 그러한 행태를 왜 보이는 지 정말 상식과 교양의 부족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이 쯤하고 넘어 가겠다.

체육관이라서 우려했더 거와는 달리 천장에는 다량의 흡음재들이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잔향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대신 사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이 기대는 불과 몇 십분 뒤에 여지없이 깨진다.
가슴을 쿵쾅거리는 서브우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저음은 마음에 들었지만 흔히 쇠그릇 긁는 소리로 일컬어 지는 주파수 영역으로 6k ~ 8k대가 워낙 강하고 볼륨이 필요이상으로 너무 커서 찢어진다.
이 쯤되면 음악이 아니라 완전히 음학(음으로 고막 학대)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오히려 시각적으로 가장 좋은 2층 가운데 앉은 거에 대한 댓가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운드는 전 좌석을 고려해서 튜닝되고 세팅되며 가장자리나 3층에 있었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리크기 압박을 덜 받기 때문에 음량이 보족하다고 느낄 개연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면은 소리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걸 쉽게 감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주파수대의 미들하이 부분을 그렇게 했는 지는 여전히 불만이다.
음향업계에 오래 종사한 분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귀의 혹사로 고음쪽을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관련 종사자들을 통해 여러번 들어 왔었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그런 걸 감안해서 튜닝해야 되지 않을 까?
물론, 평가는 듣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뉠 수 있다.

두 팀의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서태지 차례.
무대 가운데 있었던 천으로 된 가림막 말고 이 번에는 외견상 딱딱해 보이는 가림막이 무대 앞 쪽에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진 상태에서 하나 씩 이동한다.
그리고 점점 서로 결합해서 거대한 뫼비우스 문양을 완성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무대바닥에는 드라이 아이스가 깔리고 신비로운 조명과 함께 가림막은 원모양을 그리며 무대 뒤 쪽으로 향한다.
뒷 면이 바로 공연내내 백영상을 담당할 영상판넬이다.
무대 양쪽에 설치되어 현장의 장면을 중계해주는 영상판보다 훨씬 더 선명하다.
이 점으로 미루어 보아 확실치는 않으나 LED인 것 같고 무대 양 쪽 디스플레이는 뒤에서 프로젝트로 쏘는 것이 아닌 가 싶다.

첫 곡 TICK TOCK을 시작으로 화려하고 열정적인 락공연이 펼쳐진다.
그 이후로 이번 8집 앨범 수록 전곡과 예전 곡들이 이어지고 곡 분위기에 따라 특수효과 (불기둥, 폭죽 등등)를 이용한 볼거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이 번 콘서트를 그나마 볼만 하게 했던 가장 큰 공로자는 백디스플레이 영상이 아니었나 싶다.
그 외 상당히 특이했던 점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곡에서 패션쇼 런웨이같은 돌출무대내에 숨겨져 있던 기계장치와 그 위로 설치한 기괴한 의자에 앉아 있는 서태지가 공중으로 떠서 플로어 관중들 머리위로 360도 회전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광경이었다.
뒤에서는 백디스플레이가 갈라지면서 상당히 기괴한 그림이 조명을 받아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어떤 콘서트나 영상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상당히 진기한 장면이었다.
티켓값이 13만원이나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평소 생각했왔던 거와 이 번 콘서트에 기대했었거와는 달리 진행이 타이트하지 못하고 상당히 느슨하다는 점이 좀 놀라웠다.
중반 이후부터는 곡한곡 하고 토크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생각했었던 것보다 토크를 상당히 길게 한다.
서태지식 토크에서 별 재미를 못 느끼다 보니 지루함이 밀려온다.
막바지로 가면 갈 수록 생각보다 수다스러운 서태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상당히 어리고 젊은 여자팬들과의 괴리감도 확인하게 된다.
멘트 유머에 대한 괴리감,  마치 교주와 신도를 보는 것에 대한 괴리감, 우리가 북한주민들의 메스게임을 보면서 느끼는 기괴스러움을 서양인들이 이 공연을 보면 느낄 것 같다라는 생각까지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교주 (서태지)의 주문과 울트라매니아들의 반응을 보면서 아직까지 한국사회내에 전체주의적인 면이 많이 남아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들이기도 했다.(파도 타기와 위에서 보면 관객의 9할이 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다.)
물론 문화에는 정답은 없다.
결국, 앵콜송에 대한 기대도 접은 채 공식 순서가 끝나자 마자 자리를 떳다.
아쉬운점들도 예상과는 달리 많이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한국사회내에서 이 만한 공연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게 또한 현실이다.

서태지 뫼비우스 전국투어 현수막 서태지 뫼비우스 전국투어 현수막 ⓒ 정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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