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뒷모습 아름답도록(기초강좌 토론글)

검토 완료

박채영(980ch)등록 2009.09.05 15:51
지난 8월 13일,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홈페이지에 '2학기 수강과목 변경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디지털라디오제작론> 등 3개의 수업이 폐강되고, <미디어로 현실읽기>, <미디어경영론> 등 6개의 수업이 외부 강사의 수업으로 변경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서울여대생들만 가입이 가능한 홈페이지 '슈먼닷컴'의 '쉬크릿' 게시판에는 '출처는 밝힐 수 없지만, 언론영상학부의 전임교수 두 분이 갑작스레 다른 학교로 가시게 되었다. 확실한 정보다'라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언론영상학부의 수업을 듣고자 했던 모든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2009학년도 2학기 수강신청을 불과 4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내 수강 신청 어떡해

자신과 맞는 교수에게서 원하는 수업을 듣고자 했던 학생들은 갑작스레 바뀐 수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평소에 믿고 따르던 두 전임교수의 이동은 학생들에게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학교를 떠나는 데서 오는 배신감뿐만이 아니었다.

두 교수가 맡을 예정이었던 5개 과목 중 2개 과목은 폐강, 3개 과목은 외부강사로 교체되었다. 수년 동안 서울여대생을 가르치던 겸임교수 몇 명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서울여대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기대했던 수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미리 짜 놓았던 수강 신청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게다가 학교를 떠난 전임교수 두 명 중 한 명은 학과장을 맡고 있었기에 그 자리를 다른 교수가 급히 대신해야 했다. 결국, 그 교수가 맡을 예정이었던 <PR의 이해> 등 3개 과목도 외부 강사로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표류하는 시간표

또, 새로 온 외부 강사가 급하게 수업을 맡게 되면서 강사의 사정에 의해 수업 시간이 예정과 다르게 바뀌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다른 수업과 시간이 겹치게 된 학생들은 시간이 바뀐 전공 수업을 포기하거나 그 시간에 겹치는 다른 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학생들 사이에서는 '진상 언론'이라는 비난과 함께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았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특히나 언론영상을 복수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학생들의 원성은 더 심했다.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07학번 김한나 양의 사정 또한 마찬가지다. 

"저는 언론영상학을 복수전공하는 국문과 학생인데, 수업 시간이 갑자기 바뀌면서 국문과 전공 수업이랑 겹치는 경우가 생겼어요. 결국 언론학 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언론학과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공 수업이니까 시간이 바뀌더라도 그냥 들으면 되지만, 저 같은 복수전공자들은 원래 과의 전공 수업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더구나 다 처음 보는 교수들이라 복수전공자로서 언론학과 수업에 적응하기도 더 힘들고요."

  피해는 봤지만 사과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수나 학과, 학교 차원에서의 사과문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연구자로서,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욕심을 가진 교수가 더 좋은 환경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겨진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면 그 행동은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이번 경우도 그렇다. 다음 학기의 수업 계획까지 다 짜놓은 상태에서의 이동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게다가 사정 설명 없는 학교 측의 갑작스런 수업 변경 공지는 학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교수의 이동을 서둘러 공지했더라면 그리고, 수업 변경 사유와 함께 간단한 양해의 글이라도 올렸더라면 학생들의 혼란과 원성은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학과 수업 안정이 최우선

이제 남은 건 2명의 교수가 빠져나간 빈 자리를 수습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임교수의 선발을 서두르고, 수업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교 측에서도 다시 이런 경우가 일어날 상황을 대비하여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 줄 신속한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 2명의 전임교수가 떠나간 후, 다른 전임교수들의 이동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이 시점에서 유능한 교수를 서울여대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한 사람의 교수는 수십, 수백 명의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쉽게 생각해서도, 움직여서도 안 되는 자리이다. 이런 조심스런 자리에 있는 인물이 주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며 움직이기 위해서는 본인과 학교의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도록 말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