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강좌

줄지 않는 로드킬, 그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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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은(redalp)등록 2009.09.05 16:27
생명이 붙어있었는지조차 의심되는 모습. 납작해져 말라버린 채로 먼지가 되어가는 그들. 사실 그 참혹한 모습에 비해 로드킬(야생동물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리 깊지 않다. 우리는 늘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사고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의 도로를 오래 걷는 일이 생긴다면, 도로에 쓰러진 동물의 수가 꽤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 해에 얼마나 많은 동물이 로드킬로 목숨을 잃을까. 정부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만 2000마리, 전국의 도로를 다 합치면 매년 5000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도로 위에서 죽음을 맞는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로드킬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데, 이는 로드킬의 특성상 제대로 발견, 신고되지 못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종화 교수팀은 지리산 주변 일부 도로의 경우, 공식 집계보다 7배나 많은 수의 로드킬이 발생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야생동물의 로드킬과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방지하고자 각종 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와 환경부는 2006년부터 '환경친화적 도로건설 지침'을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도로공사는 2000년부터 고속도로 야생동물 보호대책을 수립하여 꾸준히 생태통로와 유도울타리 등을 설치했다. 최근 개통된 여러 고속도로 역시 야생동물의 사고사를 방지하기 위한 생태통로의 설치를 강조한다. 일명 '친환경 고속도로'다.
그러나 전국의 로드킬 발생건수는 2005년 6,553건, 2006년 5,565건, 2007년 5,737건(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의 통계)으로 크게 줄지 않았고 작년과 올해 또한 전국 곳곳의 국도, 새로 개통된 고속도로에서 로드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로드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꽤 높아졌음에도 로드킬 문제가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선진화로 상징되는 무리한 도로건설과 자연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 중심의 이기적 사고에서 비롯한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 고속도로는 무려 3,368km(2008년 기준), 전국의 도로는 총연장 10만km에 이른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우리나라에, 이 긴 도로를 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산이 깎이고 뚫렸을 것인가. 이로 인해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는 물론 대부분의 이동경로가 상실되었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구나 야생동물의 이동경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생태통로마저도 사전 조사와 사후 관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에 이어 생태통로 설치율 세계 4위라지만 그 중 태반이 비생태적으로 설치되어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비생태적이라 함은 야생동물의 생태특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장 많은 로드킬 사고종인 고라니의 생태특성에 대한 논문조차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며 "생태통로 건설에 반영할 연구결과가 없다 보니 국내 생태통로들이 부실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 한국환경생태학회의 한 논문(국내의 로드킬 저감대책 현황과 연구보고서 발간 동향, 2008)이다. 현재 로드킬 연구 동향은 국내 현장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보다는 해외사례를 통한 대안 제시에 주력해 왔으며, 생태통로 설치 전에 동물 이동상황을 조사한 연구 사례는 단 한 건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최태영 박사는 "국제적으로 성공한 생태통로 모범사례들은 사전대책을 세워 통로를 짓고,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적 비교평가와 보완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국내 생태통로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결국 늘려야 하는 것은 '무늬만 생태통로'가 아니라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통로'다. 실제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신설된 생태통로에 대해 5년간 효과를 모니터링 해 추가 건설 여부를 파악하거나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진행 중인 공사를 1년간 중단한 채 다람쥐의 습성을 분석하여 성공적인 생태통로를 조성한 사례도 있다.
로드킬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사전에 마취총을 쏴 보호구역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의 경우엔 위험 구역에 펜스를 높이거나 유도울타리를 설치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결국 인간의 편리함만을 위한 해결책일 뿐, 공존의 길이 아니다. 야생동물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에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2007년부터 실시된 네비게이션 안내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 스스로 서행, 경적을 울리는 방법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
결국 로드킬의 해결책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귀결된다. 정부의 무리한 도로 건설 계획은 시민사회가 견제해야 하고, 가장 현실적 해결책인 생태통로 역시 그야말로 생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드킬 문제는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아래 더 이상 '길'이 '편리함'만을 상징해서는 안됨을 시사한다.

한 환경 전문가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생물종이 정상의 1000배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로드킬로 인해 삵, 산양, 담비, 수달과 같은 멸종위기동물이 수없이 목숨을 잃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액을 555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과연 인간으로 인해 동물들이 입은 피해액은 환산이나 가능할지 반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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