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전 위협하는 한강 르네상스 현장

거창한 준공식 치른 항강공원에 시민 안전 위협하는 유해물질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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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cbs5012)등록 2009.10.14 11:42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한강 여의도공원 782억원을 들여 새롭게 변신한 한강 여의도 공원 ⓒ 최병성


한강을 새로운 문화와 관광의 현장으로 변신시키겠다던 '한강 르네상스'공사가 지난 9월24일 여의도공원을 시작으로 난지(27일)와 뚝섬(29일) 한강공원도 준공식을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의도공원 준공식 기념사를 통해 "한강을 프랑스 파리의 센 강이나 영국 런던의 템스 강처럼 누구나 한번쯤 와보고 싶은 세계적 명소로 만들어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의도 공원 782억 원, 뚝섬공원 578억 원 등 수천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세계적 명소로 거듭났다는 한강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였습니다. 세계적 명물로 변신한 한강을 기대하며 지난달 26일 여의도 공원을 찾아갔습니다. 서강대교에서 한눈에 보기에도 이전의 여의도 한강 둔치와는 달라보였습니다. 782억 원의 엄청난 돈을 바른 공사였으니 당연히 이전과는 달라야 정상이겠지요.

시민 건강 위협하는 시멘트 가루 펄펄 날리는 한강 공원

이전보다는 훤해진 여의도 한강공원이었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새로워진 한강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서강대교에서부터 여의도 한강공원이 끝나는 63빌딩 앞 샛강 입구까지 주~욱 살펴본 저는 곳곳에서 충격적인 현장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준공식이 치러진 공원인데, 여기저기 시멘트 가루가 펄펄 날리고 커다란 녹슨 대못들이 굴러다니는 위험한 현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준공식 치른 한강공원에 웬 시멘트 가루?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건만 시멘트 가루가 곳곳에 가득하였습니다. ⓒ 최병성


시멘트 가루 펄펄, 목 따끔따끔!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덕에 한강 공원을 걷는 동안 목이 아파왔습니다. ⓒ 최병성


흉기로 변할 수 있는 대못은 왜? 공원을 찾은 시민들 발바닥을 노리는 녹슨 대못이 널려있습니다. ⓒ 최병성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거창한 준공식이 치렀고, 많은 시민들이 찾는 시민공원인데, 어떻게 아직도 시멘트 가루가 곳곳에 쌓여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는 곳곳에 벌어지는 끔찍한 현실을 보며, 이런 난장판 속에 준공식을 치렀다는 서울시의 무책임함이 더 놀라웠습니다. 

적어도 준공식을 치르려면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 되는 공사의 흔적들을 치워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기초적인 상식 아닌가요? 여의도 공원이 너무 커서 구석진 곳엔 차마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라고 변명한다면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곳은 후미진 곳이 아니라 준공식이 치러진 바로 현장 주변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시멘트는 폐타이어, 폐고무, 반도체 공장 슬러지, 철강슬래그, 폐페인트 등 온갖 유해 쓰레기로 만들어져 발암물질과 인체 유해 중금속이 다른 나라보다 더 가득하다는 것은 이미 대한민국 사람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유해성 시멘트 가루가 공원 곳곳에 날린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유해 시멘트 물 가득한 분수에서 물놀이하는 충격 현장

저를 더 충격에 빠트린 것은 서울시가 곳곳에 자랑거리로 만들어 놓은 분수대였습니다. 이리저리 물줄기를 흔들며 올라오는 분수대 속에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고, 심지어 몇몇 아이들은 아예 물 속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과연 이곳에 물놀이를 해도 될만큼 깨끗한지? ⓒ 최병성


그런데 이 물이 얼마나 안전할까요? 지난 화요일(10월6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강성천 의원이 요즘 국내 지자체마다 유행하는 분수의 수질 검사에서 세균이 다량 검출되고 있다며 인체에 유해한 분수 수질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사실 분수는 보기와는 달리 세균이 다량 번식하여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유해 시설입니다. 아이들이 분수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대책이 필요한 것이지요. 광화문 광장을 비롯하여 한강 공원 곳곳에 세워놓은 분수. 바라보는 사람들 눈은 즐겁지만, 이곳에 뛰어드는 아이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한번이라도 고려해보았는지, 수질 대책은 세웠는지 걱정됩니다.

분수대에서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제 눈에 들어 온 것은 분수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백시멘트와 돌가루 등이 뒤섞인 뿌연 앙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저 더러운 물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이 더러운 분수대 물에 물놀이해도 되나요? 더러운 앙금이 가라앉은 분수대 물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이런 곳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 최병성


한강 르네상스, 참 깨끗하죠? 희뿌연 돌가루가 가득한 한강공원을 아이와 연인과 함께 거닐고 있습니다. ⓒ 최병성


오세훈 시장님께 한마디 묻고 싶어집니다.
시장님, 여의도 한강 공원 준공식 이전에 모든 곳을 깨끗이 청소한 것을 확인했습니까?  분수대 물을 뿜어 올려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전에, 수차례 물을 걸러내서 분수대에 아이들이 들어가도 건강에 아무 문제없도록 세척해냈습니까? 오세훈 시장님, 이건 시민을 우롱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 아닐까요? 

한강 르네상스가 한강의 수질을 오염시키는 현장

끔찍한 분수대에서 흐르는 물길을 따라 내려가 보니 더 충격적인 현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뿌연 오염물이 그대로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그동안 공사 중 오염물이 얼마나 한강으로 유입되었던 것일까? 희뿌연 물이 한강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공원 바닥이 하얗게 변한 것을 보니 그동안 많은 오염물이 한강으로 유입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최병성


한강 르네상스가 한강을 오염시키는 현장을 더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니 일부러 한강 르네상스의 잘못을 찾으려 한 것이 아닌데, 얼마나 엉성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걸어가는 제 눈에 곳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친환경적 강변을 만든다며 커다란 쇄석으로 강변을 치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건? 물속에 있는 커다란 돌 밑에 공사현장에서 쓰던 천막들이 그대로 깔려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보온 재료로도 쓰이는 것인데, 한강 르네상스 공사 현장에서 먼지가 날리지 말라고 바닥에 깔려 있던 것들입니다. 그런데 왜 이게 강물 속 돌 밑에 깔려 있는 것일까요? 그것도 한두 곳이 아니라 곳곳에 이런 모습입니다. 물속에서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푸른 이끼가 피어 있었습니다.

친환경적으로 만든것이 천막천으로 한강 오염시키는 것? 친환경적이라는 서울시의 주장과는 달리 쇄석 밑에는 천막천 짜투리가 가득했습니다. ⓒ 최병성


푸른 이끼낀 천막천 조각 한강 물 속에 얼마나 오래 있었던 것일까요? 이끼까지 자리고 있습니다. 한강 르네상스- 한강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 최병성


이미 지적한 시멘트 가루 말고도 조급한 준공식에 맞추기 위한 날림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쓰던 볼트더미가 한강 물 속에 버려져 있는가 하면, 준공식을 치렀는데도 난간 기둥엔 시멘트 물이 허옇게 말라 있고, 벽돌 밭침 나무토막과 비닐이 그대로였습니다.

한강 물 속에 웬 볼트? 얼마나 다급하게 준공식을 치른 것인지 그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 최병성


준공식을 치른 공원에 이건 또 뭘까요? 강변을 따라 늘어선 비닐조각과 나무 깔판. 준공식 이후에도 이런 것이 널려 있다니, 정말 이건 아니네요. ⓒ 최병성


물의 흐름을 역행한 한강 르네상스 현장

오세훈 시장님, 
이런 현장들을 한번이라도 살펴보시고 세계에 내놓을 명품 한강이라고 말씀하신 것인지요? 지금까지 지적한 현장들은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 치울 수 있는 것들이니 다음에 가면 보이지 않겠지요. 그러나 더 걱정이 되는 현장이 있었습니다. 

한강은 수위의 변화가 심하고, 유량과 유속이 빠른 강입니다. 그런데 쌓아 놓은 계단이 흐르는 물살을 등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살 정면을 향해 계단식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직접 일체식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이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 벽돌 식으로 만든 네모난 콘크리트를 얹은 것입니다. 과연 여름 홍수에 이 콘크리트가 견뎌 낼까요? 공사 현장 분들이 한강 물을 너무 물로 보신듯합니다.

흘러오는 물살 정면 방향으로 가로로 놓인 난간도 심히 걱정됩니다. 본 기자는 지난여름 안양천에서 불어난 물이 다리 위의 난간을 다 무너트린 것을 본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강의 난간은 물살 정면에 놓여 있고, 그것도 난간 간격이 상당히 촘촘합니다. 이는 홍수 시 떠내려 온 나뭇가지더미들이 이곳에 걸리면서 물살의 힘을 더 거세게 받게 되고, 결국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여름 홍수의 위력이요, 현실입니다.

물살을 역행한 계단 과연 여름 홍수에 안전할까요? 또 뒤편에 보이는 난간은 홍수를 더 조장하는 위험물이 될 것입니다. ⓒ 최병성


홍수에 무너진 안양천 다리 난간 여름 홍수의 위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물 살에 가로로 놓인 한강의 난간은 홍수를 조장하는 위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최병성


시민 안전 고려 없는 준공식을 왜 서두른 것일까?

이미 준공식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가루가 날리고, 곳곳에 대못이 굴러다니고 시멘트로 오염된 물이 한강으로 흘러가는 공원. 여의도 공원은 분명 아직 완공이 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사람들을 초청하여 준공식을 치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직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위험한 현장에서 준공식을 치러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세훈 시장님께 한 장의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강 르네상스 공사가 진행되기 직전인 올 봄 한강변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한강 르네상스로 782억 원을 바르기 전의 한강도 아름다웠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기던 곳입니다. 과연 782억 원으로 천편일률적인 시멘트 계단과 세균으로 범벅된 분수대밖에 만들 수 없었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강 르네상스 공사 이전에 아름다웠던 한강 여의도 공원 782억원을 바르기 전에도 한강은 아름다웠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입니다. 수천억원을 들인 한강 르네상스- 과연 이게 전부인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 최병성


존경하는 오세훈 서울 시장님,
겉치레만 번지르한 공원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자연성이 고려된 한강 공원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루 속히 공원 곳곳에 널린 유해물질을 깨끗이 치워주시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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