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한 야당과 필요절실한 새로운 시민정치운동

견고한 수구의 성을 공략하기 위하여 새로운 시민정치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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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성(eagles63)등록 2009.09.09 14:38
지금은 집권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전성시대다. 거의 모든 정치 뉴스의 목차를 채우는 것은 이들 여권이다. 미디어법의 국회 통과를 밀어부친 이후 집권 세력은 일사천리로 준비된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위장된 서민행보와 8.15 사면,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 특히 정운찬의 총리 내정, 4대강 입찰 등 한국 사회의 모든 정치적 이슈를 독점하여, 집권 초반의 수세적 과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

현재 수구 세력은 준비했던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진보개혁진영과 다수 국민이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성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아마도 이 성이 완성되면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안전한 성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려 할 것이다.

KBS 등 공영방송의 접수와 미디어법 개정을 마무리함으로써 수구 언론을 중심으로 한 여론 장악의 기초는 어느 정도 끝나가고 있다. 이들 친여 매체들의 엄호 속에 그들은 별다른 장애없이 정치 사회적 인프라를 다시 깔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주화 이후 학계를 비롯, 사회저변에 진입해 있던 진보성에 대한 청산을 추진하고 있는 바, 소위 좌파를 척결하는 숙청 작업이 소리없이 수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군사정부 시절에 횡행했던 군 정보기관의 잠행 사찰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세를 몰아 중도적 지식인들의 포섭과 투항을 위한 공작도 병행하고 있다.

이 쯤에서 분별력을 가지고 상황을 따져 본다면 수구 세력은 지금 자신들만의 대한민국, 기득권에 도전할 수 없는 통치체제 구축을 위한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으며, 그들이 내세운 선수,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기의 몇가지 실수를 감안하더라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적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고 있으며, 포섭과 배제의 대상을 구별하여 적절한 전술을 구사할 줄 안다. 또한 공동의 적 앞에서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분파적 파쟁을 잠시 유보하는 유연성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잃어버린 10년'은 그저 철없는 우익 호사가들의 관용어가 아니라 수구의 집념이 표현된 전략적 슬로건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이들의 계획이 어느정도 달성된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소수를 위한 국가체제 하에 다수 국민들이 경제 사회적으로 희망없는 삶의 질곡에서 과거를 회한하는 세월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른다. 부와 권력을 독점한 수구의 성 밖에서 우리는 비루한 愚衆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사회적 패자가 재기할 수 있는 수단은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패자는 패자로서 삶을 마감하는 '비정의 성시'가 막을 열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화려하게 修飾하고 있는 시장의 '자유'와 '세계화'는 寒雪이 되어 우리를 고통 속으로 내 몰 것이다.

그런데 이들 수구세력과 맞서야 할 우리의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다.

가물에 콩 나듯 뉴스의 귀퉁이에 등장하는 무기력한 민주당의 몰골이 처연하다. 그 민주당이 채우지 못한 빈자리를 꿰차겠다고 친노세력은 새로운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속을 들여다 보면 한국 사회의 진보 개혁을 담당할 만한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

한국 정치에서 야당이 사라졌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미디어법 사태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단말마적 울분을 토하고 국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도데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아마 모르긴 해도 수구세력의 화려한 플레이에 압도 당한 야권은 전력을 추스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정권을 내 준 지 2년이 지나고 있건만 사치스런 관성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이 남기고 떠난 유산을 두고 다투고 있을 터, 건실하지 못했던 자식들이 부모의 유산에 집착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유약한 식물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파이팅'이다. 비록 열세의 상황일지라도 현재의 국면에서 시대정신과 국민의 여망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그 여망에 부응하여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전투성이다. 투지로 얻은 성과가 비록 작을지라도 국민은 민주당에 희망을 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미 떠나버린 스승의 유지만에 의지하여 통합을 외치고 있다. 그 목소리는 여론의 관심사항이 아니고 국민들에게 메아리 치지 않는다. 선두에서 싸우는 영웅의 모습에 국민은 감동하고 그 영웅이 통합의 명분을 쥘 수 있는 것이다.

미디어법 파동의 후속 대책, 4대강 사업의 적정성과 여타 분야의 예산 삭감의 문제, 국민들을 공포 속에 떨게 하는 신종플루 대책, 전세값 고공 행진, 좌파척결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學亂 등등...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당이라면 마땅히 이러한 의제를 쟁점화 하면서 그 속에서 정권에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투쟁성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유약한 민주당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다.

그리고 친노신당의 창당 주인공들은 또 한 스승의 유산을 밑천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욕심과 정략의 포로가 되고 있다. 이들이 창당의 명분으로 주장하는 몇 가지 문제는 지방선거를 통해 직장을 얻기 위한 아둔한 합리화일 뿐이다. "민주당은 지역정당이다. 그래서 민주당으론 안된다." "민주당은 민주화된 정당이 아니다"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하겠다." 등등...

친노신당이 진정으로 민주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 정당으로서 민주개혁진영의 중심 세력이 되기를 원한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질일 수 있는, 민주당과는 다른 내용을 채워야 한다. 또한 민주당의 한계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명확한 전투자세를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창당을 접는 것이 낫다. 지방선거에서 몇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노무현이 남긴 공동 유산을 탕진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신당 창당의 배후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유력 정치인도 반성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선수들을 다시 양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대한민국을 소수 기득권층의 독점적 점유로부터 다수 국민들의 국가로 되돌려 놓기 위하여, 비록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할지라도 건실하고 열정이 넘치는 새로운 선수들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 선수들은 시민 속에 살아 있는 새로운 시민정치운동으로부터 잉태될 것이고, 이들에 의하여 민주당이나 친노신당 세력 또한 혼돈의 미망에서 벗어나 재기의 출발선에 다시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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