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3명의 정씨

정운찬, 정몽준, 그리고 정동영

검토 완료

주광재(sbadco)등록 2009.09.28 11:36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하며 경황없이 먼 이국 땅으로 날아온지 이제 4개월이 되어 간다. 그 동안 너무 가슴이 아팠고 말문이 막혀서 그 일에 대하여 글하나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마음은 아프지만 이제 그 분의 유지를 상기하며 추억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오늘은 그 시작으로 각별한(?) 인연으로 대비되는 세 명의 정씨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싶다.

 

정운찬

 

지금 이명박 정권은 정운찬씨를 총리에 임명하려고 한다. 이미 인준을 위한 청문회에서 수 많은 결함과 결격이 밝혀진 상황임에도 압도적 의석수를 믿고 인준을 강행할 모양이다. 참으로 도의란 모르는 집권세력이다. 납세의 의무를 태만히 하였던 사람, 특별한 용돈을 받아 쓴 사람, 수상한 소득이 수억원에 달하는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에 적합하다면 그 나라는 이미 그런 수준의 나라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하기야 대통령의 도덕성이 그보다 결코 나을 것 없는 상황에서 누구를 탓하랴마는...

 

그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남긴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바로 3불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던 노무현 정권을 향하여 던진 말이다. "원재료가 좋아야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일갈하였다. 3불정책으로 대학들이 좋은 학생을 골라서 입학시키기 어렵다는 비판이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정권의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서 후일에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그가 그렇게도 강력히 비판하던 MB정권에 몸담으려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정치적인 인물임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소신을 버리기에 주저함이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루아침에 정권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접고 별반 차이점이 없다고 표변할 리가 있겠는가?

 

다시 원재료 론으로 돌아가자면, 누구도 수긍하기 어려운 어불성설이다. 과연 지금 서울대를 비롯한 우리의 대학들이 원재료를 잘 고르지 못해서 훌륭한 인재를 만들지 못하고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별 볼일 없는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상식이다. 지금도 그 들은 충분히 훌륭한 원재료를 골라서 데려가고 있다. 다만 공정이 잘 갖춰지지 못한 나쁜 공장과 엉터리 기술자들에 의하여 품질이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아진 것이다. 엉터리 기술자 주재에 무슨 원재료 탓을 할 처지인가?

 

그가 참여정부 말기에 갑자기 대선주자군으로 주목을 받은 일이 잠시 있었다. 경제학자에다 서울대학교 총장이라는 타이틀이 대중의 착시를 일으켰음 이리라. 그는 마치 자신의 몸값이라도 높이려는 듯 한껏 교만을 부린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그를 겨냥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마디 던진다. "정치인이란 이것저것 눈치살피고 기회를 노릴 것이 아니라 몸을 던져서 헌신한 후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고 하였다. 기회주의적 처신에 대한 멋진 일갈이 아닐 수 없다.

 

철학도 보이지 않고, 소신도 쉽게 굽히며, 도덕성에 의문이 많은 그가 국무총리가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이 또 한번 부끄러운 나라가 되어가는 증거가 될 것이다. 자신의 어설픈 기술을 탓하기 보다 엉뚱하게 원재료를 탓하는 교만함이 과연 총리자리에 어울린다면 할말을 잃고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정몽준

 

거대한 집권여당의 당대표를 승계하였다. 아버지를 잘만나 거대한 부를 물려받은 것도 그렇고 박희태 대표의 사퇴로 인하여 당대표가 된 것도 그렇고 그에게는 과분해 보인다. 그다지 사려깊은 행실이 있는 것도 아니요, 철학이나 소신도 보인 바가 없는 그에게는 참으로 과도한 것이 현재의 위상이다.

 

아버지가 잠시 정치를 하며 대통령에 출마했을 당시 그는 그 유명한 초원복국집 불법 도청을 자행한 사람이다. 물론 불법행위를 찾아서 고발한 것을 잘못이라 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폭로가 오히려 지역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정적의 승리를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을 상기하면 참으로 정치적 계산이 짧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또 월드컵 4강신화에 기반하여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랐던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축구협회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신화를 지원했던 것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축구 대표팀을 좀 잘 지원해서 성과를 얻었다고 스스로 대권을 꿈꾼다는 것은 좀 어이가 없었다.

 

후에 그는 결국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로 물러나고 지원유세에 나섰다. 철없는 그의 지지자들은 유세현장에서 성급하게 '차기 정몽준'을 외친다. 노무현 후보는 단호히 말한다.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것이다. "추미애도 있고, 정동영도 있고..."라며 제동을 걸었다. 물론 정몽준은 곧장 삐져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발표를 한다. 그 것도 대선이 하루 남은 상황에서 치명상을 입히고자 했던 것이다.

 

조선일보의 일면 탑 제목 "정몽준마저 노무현을 버렸다."는 섹시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는 당선되고 말았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정치행보를 했던 그가 지금 거대여당의 대표가 되었다. 노무현이 뻔히 불리할 것을 알면서도 그와는 정체성이 다르다며 단일화 협상을 거부했던 이유가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수준의 정치행보를 하는 사람이 집권여당의 대표이자 차기후보군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서글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래서 슬프다.

 

정동영

 

당과의 일체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출마를 언론에 알린 후 공천이 안되자 탈당하여 당과 정면 대결을 벌인 그가 당선되고 말았다. 유권자들이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그런 자의 복당을 운운하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해당행위를 한 자를 다시 받아들인다면 그 것은 이미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

 

참으로 구차한 정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이 어려울 때 나름의 정치적 지명도를 지닌 인물이 당을 위해서 수도권에 출마하여 싸우는 헌신이 필요했지만 그는 그 것을 거부하고 지역기반에 기대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한 것이다. 정치인이 어떤 희생도 치르지 않고 자신의 입지만을 추구한다면 국민은 그 만큼 불행해질 것이다.

 

그는 이미 그런 행보에 익숙한 사람이다.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경선에 출마를 했었다. 당시 이인제 씨와 함께 노무현 후보의 장인이 좌익활동을 했다는 것을 문제삼아 색깔론을 강력히 들고 나왔던 그이다. 그러던 그가 다른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하자 경선지킴이를 자처하며 입지를 다져 나갔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그는 곧장 당을 장악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고, 이미 기득권을 차지한 당권파와의 일전을 치른 끝에 분당을 결행하였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데 앞장선다. 물론 열린우리당이 전혀 새로운 정당 민주주의를 골간으로 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그 것마저 허무는데 노력을 다한다.

 

당원들의 참여와 결정에 의하여 당권은 물론 중요한 공직선거 후보자가 결정되는 것은 매우 발전된 정당민주주의의 한 형태였다. 하지만 그러한 정당민주주의가 자신의 차기후보 자리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보이자 그는 그 것을 스스로 부정하고 흔들고 마침내 허물어 버리고 말았다. 온갖 부당한 동원과 편법으로 대통합 민주신당의 후보가 되었으나 결국 별반 지지를 받지도 못하고 처절한 패배를 맛보고 말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진 정동영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일까? 퇴임하고 봉하마을에 정착한 후 지역의 노사모 회원들과 그 곳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장군차 나무를 심으며 담소하는 가운데 한 사람이 지난 대선에 누구를 찍었는지 물었다. 듣는 이들은 참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처럼 민망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대통령은 꺼리낌없이 대답을 한다. "찍을 사람을 찍었어요. 안될 것 같아서 찍었어요. 될 것 같았으면 내가 그 놈을 찍었겠습니까?" 상당한 시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마지막 들은 노무현의 유지로 남아 있다. 그의 마음속에 정동영에 대한 원망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의미있는 시도라 여길만했던 정당민주주의를 통채로 망가지게 만들었던 그의 정치행보를 기억한다면 매우 공감가는 일갈이 아닐 수 없었다. 헌신하고 룰을 지키며 노력한 후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하면 모든 룰을 송두리채 부정해 버리는 태도는 정치지도자가 넘어서는 안될 금도를 넘어버린 것이다.

 

결론

 

노무현 전대통령과 그가 추구하던 가치가 무참히 짖밟힌 상황에서 목숨마저 던져야 했던 한국의 정치현실이 슬프다. 그런 그가 못마땅해 하던 그 3명의 정씨가 지금 한국정치의 전면에 나서서 설치는 판국이 더더욱 슬프고 못마땅하다. 이렇게 엉터리 정치판을 만들고 이끌어 가는 정권에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선물하고 있는 국민들이 원망스럽다.

 

과연 한국정치는 내면이 없는 가식과 소신이 없는 오락가락 행보와 철학이 없는 임기웅변을 지속해야 하는가? 부자들을 위한 지원과 특혜와 감세를 추구하더라도 서민들과 악수하는 사진 좀 찍어서 보도하면 지지율이 오르는 정치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아마도 국민들이 좀 더 현명하고 지속적인 깨달음을 갖기 전에는 좋은 정치를 꿈에도 다시 맛보지는 못하리라.

 

이 점이 생각있는 사람들을 잠못들게 만드는 안타까움이다. 안타깝고,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오호 통재라 한국의 민주주의여!!!!!!!!!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9.09.28 11:3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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