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좀 '맞는 사람' 이 오라고.

'정권의 개' 가 아니라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한 '맞는 사람'이 대우를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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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민(skyjet)등록 2009.09.21 09:48
모름지기,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적임자를 뽑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사람이 이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점들을 고려해도 문제가 터질 수 있는 일이 인사이기 때문에 인사를 하는 데 있어서는 심혈을 기울이는 정성이 필요하다. 기껏 뽑은 사람이 사건을 일으키면 무능한 인사를 했다는 평을 듣고, 유능한 인재이지만 너무 친한 사이일 경우에는 낙하산 인사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이 인사이다.

그런데 MB 정권 아래에서 행해지는 인사를 어떠한가. 항상 인사철만 되면 시끄러워지는 것이 다반사로근 하지만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적절한 인사'를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잃어버린 10년' 전보다 인사 풀을 넓힌다 주장했었지만 정작 뽑아놓은 인사는 그 나물에 그 밥이거나 다른 지역/그룹 인사를 뽑았다고 해도 MB와 성격이 착착 맞는 인사거나 무색무취한 인사가 대부분 이었다. 그나마도 전 정권에서 뽑아놓았던 사람들은 유능한 인사건 무능한 인사건 상관없이 내쳐버리는 괴상한 행동을 보였다. 심지어는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고 주장했었다.

자- 그렇게 해서 뽑아놓은 인사는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을까. 정치는 뭐 말할 것도 없고, 문화는 철저하게 코드가 많은 인사에게만 지원을 하다보니 정작 꾸준히 문화 관련 활동을 한 이들이 피해를 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교육은 지난 10년보다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강화되었고, 경제는 한번 쪽박을 본 인사를 다시 고용하고 나서 또 쪽박을 차고 그나마 겉모습만 잔뜩 포장해서 '경제 위기 해소'를 주장한다. 이런 분야가 오죽한데 인권이 괜찮을 리가 없다.

솔직히 이번 정권, 선진화를 추진한다면서 아직도 한참 갈길이 먼 인권을 낮추기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정권 취임 직전에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해야한다는 말부터 (결국 취소되었지만) 각종 정부 기관들의 인권위 권고 무시, 인권위에 대한 각종 모함 발언, 거기에 인권위 인사 / 비용 축소마저 있었고, 인권위원에 인권과는 별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거기다가, 전 인권위원장이었던 안경환 씨가 물러나고 인권과는 별 상관없는 활동을 했었던 현병철 씨가 신임 위원장으로 인사가 이루어지면서 문제는 더 극심해졌다.

현병철 씨는 분명 '취임 전만해도' 그냥 평범한 민법 전문 학자 중의 하나였다. 현병철 씨가 법 관계 기관에 내정되었으면 문제가 별로 없었겠지만, 인권으로 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법과 인권은 차원이 다른 분야이며, 오히려 인권이 법보다도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을 할 때도 판사의 재량에 따라서 구형이 정해지지 않는가. 법은 중요하지만, 그 법 자체에 담겨질 수 있는 인권 침해의 문제에 대하여 맞서 싸우는 것이 인권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상관없는 사람을 그냥 앉혀놓은 것이었다.

무색무취한 인사일수록 더 정권에 협조한다는 말이 사실이었을까. 현병철 씨는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념에 편향되지 말아야함을 주장하며 북한 인권 강화를 외쳤다.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였다. (딱히 반대에 대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인권위에서 주장해왔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서서히 바꾸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충돌 현장에서 공권력의 법 집행에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인권은 누구에게나 차별하지 않고 존중받아야 하며, 북한 주민들도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도대체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것과, 공권력의 법 집행에 문제 삼는 것을 반대하면 안되는 것과,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인권을 보호하는 수장이 할 이야기는 아니지 않는가? 국가보안법이 지금까지 어떤 인권 침해를 일으켰고, 무조건적인 법치주의가 낳는 폐해, 그리고 현재도 존속하고 있는 각종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인권을 지키지 않겠다는 소리와 무엇이 다를 것이 있는가. 이런 저급한 인식을 보이는 상황에서 현병철 씨는 9월 초에 법무법인 한길의 김옥신 변호사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제청하였다.

김옥신 씨 또한 인권과는 별 상관없는 활동을 한 사람이다. 게다가 지난 1999년 판사 재직 시절, '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 라는 단체에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경력도 있었다. 증거도 근거도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국보법을 끼워맞춰서 적용을 시켰다. 그리고 이제 이런 인사가 인권을 보호하고 진흥하는 기관의 중요한 인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인권이 지금보다 더 큰 수난을 받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김옥신 인사 문제뿐만이 아니다. 각종 친정부 인사를 영입하고, 전 정권 인사를 내쫓으면서 지금까지 항상 정부는 대놓고 전 정권 성향의 인사를 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좌파, 빨갱이 발언, 그리고 각종 미사여구로 능력이 없는 사람을 포장하기에 바빴다. 왜 지난 10여년 간 일명 '좌파, 빨갱이' 사람들이 문화, 인권 등의 분야의 요직을 차지하였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때 요직에 취임한 사람들은 그 분야에서 노력을 하고 성과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에 합당히 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지금 취임하는 각종 '어중이떠중이' 들은 어떠한가. 밖에서 그들은 '좌파, 빨갱이'로 모함하다가 기회가 찾아오자 얼른 내쫓고 실력이 떨어지는 정책만 남발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각종 인사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그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한 인사, '맞는 사람'이 오면 된다. 정권에 열심히 충성하는 '정권의 개' 말고.

덧붙이는 글 http://skyjet.textcube.com/178 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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