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보며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를 찾다

등록 2009.10.05 10:23수정 2009.10.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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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생가 지난 2월 착공하여 7달만에 완공한 김해 봉하 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생가. 노무현 대통령의 생일인 지난 9월 24일 오후 2시 준공식을 마쳤다. ⓒ 정근영


예전에 영국의 한 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 속에서 장미가 꽃피기를 바라는 것 보다 어려운 일이다'라고 했다. 그 뒤 십이육 사태로 유신독재가 무너지면서 온 서울의 봄도 신군부의 구둣발에 짓밟이고  미국의 외교관이 '한국인은 들쥐와 같다'라고 해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한국 국민을 절망시켰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민주화는 엄청난 시련의 연속이었다.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유력한 정치지도자는 탄압을 받아 암살을 당하거나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에 병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김구는 암살당했고 조봉암은 사형, 신익희, 조병옥 등은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에 죽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를 먹어야 민주주의가 꽃피게 될 것인지.

7대 대선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갖게 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김대중이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유신의 긴 늪 속에서도 김대중과 김영삼은 민주화란 수레의 양 바퀴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분열함으로써 민주화의 수레는 고장이 나고 말았다.

더구나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며 민주주의의 제단에 피를 뿌리겠다던 김영삼,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예언자적 목소리로 국민에게 민주주의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던 그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독재세력에 합류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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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생가의 안방 양쪽으로 문이 나 있어 시원해 보인다. 검소했던 그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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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묘소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으로 바란 작은 비석일까.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은 불효자 청개구리에게 유언하는 심정으로 한 말이지 않을까. 너무도 초라한 대통령의 무덤에 할 말이 없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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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사람, 오는 사람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를 찾고 있었다. ⓒ 정근영


정말 민주화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 그러나 김대중이 4전5기의 신화를 창조하면서 이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을 적에 드디어 민주주의는 꽃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김대중의 15대 대통령 당선은 미완의 승리였다. DJP연합 정권은 민주주의를 꽃피우기에는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노무현 역시 정몽준의 '도움'으로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정치적 기반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엔 수많은 난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은 일부 계층의 힘이나 노력만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는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으로 믿고 퇴임 뒤에 시민의 힘을 조직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그 역시 실패하게 되자 좌절하고 절망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으로 민주화의 제단에 몸을 던졌다.
이것은 온 몸으로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한 몸짓이었지도 모른다.


노무현의 죽음은 또 한 번 민주주의가 어려운 것임을 보여 주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는 것은 이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이 나라에서는 국민의 힘도, 시민의 힘도 아닌 독재 권력자의 아량으로밖에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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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든 관세음 보살 '관세음 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 보살' 호미든 관세음 보살상은 유례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 가슴속 깊숙히 자라고 있는 반민주 의식을 잡초 뽑듯이 싹 뽑아 주세요. 나무 관세음 보살 ⓒ 정근영


노무현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안겨 주었다. 한국은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문하고 슬퍼한 죽음은 드물 것이다. 노무현의 죽음은 경남 김해의 한적한 봉하 마을을 성지로 이름난 관광지로 만들었다. 공휴일이나 일요일 같이 쉬는 날은 물론이고 평일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을 봉하 마을로 불러들이고 있다.

언론은 봉하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 눈을 부릅떴고 국민은 귀를 나발 통처럼 벌려서 봉하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천천히 봉하 마을은 신문에서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이 있은 지 벌써 6달째이니 그럴 만도 한 것일까. 하지만 정확히는 넉 달 열하루다.

아직은 아니다. 더구나 이 나라 민주화의 최선봉에 서서 달려온 김대중 15대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의 충격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는가. 민주화의 제단에 두 분 전직 대통령의 고귀한 피를 모두 바친 것이다.

오늘은 서거 이후 처음 맞는 추석, 추석 연휴를 맞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 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나 49재 등이 계속될 때, 또 얼마 전 생가 복원식이 있을 때 등에도 봉하 마을을 찾아가려고 기회를 노리다가  추석 연휴인 오늘(10월 4일)에 비로소 차를 몰 수 있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봉하 마을에 마련된 빈소를 찾을 때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그렇지만 오늘 봉하 마을로 가는 길은 퍽 한산했다. 이제 추모의 열기도 식었단 말인가. 하지만 봉하 마을에 이르니 주차장은 차들로 꽉 채워져 있었고 부엉이 바위와 사자바위, 정토원과 묘소, 생가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들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민주화의 제단에 뿌려진 수많은 민주일꾼들의 피가 마르지 않고 땅 속 깊숙히 스며들도록 물이라도 뿌려주고 가는 것일까. 봉화산에서 이어져 멀리 뻗어나가는 산맥 위에 선 호미든 관음성상은 순례객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있을까. 불상이 농기구를 들고 있는 곳은 아마도 유례가 없는 일이렸다. 저 호미로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잡초처럼 자라고 있는 반민주의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뽑아 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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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물물 불보살상 두두물물이란 보이는 모든 것이란 말이다. 곧 처처불상이란 말로 곳곳이 부처님, 보살상이란 말로써 모두가 부처님이란 말이다. 이 말엔 모든 것을 부처님 대하듯 공경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 정근영


호미든 관음성상을 뒤로 하고 봉화산 산길을 따라 정토원으로 내려가다 보면 두두물물 불보살상을 만난다. '두두물물 불보살상이라면 곳곳이 부처란 말'이 아닌가. 처처불상이니 사사불공하라고. 곳곳이 부처님이니 일마다 불공이라는 말이다.

동학을 일으킨 수운 최제우 선생은 '사람이 하늘이니 사람을 하늘같이 모시라'고 했다. 새 불교 원불교를 일으킨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으로 만유를 부처로 알고 모든 것을 부처님처럼 섬기라고 가르쳤다.

봉하 마을 '두두물물 불보살상'은 수운과 소태산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을 하늘과 같이 모시는 것이 민주주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불상을 바라보면서 위정자는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했음직하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민에게 넘겨주고자 했던 노무현. 그는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고자 애썼다. 이제 그의 죽음으로 진정성이 우리 국민의 가슴을 울리게 한 결과 그의 발자취를 찾는 국민의 발길이 지금도 그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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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원 수광전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을 모셨던 절이자 그의 49재를 봉행한 정토원에서 중심이 되는 전각이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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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의 연지 노무현 대통령 생가앞에 있는 연지. 연꽃은 더러운 땅속, 더러운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맑고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다. 노무현 대통령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내 내 뿜는 향기는 아름다운 것이리라.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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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바위 노무현 대통령이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부엉이 바위 밑 노란 리본으로 줄쳐진 그 안에 대통령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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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 한적한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들판이 꽤 넓은 편이다. 가마귀도 먹을 것이 없어 굶고 간다는 마을 치고는 넉넉해 보인다. 김해 평야 보다는 좁지만 여느 시골보다는 들판이 넓은 편이다. ⓒ 정근영


이제 우리 국민도 민주제단에 뿌릴 만큼 피를 뿌리지 않았는가. 정치적 혼란을 자초해서 더 이상 피를 뿌려야 하는 비극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럴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염원한 깨어 있는 조직화된 시민의 힘을 바탕으로 우리 국민은 깨어 나야 할 것이다.

노무현의 묘소를 밝히고 있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를 가슴에 담고 봉하 마을을 나선다.

덧붙이는 글 | 언론에서 그 소식이 뚝 끊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그 힘을 위해서는 계속되는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봉하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자 해서 이 기사를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언론에서 그 소식이 뚝 끊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그 힘을 위해서는 계속되는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봉하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자 해서 이 기사를 올립니다.
#봉하마을 #노무현대통령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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